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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전설, 레게로 부활하다 - 스눕 라이언, 권순관, 옥상달빛
이름까지 바꿔가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스눕 라이언(Snoop Lion) 완벽한 마침표이자 새로운 출발 - 권순관 한 걸음 성장해 돌아온 위트 만발 여성 듀오 - 옥상달빛
미국 서부 갱스터랩계의 상징적인 존재 스눕독이 스눕라이언으로 이름을 바꾸고 힙합이 아닌 레게 뮤지션으로 돌아왔습니다. 너무나도 큰 변화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우려를 보냈지만 그의 변신은 그간의 명성에 걸맞게 성공적인 듯하네요. 앨범의 타이틀대로 ‘환생’과 같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의 앨범 <Reincarnated>를 지금 만나보세요.
미국 서부 갱스터랩계의 상징적인 존재 스눕 독이 스눕 라이언으로 이름을 바꾸고 힙합이 아닌 레게 뮤지션으로 돌아왔습니다. 너무나도 큰 변화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우려를 보냈지만 그의 변신은 그간의 명성에 걸맞게 성공적인 듯하네요. 앨범의 타이틀대로 ‘환생’과 같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의 앨범 <Reincarnated>를 지금 만나보세요. 진솔한 음악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알린 그룹 노리플라이의 리더, 권순관의 솔로 앨범과 한층 다채롭게 채워진 옥상달빛의 신보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스눕 라이언(Snoop Lion) <Reincarnated>
2013년, 댄스가수 저스틴 팀벌레이크의 신보엔 7분을 넘기는 곡이 수두룩하고, 예순넷이 된 조용필의 「Bounce」와 「Hello」는 마룬 파이브처럼 젊다. 박수 받고 떠난 줄 알았던 거물들의 역습이 대단하다. 특히 올해엔 이처럼 애써 주 무기를 포기하고도 역량을 보여주는 그들을 통해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대가들의 새로운 시도에도 우리들의 입에선 감탄 섞인 ‘역시’가 나오듯 개든 사자든 그가 스눕인 건 여전했다.
스눕 독이 레게를 하겠다며 자메이카에 건너가 라스타파리교로 개종하고 이름을 바꿨을 때, 많은 힙합 팬들은 우려했다. 지펑크와 웨스트코스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는 힙합계에서 리빙 레전드다. 그런 그가 도박을 하기 보단 전설로 남아주길 바랐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갱스터 랩을 하며 실제 여러 범행을 저지른 그가 랩에 지쳐 레게를 한다하니 황당할 뿐이었다.
기대보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 발매된 앨범은 제목 그대로 부활이었다. 갱스터 래퍼 스눕 독의 읊조림에 문란한 여유로움이 있었다면 스눕 라이언의 흥얼거림에는 희망과 캠페인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다르면서도 분명 공통분모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같은 스타일의 다른 장르는 새삼스럽게도 스눕 라이언은 잔뼈가 굵은 베테랑뮤지션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시켰다.
역사적으로 힙합이라는 장르의 뿌리가 레게의 가지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음악적인 측면에선 충돌이 예상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난하고 밋밋한 앨범도 아니다. 래퍼 나스와 레게 뮤지션 데미안 말리의 프로젝트 앨범 <Distant Relative>에 힙합적인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았다면 <Reincarnated>는 다채롭다. 랩이 거의 없을 뿐더러 레게 이외 여러 장르의 퓨전 덕이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본업인 메이저 레이저의 프로듀싱이 한몫했다. 워낙에 가까운 사이라 무미건조할 뻔했던 레게와 힙합의 조화에 메이저 레이저의 감각이 재치 있는 앨범을 구성해 냈다. 특히 메이저 레이저의 전공을 살린 클럽 사운드의 레게 「Get away」는 보란 듯하다. 또 「The good good」과 「Harder times」는 피쳐링 뮤지션의 도움을 받아 스눕이 평소 관심 갖고 있던 컨트리를 그만의 색으로 레게에 녹여냈다. 레게 뮤지션 미스터베가스와의 콜라보 등 참으로 풍요로운 앨범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내한했던 그의 콘서트 제목처럼 근본의 어울림이 느껴진다.
40년 전 자메이카출신의 디제이쿨허크가 뉴욕 하우스파티에서 레게를 알앤비와 펑크에 버무려 창조해 낸 힙합이 어느새 지금까지 왔다. 그저 돈 자랑뿐인 힙합에서 대중들은 이제 지루함을 먼저 느낀다. 이러한 힙합신에서 스눕 라이언의 환생은 의미 있다. 어쩌면 다른 장르의 힘을 빌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던 힙합의 전생이 그 아닐까.
권순관 <A Door...>
‘드디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노리플라이가 정욱재의 병역의무로 인해 활동을 중단한지도 어언 1년 반, 소모만이 이어졌던 생활을 단절한 채 휴식을 취하던 그가 박지윤과 투에이엠의 프로듀서로 나서며 슬슬 기지개를 피더니 봄을 맞아 새로운 싹을 틔워냈다. 그룹에 가려 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감성을 풀어냄과 동시에, 홀로서기로도 대중들의 검증을 확실히 받아내겠다는 의지가 한 아름 담겨있는 의욕작의 향기가 가득 풍긴다.
그룹 시절의 음악이 약간은 로킹하고 리듬감 있는 밴드사운드에 맞춰져 있었다면, 솔로작의 생김새는 볼륨을 줄인 대신 감정에 귀 기울인 단출한 풍성함이 곳곳에 박혀있다. 곡으로서의 완성도보다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로서의 구성과 편곡을 우선시했으며, 그 위로 덤덤히 내면에 쌓인 시를 읊어나가는 모습이 마치 앨범 제목처럼 인생의 ‘문’을 지난 뒤 펼쳐지는 세계의 밑그림을 스케치해나가는 듯한 심상을 보여준다.
헤어짐을 목도하는 그 순간의 격정을 뒤로 한 채 덤덤하게 서로의 미래를 격려하는 「그렇게 웃어줘」에서 그가 풀어내고자 하는 의도의 방향성이 읽힌다. 건조한 건반소리로 시작해 조금씩 확장되어가는 과정이 감정의 절정을 유도하지만, 결코 넘치는 일 없이 일정한 파고를 유지하며 하나의 이별장면을 매듭짓는다. 소울의 진한 향기 안에 언뜻 김현철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가는 「우연일까요」 역시 사랑을 발견하며 내지르는 환호보다는 상대의 존재를 확신하며 지그시 감는 눈동자에 가깝다. 「긴 여행을 떠나요」를 들으면 왈츠 리듬의 통기타와 살금살금 까치발로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현악 세션에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느끼는 여유가 성큼 다가온다. 과장 없이 이루어지는 표현의 일관성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솔함에서 비롯되는 힐링의 마법을 가져다준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진부함의 부재다. 언뜻 들으면 아무런 표정이 없는 듯한 음색과 곡조도 어느 순간 생명을 얻으며 지휘자의 이름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이처럼 어떠한 재료의 과사용도 없이 필요한 만큼의 조합을 성취해 낸다는 것이 그의 두드러진 능력이며 매력이다. 자칫 무난해 질 수 있는 작법임에도 그는 공백을 메우는 뛰어난 사운드 메이킹과 예상을 가볍게 벗어나는 멜로디, 그 이미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노랫말로 가요계라는 우주에 반짝이는 하나의 별을 창조해낸다. 분명 재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작자연을 통해 세상에 풀어놓는 감정의 빛줄기를 어루만지다 보니 단순히 곡을 쓰는 작곡가를 넘어 자신만의 이야기에 대한 문법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는 작가의 칭호가 더욱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는 기존의 싱어송라이터와 구별되는 부분이기도 하며, 동시에 기존에 우리가 언급하던 뮤지션들의 바통을 이어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전람회에서 김동률을 떠올리는 것처럼, 혹은 토이에서 유희열을 떠올리는 것처럼, 아니면 패닉에게서 이적을 떠올리는 그 느낌처럼, 이제 우리는 이르게도 노리플라이에서 권순관이란 명확한 하나의 페르소나를 자각할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한 마침표이자 새로운 출발이다.
옥상달빛 <Where>
‘중견’이라는 이름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덧 중반부에 접어든 느낌이다. 이런 어렴풋한 느낌과는 달리 옥상달빛의 앨범은 사실상 EP 앨범 <옥탑라됴>와 1집 <28> 두 장이 전부다. 물론 2년차를 좀 넘은 팀에게 있어 두 장의 꽉 찬 앨범은 상당히 큰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수치상의 기록보다는 EP 앨범을 대중 앞에 꺼내놓았던 그 이후의 행보가 알찼다는 말이 그들에 대한 더 정확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마움’이 앨범의 가장 중심부를 관통하고, 흐른다. 이들이 음악 속에서 늘 말하는 것이 고마움이긴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것이 더 짙어졌다. 사실 이들이 매번 대중에게 건네는 고마움의 메시지는 음악 외적인 것으로도 함께 채움으로써 극대화된다. 방송을 통하거나,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하거나 음악이 아닌 것들로도 꾸준히 대중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 팀의 이런 활동반경은 자신들의 음악을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공감’이라는 키워드도 함께 심어준다.
여기까지는 여느 여성 인디 뮤지션들과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옥상달빛은 그들이 꺼내놓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그리고 마냥 예쁘기만 한 감성의 미덕만 내세우진 않는다. 여기에서 이 팀이 자신들만의 새로운 길을 내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인데, 이들에게는 보통 ‘위트’라고 부르는 알맹이가 하나 더 들어있다. 위트라는 것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단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결국 이들은 ‘뭘 좀 아는’ 팀이다. 그건 결국 대중의 깊은 속마음일 거다.
연주곡까지 포함한 열하나의 곡들이 대단히 유기적이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려는 과정 속에서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 있다. 길을 잃는 순간 대중과 잡고 있던 손도 자연히 놓치게 된다. 각 곡들 내에서 각자의 조직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전체의 흐름은 일정한 하나의 맥으로 흐른다. 이들의 이번 앨범은 특히 더 그렇고, 이 점이 바로 이들의 음악이 안정적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어떤 면에서는 이번 앨범이 ‘문학적’이라는 느낌도 있다. 이전에는 이들에게 없었던 흐름이나 시선이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이들에게는 당연한 공식처럼 ‘청춘을 대변하는 음악’ 혹은 ‘청춘을 위로하는 음악’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꺼내놓은 음악들은 푸릇푸릇함이 전부이진 않다. 옥상달빛의 음악도 나이가 들었다. 더 넓은 것과 더 깊은 것을 노래하고 있고, 연주와 목소리는 더 다채로워졌다. 이렇게 차곡차곡 나이를 먹으면서 이들의 음악이 더 진해질 것이라는 확신도 보인다. ‘그대는 나에게 늘 새로운 사람’이라고 노래한 것처럼 이들은 늘 새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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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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