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는 ‘누가 보는 사람만 없다면, 어디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가족을 정의했다. 이 말을 듣고 이맛살을 찌푸리는 사람에게든 깔깔대며 공감의 박수를 치는 사람에게든 ‘가족’이란 단어는 묵직한 정서적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요상한 힘이 있다. 흉터처럼 잊고 살지만 지워지지 않고 딸꾹질처럼 멈출 방법도 없이, 삶의 언저리로 밀어내 보아도 어느새 그 구심력으로 생활의 한 가운데로 다시 몰려오고야 만다. 그래서 지겹도록 군내 나는 이 낡은 화두는 또 새로운 껍질을 씌우면 그럴싸한 드라마가 되곤 한다. 여전히 억울하고 또 그리운 우리 유년과 가족 이야기는 언제나 좋은 영화의 소재가 되어왔다. 해마다 1년 중 가장 화창한 5월에 우리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맞이하게 되고 5월 한 달을 가정의 달로 정해 두었다. 덕분에 5월에는 따뜻하고 기분 좋은 가족 영화를 많이 만날 수 있다. 때론 상투적이고, 지나치게 교훈적이기도 하지만 퍽퍽한 삶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다소 강하고 인공적인 조미료, 작위적이지만 달콤한 해피엔딩도 필요한 법이다.
당신은 나의 스승
<죽은 시인의 사회>
<선생 김봉두>
이상적인 스승이라면 어린 시절 <호랑이 선생님>이나 멕시코의 세계적인 히트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의 히메나 선생님이 먼저 떠오른다. 무섭지만 늘 공정하고 아이들 편에 섰던 ‘호랑이 선생님’이나 천사 같은 ‘히메나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이 꿈꾸는 선생님이었다. 최근에는 드라마 <학교 2013>을 통해 여전히 존경할만한 ‘스승’이라는 믿어보고 싶은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믿어봄직한 스승의 얼굴이라면 로빈 윌리엄스가 대표적이다. 로빈 윌리엄스는 1990년 피터 위어 감독의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팅 선생님, 1998년
<굿 윌 헌팅>의 청소부 청년을 이끌어주는 윌 헌팅의 스승 숀 맥과이어 교수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스승의 모습을 보여준다. 학교에서 만난 스승은 아니지만, 삶의 스승으로는 프랑스 배우 필립 누아레가 우선 떠오른다. 그는
<시네마 천국> 토토의 스승 알프레도,
<일 포스티노>의 우체부에게 삶과 시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파블로 네루다 역할을 맡아 인생의 멘토의 모습을 그 푸근하고 넉넉한 표정으로 보여준다. 스승이라기보다는 기술을 전수하는 ‘사부’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로는 백윤식을 꼽을 수 있는데, 그는 2005년
<싸움의 기술>, 2006년
<타짜>를 통해 ‘어둠의 기술(?)’을 주인공에게 전수한다. 2006년
<천하장사 마돈다>에서는 주인공 오동구를 씨름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외에도 차승원의 인상적인 코믹 연기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연기가 돋보였던
<선생 김봉두>, 김수로의 연기가 돋보인
<울학교 이티>의 선생도 바람직한 스승의 모델이다.
<라자르 선생님>
2013년 5월에는 2012년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2011 토론토 국제영화제 최우수캐나다작품상 등을 수상한
<라자르 선생님>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필리프 팔라도 감독은 가족을 잃은 선생님과, 선생님을 잃은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힐링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아이들은 대체교사로 부임한 라자르 선생의 낡은 수업방식이 낯설지만, 한 그루 나무처럼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마음과 소통한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아내와 두 자녀를 잃은 슬픔을 간직한 라자르의 상처 난 마음도 아물게 만든다.
<라자르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죽음, 상처, 소통, 치유 등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까지 유쾌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학생과 스승의 관계를 수직관계가 아니라 눈높이를 맞춰 소통하는 수평관계로 풀어내는 방식은 무척 인상적이다.
P.S. 2006년 임대웅 감독의
<스승의 은혜>는 선생님 때문에 상처 입은 아이들의 핏빛 복수를 그려낸 영화이니 제목만 보고 착각하지 마시길…….
당신은 나의 가족
가족에 대한 영화를 찾다보니 문소리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가 흥미롭다. 모계중심의 새로운 가족의 발견 <가족의 탄생>, 가족의 해체와 분열을 그린
<바람난 가족>, 장애인의 힘겹고 애틋한 사랑
<오아시스>, 역사의 격변기 속 가족의 소중함을 그린
<효자동 이발사>,
<사랑해 말순씨>, 엄마의 죽음을 통한 성장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등 문소리가 출연한 가족 영화는 모두 성공적이다. 군내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한 소년의 성장담 중에서 인상적인 영화는 1994년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길버트 그레이프>, 1997년 이안 감독의 서늘한 시선
<아이스 스톰>, 샘 맨데스 감독의 1999년
<아메리칸 뷰티> 등이 인상적이지만,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아래에 추천할 영화는 건전하고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를 중심으로 한다.
<크루즈 패밀리>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될 만큼 매끈하게 빠진
<크루즈 패밀리>는 드림웍스의 야심찬 3D 애니메이션이다. 수백만 년 전 어느 날 무너진 동굴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난생 처음 세상으로 발걸음을 디디는 패밀리가 펼치는 어드벤처 영화로 5월 가족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가진 아빠와 호기심 많은 딸은 갈등하게 마련인데,
<크루즈 패밀리>에는 그런 아빠와 가족의 갈등과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녹아들어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 라이언 레이놀즈, 엠마 스톤 등이 목소리 출연하여 화려한 영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구청 공무원 강미나(최강희)는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아버지가 운영하던 ‘미나 문방구’를 억지로 떠맡게 된다. 문방구를 팔아버리려는 미나와 문방구를 지키려는 단골 초딩들의 유쾌한 한판 승부
<미나 문방구>는 5월에 어울리는 유쾌하고 착한 영화이다. 이외에도 미리 개봉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짱구는 못말려 : 태풍을 부르는 나와 우주의 프린세스>는 우주를 구할 공주로 임명된 짱아를 다시 데려오기 위한 짱구 가족의 착한 메시지의 어드벤처 영화이다.
P.S. 송해성 감독의
<고령화가족>은 정윤철 감독의 <좋지아니한가>에 버금가는 콩가루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거칠고 과격하지만 가족의 갈등과 화해의 수순을 따른다. 자녀가 15세 이상이라면 함께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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