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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가 죽도록 보고 싶다

아이와 꿈같은 시절을 충분히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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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소년>의 시릴이나 나의 경험처럼 세상에서 가장 애타는 마음은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일 것이다. 유치원이 끝나고 부모가 오기를 기다릴 때, 학교가 끝나고 부모가 오기를 기다릴 때, 어쩌다 혼자 있는데 부모가 집에 오기를 기다릴 때 아이는 부모가 죽고 싶을 정도로 보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시기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

[출처: //www.morguefile.com/archive/display/194051 by sioda]

흔히 사람들은 자녀가 부모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자신이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자녀가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보다 더 크다고 여긴다. 하지만 적어도 자녀가 아직 아이였을 때는 자녀가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전부다. 물론 부모와 함께 사는 동안 말썽을 피울 수도 있지만 부모가 없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떠한가. 부모는 자녀 외에도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이미 가족이 있음에도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혼을 한 후에도 아이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남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아빠가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아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 자신이 외롭다고 느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재혼을 한다. 새아빠 새엄마가 생긴다는 것은 아이에게 부모가 영원히 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결합의 환상이 완전히 깨지면서 또 다른 슬픔을 자녀에게 안겨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이혼 부모는 재혼을 선택한다.

장 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 & 뤽 다르덴(Luc Dardenne) 형제의 2011년 작품 <자전거 탄 소년(Le Gamin Au Velo, The Kid With A Bike)>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한 소년의 아버지 찾기에 대한 영화다. 보육원에서 지내는 11살 소년 시릴은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두절된다. 아버지가 연락을 끊었다는 것을 도저히 믿지 못한 시릴은 보육원에서 달아나 아버지가 잘 다니던 곳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집을 정리하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버렸고,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일한 물건인 자전거도 아버지가 팔았음을 알게 된다.

다시 보육원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시릴은 우연히 옆을 지나던 동네 미용실 주인인 사만다에게 매달린다. 자전거를 찾아야 한다는 애달픈 호소에 마음이 동한 그녀는 시릴의 자전거를 다시 되사서 보육원으로 가져다주고 주말 위탁모가 되어준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시릴이 반항한다고 생각한 사만다는 시릴의 아버지를 찾아내지만 그는 시릴을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상처받은 시릴은 자신을 가족처럼 살갑게 대해주는 불량 청소년들의 대장 웨스를 친형처럼 따르게 된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웨스의 가게 주인과 그 아들을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금고 열쇠를 훔치지만, 금고에서 돈을 빼내자마자 웨스의 태도는 돌변한다. 조용히 있으라며 시릴을 협박한 것이다.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것에 상처를 입은 그는 아버지에게 찾아가지만 아버지는 시릴의 처지를 모른 척할 뿐이다. 결국 시릴은 사만다와 함께 합의를 보고 주인에게 사과한다. 시릴은 가족이 아님에도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주는 사만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다시 평범한 소년으로 돌아온다.

나는 미국에서 공부를 할 때 딸이 어리기도 하고 유학비가 부족해 가족과 1년간 떨어져 지냈다. 그리고 아내와 딸이 미국에 들어왔을 때 딸이 “아빠는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어?”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많이 보고 싶었다고 대답하자 딸은 다시 한 번 물었다. “죽고 싶을 정도로 보고 싶었어?”라고. 아마도 딸은 자신이 아빠가 죽고 싶을 정도로 보고 싶었기 때문에 부모인 나의 마음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자전거 탄 소년>의 시릴이나 나의 경험처럼 세상에서 가장 애타는 마음은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일 것이다. 유치원이 끝나고 부모가 오기를 기다릴 때, 학교가 끝나고 부모가 오기를 기다릴 때, 어쩌다 혼자 있는데 부모가 집에 오기를 기다릴 때 아이는 부모가 죽고 싶을 정도로 보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시기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

옛날에는 중학교 때까지도 자녀들이 부모를 따랐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교 3, 4학년만 되어도 또래와 놀거나 집에서 혼자 오락하거나 텔레비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아이가 별로 없다. 부모들은 그것에 대해서 “요새 아이들은 사춘기가 빨리 온다” 혹은 “TV와 게임이 아이들의 정신줄을 뺏어가버렸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르다. 아이들이 부모와 있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부모와 함께 있으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공부가 개입되기 시작하면서 부모는 아이를 순수하게 예뻐해주지 못하게 된다. 아이와 있으면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야단도 치고, 어렸을 때는 어려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일도 점점 눈에 거슬린다. 아이와 마주치면 칭찬해주고 웃어줄 일보다는 지적할 일이 많아지고 아이는 부모를 피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직 어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초등학생, 중학생은 아직 뇌의 발달이 진행 중이므로 부모가 생각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자신의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고등학생도 감정적으로 미숙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아직은 실수를 해도 넘어가줘야 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

아이가 부모의 말에 반대하고, 토를 달고, 말대꾸를 하는 것도 문제다. 인간은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답답해서 견딜 수 없다. 아이들이 부모의 말이 맞다고 맞장구쳐주면 좋겠지만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이 있다. 그러한 생각을 부모가 받아주지 못하고 반항으로 받아들이면 아이들은 부모와 할 말이 없어진다. 부모는 아직 능력도 없고, 어린 것들이 입만 살아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것도 사실이지만 부모가 자신과 다른 아이의 생각을 들어줄 수 있을 때, 부모가 보기에는 바보 같은 생각도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을 때 아이와 대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말을 들어준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아이에게 ‘네 이야기가 맞을 수 있다’라는 여지를 줘야 하며 마지막 말을 아이가 함으로써 대화를 아이가 끝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재도 문제이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연예인, 패션, 타인의 이야기 등이 대부분이다. 부모가 원하는 소위 건설적인 이야기는 없다. 열심히 공부해서 어느 대학에 가겠다거나 미래에는 뭐가 되고야 말겠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없다. 또한 부모와 자녀 사이의 세대 차이 때문에 자녀가 왜 그걸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도 점점 자녀와 말하는 것이 싫어지고, 서로가 자기가 원하는 소재만 대화하기를 바라게 되어 더 이상 대화가 없어진다.

아직 부모가 오라고 해 자녀가 앞에 와 있어 준다면 공부 못해도 예뻐해주고, 듣기 싫은 이야기도 들어주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말을 해도 아는 척하면서 시간을 같이 보내자. 아이가 나이가 들게 되면 부모가 불러도 더 이상 오지 않게 되는 시점이 찾아온다. 그때부터는 부모가 항상 애가 타서 자녀를 기다리게 된다. 아빠와 함께 있는 것, 엄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기뻐하고, 안심하고, 즐거워하는 꿈같은 시절을 충분히 즐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의 모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야 자녀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힘들고 괴로울 때 부모를 찾아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추억을 먼 훗날 나이든 부모와 나이든 자식이 함께 이런저런 걱정을 나누고, 서로 의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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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명기

지은이 최명기는 마음경영 전문의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2003년 듀크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내친김에 건강의 통합적 방법을 모색하다 듀크 대학교 Health Sector Management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에 돌아와 부여다사랑병원을 열었다.
경영학을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경영학과 정신의학을 통합한 마음경영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고 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병원경영 강의를 했으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직교수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즈리뷰」에서 마음경영을 주제로 칼럼을 썼고, 의료전문 사이트 ‘메디게이트’에 의료경영 칼럼을 연재 중이다.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CEO 마인드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정신분열증을 대처하는 방법』,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마음이 경영을 만나다』, 『트라우마 테라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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