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이 새롭게 목격한 미래
“이것이 우리의 미래다!” 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
인터넷의 대량 보급은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사회적ㆍ문화적ㆍ정치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전 시대의 변화와 달리, 이번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단연코 전 세계적이다. 역사상 그토록 많은 장소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손끝에 그토록 많은 힘을 가졌던 적은 없었다. 이것이 우리 역사상 일어난 최초의 기술 혁명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거의 모든 사람 들이 중개인을 거칠 필요 없이 실시간 콘텐츠를 소유하고, 개발하고, 확산시킬 수 있게 된 것은 확실히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
머리말
새로운 미래를 목격하다
인터넷은 인류가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애초 방 하나 크기의 컴퓨터에서 그만한 크기의 또 다른 컴퓨터로 전자정보를 전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은, 우리 주변에 편재하면서 인류의 에너지와 표현을 무궁무진하게 발산할 수 있는 다면적인 출구로 변신했다. 인터넷은 무형이며 지속적인 변화 상태에 놓여 있다. 그것은 매 순간마다 점점 더 커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엄청난 선善과 무시무시한 악惡의 근원일 수 있는 인터넷. 우리는 그것이 전 세계 무대에 미치는 영향을 이제 막 목격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무정부 상태를 수반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실험이라 할 수 있다. 현실세계의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 온라인 세계 속에서, 수억 명의 사람들이 매 분마다 방대한 양의 디지털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러한 자유로운 표현과 정보이동 능력으로 인해 오늘날 우리가 알 고 있는 풍요로운 가상환경virtual landscape이 창조되었다. 당신이 지금까지 방문했던 모든 웹사이트, 보냈던 모든 이메일, 온라인에서 읽었던 모 든 이야기, 배웠던 모든 사실 그리고 엉터리임을 직접 밝혔던 모든 허구를 생각해보라. 이런 플랫폼을 거쳐 구축된 모든 관계, 계획해온 모든 여행, 찾아본 모든 일자리 그리고 상상하고 키우고 실현시켰던 모든 꿈을 생각해보라. 상명 하달식 통제가 사라지면서 새로이 허용된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라. 그런가 하면 온라인 사기, 폭력과 집단 따돌림, 증오집단의 웹사이트, 테러리스트들의 대화방이 등장했다. 이것이 바로 통제되지 않는 세계 최대의 공간, 인터넷이다.
인터넷 공간이 점점 더 커질수록 일상생활의 시시콜콜한 것에서부터 신원, 관계, 심지어 개인의 보안에 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에 대한 이해가 바뀔 것이다. 기술이 가진 힘에 의해 지리, 언어, 제한적 정보 등 인류의 상호 작용에 방해가 되는 해묵은 장애물들은 무너지고, 인류의 창조성과 잠재력을 내재한 새로운 물결이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의 대량 보급은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사회적ㆍ문화적ㆍ정치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전 시대의 변화와 달리, 이번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단연코 전 세계적이다. 역사상 그토록 많은 장소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손끝에 그토록 많은 힘을 가졌던 적은 없었다. 이것이 우리 역사상 일어난 최초의 기술 혁명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거의 모든 사람 들이 중개인을 거칠 필요 없이 실시간 콘텐츠를 소유하고, 개발하고, 확산시킬 수 있게 된 것은 확실히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우리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전례 없는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1세기 첫 10년간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인의 숫자는 3억 5,000만 명에서 20억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7억 5,000만 명에서 50억 명이 훌쩍 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지금은 이 숫자가 60억 명이 넘는다). 이런 기술은 지구 오지로까지 확산ㆍ보급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그 전파속도가 엄청나다.
2025년이 되면 사실상 여과되지 않은 정보에 접근하지 못했던 전 세계인 대부분이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기기를 갖고서 온 세상의 모든 정보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술혁신이 이루어진다면 그때는 약 8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인구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활동할 것이다.
사회 모든 계층에서 ‘연결성connectivity’은 계속 더 경제적ㆍ실용적으로 변할 것이다. 사람들은 어디서나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무선 인터넷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더 효율적이고, 더 생산적이고, 더 창조적으로 변할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개방형 무선기지국과 가정용 초고속 네트워크가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오늘날 유선전화조차 없는 지역의 사람들에게까지도 온라인 경험을 확대시켜줄 것이다. 사회는 전체 기술 세대보다 더 빨리 도약할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놀라워하는 기계 장치들은, 유선전화가 그러했듯이 머잖아 벼룩시장에서 골동품으로 팔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장치들은 보급이 확대될수록 속도와 계산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무어의 법칙Moor’s Law’에 따르면 모든 계산 기기의 근간을 이루는 소형 회로판인 반도체의 처리속도는 18개월마다 2배로 빨라진다. 이는 2025년이 되면 컴퓨터의 처리속도가 2013년에 비해 64배 빨라진다는 의미다. 미래를 예측하는 또 다른 법칙인 포토닉스photonics 법칙은 우리에게 가장 빠른 연결 형식인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나오는 데이터의 양이 약 9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고 말해준다. 이러한 법칙들이 태생적 한계를 지녔더라도, 폭발적인 성장속도는 온라인 경험을 실제 삶만큼 사실적으로 혹은 심지어 그보다 더 낫게 만들어 줄 그래픽과 가상세계virtual world의 가능성을 촉발시킨다. 영화 <스타트렉Star Trek>에 나오는 홀로덱holodek을 갖게 됐다고 상상해보자. 홀로덱이 스타트렉 선원들에게는 컴퓨터와 영상으로 둘러싸인 가상현실 환경virtual-reality environment이었지만, 당신에게는 해안풍경은 물론 유명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을 보게 해줄 수도 있다. 실제로 기술발전의 다음 순간은 공상과학소설에 나와서 인기를 끌었던 다수의 개념을 과학적 사실로 전환시켜줄 것을 약속한다. 그런 개념들로는 무인자동차, 생각으로 조종하는 로봇 모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그리고 디지털 정보를 시각적으로 겹쳐 볼 수 있게 해주는 증강 현실 등이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우리가 사는 자연세계와 만나 이 세계의 많은 요소들을 발전시켜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다. 그리고 이런 놀라운 일들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기술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그토록 흥미로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놀라운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혹은 우리의 기술적ㆍ지적 도전의 규모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러한 발전들이 이 세상에 끼칠 영향과 그 의미 때문에 더 흥미로운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문화혁신의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의 상호 작용 방식,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은 계속해서 주위의 온라인 세계로부터 영향을 받고 그것에 주도될 것이다. 우리는 선별적 기억 성향으로 인해 새로운 습관을 재빨리 받아들이고, 과거에 했던 방식을 잊어버릴 것이다. 요즘 휴대전화 없이 산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어디서나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이는 망각 에 대비해 보험을 든 것과 같다. 또한 우리는 온갖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다(일부 정부가 그렇게 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방법을 찾기가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항상 관심을 쏟을 무언가가 있다.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똑똑하다.’
전례 없는 속도로 전 세계가 연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과거의 많은 제도와 위계질서들은 현대사회에서 부적절하고 쓸모없는 것들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목격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의 분투는, 다가올 사회로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안팎에서 우리의 제도를 바꿔놓을 것이다. 우리는 점점 더 우리의 활동범주와 언어집단으로부터 훨씬 더 벗어난 사람들과 접촉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생각을 나누고 사업을 하고 진정한 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동시에 두 가지 세상의 통제를 받으면서 살고, 일하고, 존재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가상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다양한 수단과 도구를 통해, 아주 빠르게 연결성을 경험할 것이다. 현실세계physical world에서는 여전히 지리와 무작위적인 출생(어떤 아기들은 부자나라에서 부자로 태어나지만, 다수는 가난한 나라에서 빈민으로 태어날 것이다)에 따른 불운, 인간성의 긍정적ㆍ부정적 측면들과 씨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가상세계가 현실세계를 더 좋거나 더 나쁘게, 아니면 그냥 다르게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보여주려고 한다. 어떤 경우 이 두 세계는 서로 제약할 것이고, 어떤 경우 이 두 세계는 서로 충돌할 것이다. 또 어떤 경우 두 세계는 정도의 차이가 종류의 차이로 변할 수 있도록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강화하고, 촉진하고, 악화시킬 것이다.
세계무대에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전파가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국가와 기관에 쏠린 권력을 재분배하고 개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돕는 방식일 것이다. 새로운 정보기술은 역사적으로도 종종 왕이건 교회건 엘리트건 상관없이 전통적인 실세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국민에게 돌려주곤 했다. 따라서 정보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참여하고,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힘 을 갖고, 더 강력한 기관과 함께 우리가 삶의 경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통해 연결성이 확대되었다는 사실은 그 규모만 보더라도 권력의 이동을 드러내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심오한 현상이 분명하다. ‘디지털 권능화digital empowerment’가 어떤 사람에게는 태어나 처음으로 겪는 일이 될 것이다. 순전히 호주머니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작고 저렴한 기기 하나 덕분에, 이제 우리의 목소리가 알려지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독재국가들은 새로이 연결된 국민들을 통제하고, 억압하고, 영향을 미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민주국가들은 국정활동에 더 많은 목소리(개인, 조직, 기업이 내는 목소리)를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정부는 분명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새로운 차원의 연결성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겠지만, 현재 네트워크 기술의 구성방식상 그것은 항상 시민의 편이 될 수밖에 없다. 왜 그런지는 나중에 살펴보겠다.
개인으로의 권력이동이 궁극적으로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까 아니면 더 위험한 세상을 만들까?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연결된 세상의 현실을 이제 막 접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중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그리고 걱정스러운 것도 있다.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 질문을 탐색했다(한 사람은 컴퓨터 과학자이자 기업의 임원으로서, 다른 한 사람은 외교정책 및 국가안보 전문가로서). 물론 우리는 이 질문의 답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래는 국가, 시민, 기업, 기관들이 새로이 맡은 책임을 어떻게 다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과거, 국제관계 이론가들이 국가의 야망을 주제로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어떤 이론가들은 국가가 힘과 안보를 최대한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국내외 외교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이론가들은 거래와 정보교환 같은 별개의 요소들 역시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의 야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야망을 성취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은 바뀔 것이다. 국가는 국내 정책 및 외교정책을 각각의 두 가지 버전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하나는 현실세계를 위한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가상세계를 위한 버전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가끔 상호 모순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정부가 한 영역에서는 탄압하면서, 다른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의 행동을 용인할지도 모른다. 국가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전쟁을 치르면서도, 현실세계에서는 평화를 유지할지도 모른다. 다만 국가는 연결성 때문에 자신의 권한에 가해지는 새로운 위협과 도전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시민들에게는 온라인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에서 다양한 신원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많은 면에서 가상신원virtual identities은 모든 다른 신원들을 대체할 것이다. 자신의 흔적이 온라인에 영구히 아로새겨진 채 남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상에서 자료를 올리거나 공유하고, 이메일과 문자를 주고받는 행동이 가상공간 내 타인들의 신원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새로운 형식의 집단적 책임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조직과 기업에게는 전 세계적 연결성에 발맞춰 새로운 기회와 도전과제가 생겨날 것이다. 새로운 차원의 책임감이 생겨나, 행위 주체들이 기존 관행을 재고해본 후 미래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관행과 대중에게 비춰지는 모습을 수정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또한 기술이 폭넓게 확산ㆍ수용되면서 정보와 기회 획득의 장이 평평해짐에 따라 새로운 경쟁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자부터 가장 약한 힘을 가진 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로부터 소외되지 않을 것이다.
기술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가능성
우리 두 사람은 2009년 가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에서 처음 만났다. 우리는 같이 바그다드에 머물면서 ‘사회의 재건을 돕는 데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라는 중대한 질문을 가지고 이라크 국민들과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는 장관들, 군 지휘관들, 외교관들, 이라크 기업인들과 만나 바그다드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회복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미래의 성공도 요원해 보이는 나라를 경험했다. 에릭은 <포천Fortune> 선정 500대 기술 기업의 CEO로서는 처음 이라크를 방문한 것이었기 때문에, 왜 구글 관계자가 그곳에 왔는지를 두고 많은 질문이 나왔다. 당시에는 심지어 우리들조차 구글이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하거나 성취할 수 있을지 전적으로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답은 즉시 분명해졌다. 어디를 둘러보건 우리 눈에는 휴대전화가 들어왔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당시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의 몰락 이후 6년 넘게 전쟁에 휘말려 있었다. 전체주의 편집광이었던 후세인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었다. 전쟁은 이라크의 물리적 인프라를 초토화시켰고, 이라크 국민 대부분이 음식, 물, 전기를 제대로 구할 수 없었다. 기본적인 일용품조차 엄두도 내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비쌌다. 어떤 곳에서는 몇 년 동안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국민의 보안이 보장되지 않았다. 그것은 고위관료건 평범한 가게주인이건 모두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휴대전화 구입은 이라크 국민이 해야 할 너무 많은 일들 가운데 가장 후순위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 국민이 고달픈 현실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를 최우선 순위로 장만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라크 국민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소중하게 여겼다. 그리고 그것이 전쟁으로 찌든 이라크에서의 삶과 운명을 개선해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만난 많은 엔지니어들과 사업가들은 스스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데 상당한 좌절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신뢰할 수 있는 전기, 빠른 연결을 위한 대역폭bandwidth, 활용 가능한 디지털 기기, 구상을 실현시켜줄 만큼 충분한 벤처 자본 등이었다.
에릭은 앞서 교전 지역을 방문해본 적이 없었으나 제러드는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그곳에서 이 세상에 무언가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전쟁에 찌든 이라크 국민조차 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그것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과연 기술에 대한 욕구와 기본지식을 갖고 있어도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있을 것인가? 제러드는 당시 여행을 통해 정부들이 위험할 정도로 변화 예측에 뒤처져 있으며(또한 그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기도 했다), 새로운 도구가 각종 도전과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에릭은 모두가 알고 있는 수준 이상으로 기술 산업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와 상대해야 할 고객이 많다는 자신의 생각을 재확인했다.
여행을 마친 후 몇 달 뒤,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지정학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선 사람들 사이에 거대한 협곡이 존재함에도, 양쪽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술 산업, 공공부문, 민간사회 사이의 협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전 세계로 퍼지는 연결성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우리 스스로가 이런 차이로 인해 생긴 여러 문제들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미래에는 누가 더 힘이 세질까? 시민일까, 국가일까? 기술은 테러의 수행을 더 쉽게 만들까, 더 어렵게 만들까? 사생활과 보안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일원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까? 모든 사람들이 연결됐을 때 전쟁, 외교, 혁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어떻게 그 변화의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을까? 무너진 사회를 재건하는 데 기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먼저, 이라크에서 느낀 교훈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 전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보낼 메모를 같이 작성했고, 이후로도 그녀와 친구로서 다시 협력했다. 우리는 기술 플랫폼이 가진 잠재력과 그것에 내재하는 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다. 이는 구글 안팎에서 우리 가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같은 현대의 기술 플랫폼들이,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다고 믿는다. 우리의 미래 세계는 모든 사회에서 그 기술 플랫폼들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 플랫폼들은 텔레비전의 발명에 버금가는 진정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것들이 지금과 같은 힘을 갖게 된 것은 성장 능력, 구체적으로 말해 성장하는 속도 때문이다. 기술 플랫폼들은 빠르고, 효율적이고, 공격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러한 속도로 인해 이것들을 세우고, 통제하고, 활용하는 사람들 역시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연결된 적은 결코 없다. 공동의 온라인 플랫폼들을 통해(소비자, 창조자, 기여자, 운동원 등 기타 모든 방식을 통해) 집단적 행동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진정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뮤직비디오에서부터 국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규모의 효과scale-effect는 향후 도래할 일만을 암시해줄 뿐이다.
디지털 플랫폼에 의해 주도되는 규모의 효과 때문에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일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일어날 것이며, 그런 변화는 정치ㆍ경제ㆍ미디어ㆍ비즈니스ㆍ사회규범을 포함한 사회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처럼 빠르게 커지는 규모가 인터넷 기술이 조장하는 ‘상호 연결성interconnectedness’과 결합될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화(제품과 아이디어의 세계화) 시대가 등장할 것이다. 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로서, 우리는 우리 산업이 하는 일이 사람들의 생활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그리고 정직하게 탐구하는 게 주된 임무라 믿는다. 이제 정부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가끔 법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리 경계를 밀어내는 개인 및 기업들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 선보이는 디지털 플랫폼, 네트워크, 제품들은 국제적 차원에서 거대한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정치ㆍ비즈니스ㆍ외교와 그 외 다른 중요한 분야의 미래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런 분야에서 기술이 어떻게 중대한 변화를 주도하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우연인지 몰라도 우리가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논쟁하고 있던 개념과 문제의 사례가 될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들이 전 세계적으로 잇달아 일어났다. 중국 정부는 구글과 다른 수십 개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정교한 사이버 공격을 개시했다. 위키리크스Wikileaks가 갑자기 등장해서 수십만 건의 디지털 비밀기록을 누구나 볼 수 있게 개방해버렸다. 아이티와 일본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하여 여러 도시들이 초토화됐지만,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일명 ‘아랍의 봄Arab Spring’은 그 속도와 강력한 전염성을 통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이런 각각의 혼란스러운 상황들은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미래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가 능성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이런 사건들의 의미와 결과를 토론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보내면서, 향후 추세를 예측해보고, 가능한 기술 중심의 해결책들을 이론화했다. 이 책은 그렇게 나눈 대화의 산물이다.
앞으로 우리는 우리가 예측하는 미래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전 세계적인 연결성의 확대로 인해 도전과제와 해결책을 모두 갖고 있는 미래이며, 무엇보다 시민권, 국정운영 기술, 사생활, 전쟁 등 전 세계적으로 복잡한 이슈들이 가득한 미래다. 우리는 세상에 정보를 주고, 밀려드는 신생 기술 도구들이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게 유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설명하려고 한다. 기술이 주도하는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 변화의 단계마다 그것의 전개방식에 상당한 통제력을 가할 수는 있다. 이 책에서 읽게 될 예측 중 일부는, 앞으로 드론Drone(상용화된 무인정찰기) 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논리적인 결론처럼, 당신이 오랫동안 의심해왔지만 인정할 수는 없던 것들이자 다른 사람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예측과 권고가 당신의 관심을 끌고, 당신을 생각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실용적 도구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를 담긴 했어도, 이것이 책의 주제는 아니다. 이 책은 기술에 관한 것이자,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이 현재와 미래에 각자 처한 환경에서 어떻게 기술과 소통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에 적응하고, 기술을 이용하느냐를 다룬 책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의 손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안내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다룬 책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가진 여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선이나 악 중 어떤 목적을 위해 쓰일지는 전적으로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 기계가 세상을 장악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전부 잊어라. 미래에 일어날 일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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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미트>,<제러드 코언> 공저/<이진원> 역18,000원(10% + 5%)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루는 구글 회장 에렉 슈미트. 그가 개인의 삶부터 권력의 이동 방향까지 인간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미래를 전망한다. 그동안 경험한 변화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2013년 3대 경제연구소(삼성, 현대, KT) 추천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