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진심으로 ‘이란을 사랑한 여자’가 한 명 있다. 그녀는 그 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자신이 사랑한 ‘이란’을 한 권의 책에 꾹꾹 눌러 담아냈다. 꿈과 상상의 어감으로 이슬람이 펼쳐낸 수많은 ‘야화(夜話)’, 『아라비안 나이트』의 멋진 자락을 따라간 책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테헤란 나이트’에 귀 기울여 보자. 우리도 이란을 사랑할 수 있다.
낯설다. 이란을 생각하면 그렇다. 분명 여러 가지 주관이 개입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그런 만큼 우리가 ‘낯설다’는 말에서 느끼는 감정은 특별하다. 『테헤란 나이트: 이란을 사랑한 여자』가 주도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일종의 창窓과 같은 기능 말이다. 결국 우리는 흔치 않은 경험과 흥미로운 이야기가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새로운 이란을 만날 수 있었다.
이란, 그 낯선 땅의 중심에서 한 여자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를 생각하면 테헤란은 우리에게 비교적 친근한 곳이지만, 정작 ‘진짜’ 테헤란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땅이다. 아니, 차도르(여성의 몸을 가리는 데 씀)를 둘러쓴 곳이라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언뜻 볼 때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주거나, 어딘지 모르게 불안함을 조성할 것 같은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란을 생각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다. 이처럼 누군가에겐 흐릿하고, 다른 누군가에겐 이지러진 이란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저자는 그 이란으로부터 편견의 차도르를 벗기려 노력한다.
그러니까 가령 이런 거다. 몇 해 전,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중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박지성의 극적인 골로 이란과 무승부를 기록했던 적이 있다.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아자디스타디움은 그때 한국 교민들을 제외하고 전부 남자들로만 가득 찼다. “여성들의 경기장 출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캐스터의 짤막한 설명은 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에서 이 같은 성차별이 존재한다면, 이란 여성들에게 허용되는 건 과연 무엇인가. 왠지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습득한 정보는 본능적으로 ‘이란은 여성에게 스포츠 관람조차 허용하지 않는 성차별이 심한 나라’라는 편견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일부는 사실인 동시에 일부는 잘못된 얘기다. 사실 실외스포츠가 아닌 실내스포츠에는 여성들이 출입할 수 있다. 오히려 여성들이 더욱 열성적으로 응원하고 흥미롭게 관람한다. 결국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든, 잘못 알고 있든 단편적인 사실은 의도치 않게 편견과 선입견으로 고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올해 제8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오스카상을 거머쥔 영화 <아르고Argo, 2012>는 극심한 반미주의가 테헤란을 장악하고 있던 197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차치하고, 과연 이 영화를 통해 현재의 이란을 바로 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미 영화가 배경으로 삼은 시기로부터 30여 년이 흘렀지만, 국제정세 속 미국과 이란의 갈등 상황이 선뜻 지금의 이란을 우호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이러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 이란 젊은이들은 미국, 유럽 등지의 문화를 찾아 경험하고 있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려 시도한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란은 폐쇄적이거나 적대적인 국가가 아닌 셈이다. 뭐, 저자가 “무료할 때면 와이파이가 빵빵 터지는 테헤란의 커피숍에 앉아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한다”고 이야기하니 말 다한 거 아닌가.
이와 다르게, 사소하지만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사람 없었던 이란의 일상이 궁금할 수 있다. 다행히 저자는 테헤란에 체류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일상들을 부담 없이 써 내려간다. 때문에 외국인들이 봤을 때 의아할 정도로 소소한 부분들까지 일종의 ‘소개’라는 형식으로 짚어낸다. 말하자면, 얼마 전 주요 국제영화제들을 휩쓴 이란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Nader And Simin, A Separation, 2011> 중 관객 입장에서 궁금했던 점들을 저자의 테헤란 이야기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영화 속에서 가정부로 취업한 여인은 집 안에서 시종 차도르를 쓰고 일한다. 게다가 가정부가 넘어져 다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주변인들은 그녀를 일으키자마자 가장 먼저 차도르를 다시 씌워 준다. 이란에서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차도르, 루싸리, 마그나에 등 여성의 신체를 가릴 수 있는 것들을 착용해야 한다. 이란 내에서는 당연한 일일지 몰라도 외국인인 우리가 볼 땐 그저 신기한 모습으로 비쳐진다. 이 또한 다른 아랍국가와 다르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들도 이 법을 따라야 한다고 하니, 이란은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한 나라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코란Koran』을 앞에 두고 상대에게 결백을 맹세하라고 요구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거짓은 고백하지 못한다. 한 번의 거짓말만으로 많은 것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순간임에도 주저하다 못해 강한 죄의식을 갖는다. 이란인들에게 『코란』은 그렇게 절대적인 의미였다. 그렇다면 『코란』의 내용은 이토록 강제와 의무로 이루어진 걸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은 저자의 ‘일부다처제’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란』의 내용은 권고사항에 가깝다는 것. 남자는 네 명의 부인을 둘 수 있지만, 이 역시 네 명의 부인을 동등하게 사랑할 수 있고 부양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종합해 보면, 국교인 이슬람의 영향으로 이란인들은 『코란』을 맹신하면서 자칫 오독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속에서 가정부는 치매노인이 소변을 가리지 못하자 안절부절못한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노인의 옷을 갈아입히는 일이 죄를 짓는 것인가 문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란인들에게 이러한 풍경은 일상이다. 그러니까 거창한 『코란』의 교리도 결국은 이란인들의 삶과 끊임없이 연동되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테헤란이 대표하는 이란의 도시 풍경들, 그리고 그곳을 가득 채운 삶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책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정성과 애착을 갖고 이야기한다. 1년여 동안 테헤란과 서울을 오가며 경험한 일들을 본인의 일상에 차곡차곡 담아 정리한 만큼, 국내외의 대중매체들이 무분별하게 전파하는 이란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란인들의 삶을 친근하게 조명한다. 그녀의 시선은 이란의 고대유적이나 박물관 등을 소개하는 여행기에 묶여 있지 않다. 당장 집 앞 골목부터 공원, 시장에서 알고 지낸 사람들과 함께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얘기하고, 그들을 대하는 법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녀가 경험했을 깨달음의 떨림이 진솔한 문장을 통해 온전히 전해진다는 사실이며, 이로써 『테헤란 나이트: 이란을 사랑한 여자』의 제목처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란을 누구보다 잘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현지에서 생활하며 체감한 이란만의 사회적, 문화적 관습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한없이 낯설어 이질감마저 느껴지던 이란이 어느새 보다 친근한 이웃으로 다가선다. 이란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의 편견과 오해를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상쇄시킬 수 있길 바란다는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이란어를 더욱 깊게 공부하면서 현재 대학원에서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있다.
여기 진심으로 ‘이란을 사랑한 여자’가 한 명 있다. 그녀는 그 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자신이 사랑한 ‘이란’을 한 권의 책에 꾹꾹 눌러 담아냈다. 꿈과 상상의 어감으로 이슬람이 펼쳐낸 수많은 ‘야화(夜話)’, 『아라비안 나이트』의 멋진 자락을 따라간 책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테헤란 나이트’에 귀 기울여 보자. 우리도 이란을 사랑할 수 있다.
테헤란 나이트: 이란을 사랑한 여자정제희 저 | 하다
우리에겐 아직 낯설기만 한 나라 ‘이란’을 소개하고픈 여자가 있다. 그녀는 그곳에서 꾹꾹 담아 온 이야기들을 이제 막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테헤란과 서울, 그 사이를 잇는 ‘테헤란 나이트’에 귀를 기울여 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나라, 이란과의 꿈같은 대화에 당신을 초대한다. 『테헤란 나이트: 이란을 사랑한 여자』는 테헤란과 서울을 오가며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한 서울아가씨가 ‘이란’이라는 나라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란을 사랑한 여자, 그리고 테헤란과 서울 사이
우리에겐 아직 낯설기만 한 나라 ‘이란’을 소개하고픈 여자가 있다. 그녀는 그곳에서 꾹꾹 담아 온 이야기들을 이제 막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테헤란과 서울, 그 사이를 잇는 ‘테헤란 나이트’에 귀를 기울여 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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