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연재를 시작하며

영사기는 아무 곳에서나 잘 돌아갈 것이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인생은 알 수 없다. 삼천포로 빠지나 싶더니, 결국 십 년 전에 점찍어둔 장소에 도착했다. 그래서 깨달았다. 때로 어떤 이는 삼천포로 가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고백하자면 이 칼럼 제목은 내가 10년 전에 지어둔 것이다. 

영()화를 보며 떠오른 생각(思)을 두서없이 기(記)록한 글: 영사기. 

물론, 십년 전의 내가 예스24의 청탁을 예상했을 리 없다. 

당시의 나는 영화칼럼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백수에게 칼럼리스트를 시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영화기자가 되려 했다. 

그러나 영화기자가 되려면 일단 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자가 되려 했다. 

그러나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단 글을 썼다. 

그 와중에 기자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자생각을 접고 소설을 썼다. 

우여곡절 끝에 소설가가 됐는데, 이 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한 후 영화칼럼 청탁을 받은 것이다. 

인생은 알 수 없다. 삼천포로 빠지나 싶더니, 결국 십 년 전에 점찍어둔 장소에 도착했다. 

그래서 깨달았다. 때로 어떤 이는 삼천포로 가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 글도 수시로 삼천포로 빠질 것이다. 물론 영화적 지식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정색하고 영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래야 삼천포와 삼천포 사이를 헤매더라도, 결국은 목적지로 연결되는 다리를 통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하자면, 이 칼럼의 제목은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라면 아무것이라도 쓸 수 있는 <영사기(思記)>’다. 영사기는 아무 곳에서나 잘 돌아갈 것이다. 

물론, 십년 전의 내가 이런 걸 모두 예상하고 제목을 붙였을 리 만무하다. 


* 최민석의 영사기(思記)는 매월 2주, 4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01.jpg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8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최민석(소설가)

단편소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제10회 창비신인소설상(2010년)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능력자> 제36회 오늘의 작가상(2012년)을 수상했고, 에세이집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를 썼다. 60ㆍ70년대 지방캠퍼스 록밴드 ‘시와 바람’에서 보컬로도 활동중이다.

오늘의 책

법정 스님의 죽비 같은 말씀 모음집

입적 후 14년 만에 공개되는 법정 스님의 강연록. 스님이 그간 전국을 돌며 전한 말씀들을 묶어내었다. 책에 담아낸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가르침의 목소리는 고된 삶 속에서도 성찰과 사랑을 실천하는 법을 전한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로 인도하는 등불과도 같은 책.

3년 만에 찾아온 김호연 문학의 결정판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소설가의 신작. 2003년 대전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에서 중학생 시절을 보냈던 아이들. 15년이 흐른 뒤,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사정으로 비디오 가게를 찾는다.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모험을 행했던 돈키호테 아저씨를 찾으면서, 우정과 꿈을 되찾게 되는 힐링 소설.

투자의 본질에 집중하세요!

독립 리서치 회사 <광수네,복덕방> 이광수 대표의 신간. 어떻게 내 집을 잘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이다. 무엇이든 쉽게 성취하려는 시대. 투자의 본질에 집중한 현명한 투자법을 알려준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행동하도록 이끄는 투자 이야기.

건강히 살다 편하게 맞는 죽음

인류의 꿈은 무병장수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며 그 꿈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세계적인 장수 의학 권위자 피터 아티아가 쓴 이 책을 집집마다 소장하자. 암과 당뇨, 혈관질환에 맞설 생활 습관을 알려준다.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에 필요한 책.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