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최민석의 영사기(映思記)
연재를 시작하며
영사기는 아무 곳에서나 잘 돌아갈 것이다.
인생은 알 수 없다. 삼천포로 빠지나 싶더니, 결국 십 년 전에 점찍어둔 장소에 도착했다. 그래서 깨달았다. 때로 어떤 이는 삼천포로 가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고백하자면 이 칼럼 제목은 내가 10년 전에 지어둔 것이다.
영(映)화를 보며 떠오른 생각(思)을 두서없이 기(記)록한 글: 영사기.
물론, 십년 전의 내가 예스24의 청탁을 예상했을 리 없다.
당시의 나는 영화칼럼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백수에게 칼럼리스트를 시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영화기자가 되려 했다.
그러나 영화기자가 되려면 일단 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자가 되려 했다.
그러나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단 글을 썼다.
그 와중에 기자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자생각을 접고 소설을 썼다.
우여곡절 끝에 소설가가 됐는데, 이 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한 후 영화칼럼 청탁을 받은 것이다.
인생은 알 수 없다. 삼천포로 빠지나 싶더니, 결국 십 년 전에 점찍어둔 장소에 도착했다.
그래서 깨달았다. 때로 어떤 이는 삼천포로 가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 글도 수시로 삼천포로 빠질 것이다. 물론 영화적 지식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정색하고 영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래야 삼천포와 삼천포 사이를 헤매더라도, 결국은 목적지로 연결되는 다리를 통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하자면, 이 칼럼의 제목은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라면 아무것이라도 쓸 수 있는 <영사기(映思記)>’다. 영사기는 아무 곳에서나 잘 돌아갈 것이다.
물론, 십년 전의 내가 이런 걸 모두 예상하고 제목을 붙였을 리 만무하다.
* 최민석의 영사기(映思記)는 매월 2주, 4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단편소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제10회 창비신인소설상(2010년)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능력자> 제36회 오늘의 작가상(2012년)을 수상했고, 에세이집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를 썼다. 60ㆍ70년대 지방캠퍼스 록밴드 ‘시와 바람’에서 보컬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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