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이력서를 가득 채우자
“몸을 위한 스펙을 쌓는 동안 마음과 영혼을 위한 스펙은 얼마나 쌓으셨나요?”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힘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깨를 펴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모든 문제의 해결은 바로 마음공부에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마음과 영혼의 이력서에 화려한 스펙을 쌓다보면 몸에 필요한 이력서의 스펙도 채워지게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물정 모르는 신부의 공허한 넋두리가 아닙니다. 그 어떤 CEO의 성공 스토리보다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대학 등록금 문제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의 얼굴을 볼 때 패기와 희망이 넘치기보다 좌절과 고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 나는 얼마 전까지 대학 이사장 직을 지냈습니다. 우수한 신입생을 모집하고, 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각종 시설을 확충하고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졸업생들의 진로를 모색하고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신부로 돌아오려 합니다. 이 땅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냉엄한 현실 앞에 눈물 흘리며 무릎 꿇거나, 비겁한 자세로 타협하지 않고 바른 인성과 맑은 영혼을 소유한 아름다운 사람들로 성장해가기를 사제로서 기도합니다.
땅을 딛고 서서 빵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하늘을 우러르며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요즘 나는, 삶이란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지식과 이론으로, 심지어 방관자 같은 태도로 삶을 대하면 마음은 무력감과 덧없음으로 가득 차버립니다.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인식한 만큼 삶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삶의 반쪽만 바라보며 살아온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하늘은 보지 않고 땅만 보며 살아온 것입니다. 땅이 어떻게 하늘을 받아들인 채 스스로를 일궈내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땅은 혼자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늘을 보지 않고 땅만 바라보다가는 방향을 잃고 급기야 넋마저 잃게 됩니다.
땅에만 눈을 두고 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삶은 얼마나 고달픈가요? 잠시 쉴 틈도 없고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더 나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청춘들이 밤낮 없이 땀을 흘립니다. 그들의 이력서는 참으로 화려합니다. 다양한 해외 연수 경험에 두세 가지 외국어의 공인 시험 점수에 이런저런 자격증에 화려한 봉사 활동 경력까지 두루 갖춘 이력서를 보면 탄성이 터집니다. 빛나는 스펙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생각하면 존경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달려오는 동안 그들은 몇 번이나 하늘을 우러러봤을까요? 몸을 위한 스펙을 쌓는 동안 마음과 영혼을 위한 스펙은 얼마나 쌓았을까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땅에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한 노력, 몸을 위해 갖춰야 할 스펙을 쌓는 일보다 하늘에 있어야 할 것들을 얻기 위한 노력, 마음과 영혼을 위해 갖춰야 할 스펙을 쌓는 일이 훨씬 소중합니다. 이 나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삶이 성스러워집니다.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삶 앞에서 겸허해집니다.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삶 속에서 땀 흘리게 됩니다. 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니 황금 같은 청춘의 시간을 땅의 스펙을 채우는 데만 사용하지 말고 하늘의 스펙을 채우는 데도 사용해야 합니다.
마음과 영혼을 위해 스펙을 쌓는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할까요? 그것은 ‘마음공부’를 한다는 말입니다. 외국어 실력을 키우고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것 이상으로 마음과 영혼을 가꾸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내가 학생들과 대학 관계자들에게 강조해왔던 게 바로 마음공부입니다. 대학은 지식을 쌓기 위한 공부와 마음을 닦기 위한 공부가 병행되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대학은 어떤 모습인가요? 마음공부가 없어져버린 지 오래입니다. 성적, 시험, 고시, 취업, 승진을 위해 지식을 축적하는 공부만 치열해지다보니 대학, 가정, 사회, 나라가 점점 황폐해져갑니다. 모두 마음공부가 상실된 탓입니다. 마음공부 없는 지식공부는 속 빈 강정일 뿐입니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힘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깨를 펴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모든 문제의 해결은 바로 마음공부에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마음과 영혼의 이력서에 화려한 스펙을 쌓다보면 몸에 필요한 이력서의 스펙도 채워지게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물정 모르는 신부의 공허한 넋두리가 아닙니다. 그 어떤 CEO의 성공 스토리보다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고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마음공부를 위해 깊게 앉을 때 마침내 참된 자아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삶의 목적을 찾게 된다면 그 자리가 바로 구상 시인이 노래한 ‘자신만의 꽃자리’가 될 것입니다.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가요? 어디까지가 땅이고 어디부터가 하늘인가요? 땅 없는 하늘이 공허하고 하늘 없는 땅이 의미를 잃는다면 하늘과 땅은 둘이면서 하나고 하나면서 둘입니다. 하늘이 땅으로 내려와 안겼기 때문입니다. 땅이 하늘을 받아들여 삼라만상의 생명을 잉태하고 낳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늘의 별을 보며 땅 위의 길을 찾아갑니다. 하늘빛을 받아 땅 위에 있는 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합니다. 하늘과 땅의 온전한 결합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어둠의 몽매함에서 벗어나 빛의 깨달음이 우리 영혼을 세차게 뒤흔들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사랑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마음공부를 통해 하늘과 땅의 온전한 결합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진정한 기쁨과 희열을 맛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서강대 이사장실에서
유시찬
이 책은 예수회 소속으로 서강대 이사장을 지내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청년토크’를 개최하여 ‘청년들과 소통하는 신부님’으로 자리매김한 유시찬 신부가 성직자로서 인생을 살면서 마음 깊이 느꼈던 점들, 또한 다양한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느꼈던 점들에 대해 써내려간 인생공감 잠언집이자 경쟁사회 속에 지쳐 삶의 방향타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능동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언하는 마음공부 에세이다. 저자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잠깐의 여유를 갖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가 놓치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제안한다.
관련태그: 유시찬,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유시찬> 저11,700원(10% + 5%)
경쟁사회 속에서 삶의 방향타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 넘쳐나는 가벼운 힐링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회 출신, ‘덕망 높은 스승 유시찬 신부’가 전하는 깊은 울림의 메시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장을 향해 걸어가는 중년들까지, 과연 자신만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