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가장 좋은 교재, 신문
온라인 10개보다 종이 신문 하나 읽는 게 낫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글쓰기 강의를 하고 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다. 그 때마다 나는 어김 없이 한가지를 일러준다. “신문을 매일 읽으세요.”라고.
“글을 잘 쓰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글쓰기 강의를 하고 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다. 그 때마다 나는 어김 없이 한가지를 일러준다. “신문을 매일 읽으세요.”라고.
신문은 글쓰기의 가장 좋은 교재다. 그 이유는 신문에 실리는 글, 즉 기사를 쓰는 기자의 글쓰기가 가진 특징에서 비롯된다. 내용이나 형식에 관계 없이 모든 기사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글을 쓰는 사람보다 글을 읽는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기자는 기사를 쓰기 전부터 독자들의 관심을 기준으로 취재 여부를 결정한다. 기사를 쓴 다음에는 실시간으로 독자들의 평가를 받는다. 칭찬도 있지만 독설과 비판이 더 많으니 늘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이해하기 쉽게 쓴다. 신문을 읽는 독자는 불특정다수, 말 그대로 모두다. 따라서 아무리 전문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읽어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사를 써보면 쉽게 쓰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어려운 이야기를 그냥 들을 대로 쓰면 어려운 이야기가 되지만, 그 내용을 기자가 숙지하고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이야기, 독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를 끄집어내 바꿔 써야 한다. 세계적인 석학을 인터뷰하고 원고지 10매짜리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얼른 이해가 될 것이다. 독자들이 쉽게 읽을수록 기자는 어렵게 기사를 쓰는 셈이다.
독자를 의식하고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쓰는 것. 기자의 글쓰기가 가진 이 두 가지 특징은 기자가 아닌 사람들의 글쓰기에도 대단히 유용한 바탕이 된다. 독자를 의식한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글쓰기의 기본이다. 아무리 잘 썼다 해도 읽는 사람이 받아 들이지 못한다면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그들의 입장에서 내가 쓴 글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어려운 것을 쉽게 쓴다는 것은 독자를 의식한다면 당연한 결과이다. 내가 아는 것이 아무리 많아도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면 일단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써야 한다. 상대에 따라 내 글쓰기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명확하게 받아들여진다.
또한 어려운 것을 쉽게 쓰기 위해서는 이해력과 자기주도적 사고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 어렵고 복잡한 주제에 대해서도 학습과 경험, 노력을 통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 중에서 핵심 되는 이야기, 읽는 사람의 관심을 끌만한 사안들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why’를 묻고 ‘no’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자의 글쓰기를 응용하고 싶다면 우선 쓰기의 앞 단계인 읽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신문을 읽어야 한다. 단, 신문을 읽는 데도 방법이 있다.
종이 신문으로 읽어라. 온라인 미디어가 전혀 없던 20년 전 기자 생활을 시작한 나는 아직도 ‘종이 신문’이라는 말이 영 비어처럼 껴진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 포털에서 뉴스를 읽는 게 워낙 일반화되어 있다 보니 그냥 신문이라고 하면 온라인을 생각할 사람도 많을 것이기에 할 수 없이 ‘종이’를 붙이는 것이다.
사실 같은 매체, 심지어 같은 기사라도 지면으로 읽는 것과 온라인으로 읽는 것은 천양지차다. 온라인의 경우 제목을 보고 내 마음에 드는 기사만 골라 읽게 마련이다. 클릭하고 들어가면 한 번에 하나의 기사만 볼 수 있다.
반대로 지면은 정치부터 연예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기사를 일단 보게 되고 한 지면에도 여러 기사가 들어 있다. 아무래도 기사를 선택하는 폭이 넓을 수 밖에 없다. 종이 신문이 단지 다양한 내용의 기사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사는 그 종류에 따라 글의 형식도 달라진다. 크게 보아 정치, 경제, 사회, 국제면 기사에서는 사건이나 발표처럼 사실을 짧게 전달하는 기사들이 주를 이루고 문화나 생활, 체육면 등에는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른 관점으로 풀어내는 긴 기사들이 많다. 각각의 기사는 비교적 정해진 틀을 가지고 있어 어떤 주제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이해하기도, 따라 해보기도 좋다.
적어도 글쓰기라는 관점에서는 신문을 지면으로 읽어야 다양한 기사를 통해 잘 된 것은 잘 된 대로,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글을 가늠하는 눈이 생기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라. 종이 신문이라고 보는 기사만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기사를 접하기 위해서는 기사 편식은 금물이다. 모든 기사를 다 읽을 수 없다면 어떤 기사가 실렸는지 우선 1면부터 끝까지 죽 훑어보고 나서 상황에 맞춰 골라 읽으면 된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그냥 눈가는 기사만 읽어서는 곤란하다. 먼저 전체 지면을 눈으로 사진 찍어 놓고 나서 개별 기사에 눈을 돌리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어떤 글을 보든 전체 구도를 볼 수 있게 된다. 특히 마지막 오피니언 면에 실리는 사설이나 칼럼은 빼놓지 않고 챙겨 보자. 신문이 아닌 곳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글쓰기 형태로 논술이나 에세이 등 자신의 의견을 펼치고 그것을 평가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이슈가 되는 내용은 물론이고 글쓰기 측면에서도 살아 있는 교과서 역할을 한다.
매일, 공 들여 읽어라. 매일 오는 신문이라고 아무 때나, 시간 남을 때 읽겠다고 하면 잘 안 읽게 된다. 글쓰기를 위해 기왕 공을 들이기로 했으면 매일 시간을 정해 놓고 읽어라. 따로 시간을 내기 힘들다면, 출퇴근 시간처럼 일정하게 비는 시간을 신문 읽는데 할애하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신문 읽기를 내 일과의 하나로 만드는 일이다.
신문을 읽을 때도 공을 들여야 한다. 그냥 내용만 따라가지 말고 글쓰기의 관점에서 기사를 보겠다고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고 읽어야 한다. 아울러 기사의 제목도 주의 깊게 읽을 필요가 있다. 제목은 기사의 내용을 압축하고 포인트를 짚어 주는 역할을 한다. 제목을 읽고 본문을 읽으면 기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좀 더 확실하게 들어온다. 반대로 본문을 읽고 그것이 어떻게 제목으로 뽑혔는지 되짚어 보는 것도 좋은 훈련 방법이다.
이렇게 신문 읽는 것이 습관이 되면 그 날 읽은 기사 중 가장 따라 쓰고 싶은 기사를 골라 스크랩을 해보자. 컴퓨터로 따 붙이기 하는 것도 편리하지만 기왕이면 오래 가는 아날로그 방식을 권한다.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찾아서 정리해두고 그 글을 고른 이유까지 기록해 두면 확실한 자기 데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일 주일에 한 번은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그대로 따라 써보면 더욱 좋다. 자신이 잘 썼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 만큼 따라 쓰기를 통해 그 기사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칼럼이라면 같은 주제로 글을 써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비싼 교재가 꼭 최고의 교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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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와 매일경제에서 18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와 라이프 관련 기사를 주로 쓰고 있다. 2000년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1990년대 한국 댄스음악과 10대, 그리고 TV와의 삼각관계’를 주제로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대중문화의 흐름 속에서 민감하게 파도타기를 하며 각 세대들이 즐기는 그들의 문화와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그것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흥미를 갖고 있다.
그녀의 최근 작 『헬로키티 성공신화』는 키티 맘 세대로서 네 살 난 딸로 인해 다시 헬로키티의 세계에 입문한 뒤, 만들어진 지 35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전 세계 어린이들의 로망이자 가족도 대신할 수 없는 비밀 친구 역할을 하는 키티에 주목하게 된 것이 동기가 되어 쓰게 된 저서이다. 헬로키티를 이미 잘 알고 있음에도 입이 없기에 모든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누구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입할 수 있게 만드는 헬로키티의 완벽한 디자인과 감성적인 마케팅 전략에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저자는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상의 시대 반항의 음악-60년대 미국음악과 사회』『살림지식총서-월트 디즈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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