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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에 퇴근하는 사람들은 이런 곳이 필요하겠구나

이야기가 스미는 곳, 이보다 더 여유로울 수 없다 카페 우르술라(Cafe Ursula), 카이보푸이스토(Kaivopuisto) 공원 “기억에 남는 영화 중 몇 개를 골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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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우르술라는 은근한 배산임수의 지형에 위치하고 있다. 눈앞의 파란 바다에 간혹 보이는 요트들과 컬러풀한 나이키 러닝 수트에 벨킨 암밴드, 이어폰과 선글라스를 끼고 해안선을 따라 조깅하는 건강한 사람들을 보며 ‘아… 4시에 퇴근을 하는 나라 사람들은 이런 멋진 쉴 곳과 취미생활이 반드시 필요하겠구나’ 하고 그들의 여유를 잠시 빌려다 즐기기에 이보다 적당한 곳이 있을까 싶다.


카페 우르술라는 은근한 배산임수의 지형에 위치하고 있다. 눈앞의 파란 바다에 간혹 보이는 요트들과 컬러풀한 나이키 러닝 수트에 벨킨 암밴드, 이어폰과 선글라스를 끼고 해안선을 따라 조깅하는 건강한 사람들을 보며 ‘아… 4시에 퇴근을 하는 나라 사람들은 이런 멋진 쉴 곳과 취미생활이 반드시 필요하겠구나’ 하고 그들의 여유를 잠시 빌려다 즐기기에 이보다 적당한 곳이 있을까 싶다. 파란 하늘 아래 커다란 돗단배 같이 하얀 날개를 활짝 펴고 심심하면 그대로 항해를 떠날 것 같은 그곳의 테라스에 앉아 시나몬롤 한 개와 카페라테 한잔을 섭취하며 시간을 보낸 후 카페 뒤로 슬슬 걸어 가보면 야트막한 언덕이 있는 카이보푸이스토 공원에 들어서게 된다.

공원에는 당당히 몰려다니는 오리떼와 용감하게도 경사면에 있는 바위에 누워 선텐을 즐기는 사람들, 잔디밭에서 뒹구는 커플들과 여전히 뛰고 있는 사람들이 잔잔한 밀도로 각기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곳에 문득 나타난 우리가 침입자 같아 조금 미안할 정도로.

그곳에서 어떤 음악을 들었다면, 나중에라도 그 음악을 듣는 내내 ‘아, 이건 카이보푸이스토 BGM이었지’ 하게 되었을 텐데, 뜻밖에도 아름다운 카이보푸이스토 공원의 짝꿍 자리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제목만 들어도 으응? 하게 되는 영화가 차지했다. 공원을 산책하며 수세미양이 전날 본 그 영화의 줄거리를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인데, 공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었고, 여행과도 상관이 없었지만 매우 강렬한 내용이어서 그 느낌과 공원의 풍경이 찰싹 붙어버렸다. 고전주의 풍경화에 마티스의 아가씨가 한 명 들어가버린 것처럼. 그건 그대로 또 재미가 있다. 요즘은 믹스매치와 콜라보레이션이 유행이니까, 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심지어 멋진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은 누구나 상상력이 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나도 별 수 없이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뭐 좀 이런 느낌의 이야기는 없나? 하며 찾기도 하고 말이다. 수학도 이야기로 되어있으면 좋아했을 텐데 그런 방식으로 배우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근의 공식의 주인공인 2ab와, 루트 같은 것들로 로맨틱 코메디나 대하드라마를 만들어놓았으면, 지금까지도 완벽히 기억할 텐데(어쩌면 법정물이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근의 공식은).

그런데, 그것이 영화가 되었든, 책이 되었든, 드라마가 되었든 어떤 스토리라는 것을 직접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 ‘전해’ 듣게 되면 그것 참 묘하게 다른 느낌을 받게 되고, ‘아~ 이것이 진정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 그렇겠지 싶다.

이야기가 재미가 있든 없든 묵언수행하는 사람마냥 말하는 사람 입만 멀뚱히 쳐다보며 듣게 되진 않으니까 ‘아 그래? 진짜? 그래서? 아니 잠깐만 이랬다고? 아깐 그랬다며? 아, 그거였군. 근데 걘 누구였지?’ 따위의 반응을 보이고 그에 따른 답변도 오가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그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기도 하고, 전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버려 마침내 처음에 무슨 주제를 전달하려 했던 건지 까먹어버리고는 ”에라이 모르겠다 그나저나 그건” 하는 식으로 맥락 없이 끝을 맺을 때도 있지만 그렇게 했다고 해서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니면 큰 일이 날 수도 있는 비행기 조종석의 인터페이스 같은 것이 아니니까. 뭐 또 달리 가서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수세미양이 들려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그 시작은 공원에 불쑥 나타난 우리만큼이나 딱히 맥락이 없었지만 전달되는 과정은 꽤나 정돈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원 중간 즈음에서 시작해서 공원을 벗어나 주택가에 들어서기까지의 길에 마츠코 이야기가 스며들 수 있었다. 덕분에 여행 중 빈번히 마주친 공원 중에서도 카이보푸이스토 공원의 기억은 그 바삭바삭한 이름과 함께 무언가 끙, 하는 느낌으로 강렬하게 남게 되었다.

그 영화를 보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기억에 남는 영화 중 몇 개를 골라주세요” 하면 그 중에 하나 정도로 말하게 될 것 같다. “아 제가 직접 본 건 아닌데요” 하면서 말을 꺼내면 좀 우스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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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처럼 김나율 저/이임경 사진 | 네시간
디자이너이며 보통의 여행자인 두 저자가 핀란드 헬싱키, 스웨덴 스톡홀름, 덴마크 코펜하겐 세 도시로 북유럽 여행을 떠났다. 여정에 얽힌 유쾌한 이야기, 먹고 즐기고 쉬기에 유익한 정보 등 여행지로서의 북유럽을 담으며 그들의 공간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필두로 독특한 문화와 날씨, 물가 등 다양한 관심 키워드를 다룬다. 보통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적당히 놀며 쉬며 접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사는 방식을 통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북유럽 스타일의 감성으로 삶을 덜어내고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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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터홀릭 ]
[ 그대로 꿈, 그래도 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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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나율, 이임경(사진)

김나율
드라마 작가와 음악가와 월세 집 주인을 최고 동경하고
처녀 귀신, 생 굴, 날아오는 공이 제일 무섭고
오로라, 한 겨울 사우나, 피오르를 만나러 가고 싶고
디자인, 산수, 집안일이 너무 두렵고
이제 막 맥주와 커피의 맛을 좀 알 것 같은
대체로 무익하지만 가끔은 유익하게 사는 적당한 사람.
서울대 디자인학부 졸업. 싸이월드, LG 전자 근무. 현 프리랜서 모바일 GUI 디자이너.

이임경
점토의 말캉말캉함과 희뿌연 흙먼지, 흐르는 땀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 도자기를 한다.
가장 맑게 그리고 거침없이 꿈꾸는 열아홉과
함께할 수 있어 수업시간은 늘 기대된다.
안목바다의 수평선 같은 조용하고 담백한 사진은
설렘을 주고 흙 작업을 하며 한껏 벌린 설거지거리를
예쁜 수세미로 닦는 시간은 무척이나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다.
여행은 ‘진짜’ 나를 마주하게 한다.
서울대 디자인학부, 공예대학원 졸업, 도자 공예가.
현 선화예고, 남서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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