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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계속된 다이어트 실패로 고민중인 한 여자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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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상 과체중인 사람은 체중이 정상인 사람보다 체중을 조절해보려는 노력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많이 먹고 적게 운동하면 비만에 이르게 된다는 자연의 법칙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비만에 이르는 복합인자의 증폭을 컨트롤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그 중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앞으로 설명할 탄수화물 중독과 우울증입니다.

10년간의 다이어트 실패

최근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준 Y씨의 사연을 소개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Y라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올려주시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 드립니다. 다이어트에 관련된 것입니다.

저는 30세의 사무직 여성입니다. 회사 특성상 출퇴근이 늦고 취침시간도 대략 새벽 2~3시, 기상시간은 8~9시 정도입니다. 키는 166㎝이며 현재 몸무게는 62㎏이고요.

10여 년간 많은 다이어트를 했습니다. 운동도 거의 쉬지 않았고요. 그런데 제가 ‘독하게 굶거나 운동하는 정도’의 생활은 하지 않아서 그런지 3~4㎏ 정도의 감량과 요요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지금은 6개월 전보다 6㎏ 정도가 찐 상태입니다.

도움을 청하고자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탄수화물 폭식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빵과 과자 등을 쉼 없이 먹게 됩니다. 관련 내용을 많이 찾아보고 현미식과 오메가 3의 보충 등으로 노력해보았으나 현재 제 의지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절박한 마음에 지난 한 달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도 높게 해봤지만 식생활 개선이 안 되니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살이 찌고 많이 붓는 상황입니다.

둘째, 식욕억제 한약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한약을 하루에 한 봉 정도 계속 먹어왔습니다. 폭식이 심할 때는 이것마저도 먹기 싫더군요. 한약 역시 들을 때가 있고 안 들을 때가 있습니다. 약의 효과도 심리상태의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계속 살이 찌면서 대인 기피와 무력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즐거운 마음으로 조금씩 빠지던 살이 어느 날 터진 탄수화물 폭식으로 이전보다 더 쪄버리고 당장 올해 말 결혼을 앞두고 있어 너무나 불안하고 괴로운 상황입니다.
166㎝에 62㎏인 Y씨를 비만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 중 하나는 비만인들이 비만에 대한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으며 체중 감량을 위한 노력도 별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위 편지를 읽으면서 느꼈겠지만 비만이 시작되는 단계부터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체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노력해도 살이 안 빠지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제 경험상 과체중인 사람은 체중이 정상인 사람보다 체중을 조절해보려는 노력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많이 먹고 적게 운동하면 비만에 이르게 된다는 자연의 법칙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비만에 이르는 복합인자의 증폭을 컨트롤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그 중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앞으로 설명할 탄수화물 중독과 우울증입니다.

다이어트보다 탄수화물 중독에서 먼저 벗어나자

탄수화물 중독 증세를 가진 사람은 쉽게 허기를 느끼며, 커피, 과자, 빵, 밥, 햄버거 등 당분이 많은 식품을 매우 좋아하고, 다이어트를 자주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그리고 금방 식사를 했어도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후식을 많이 먹게 되고, 세끼 식사 외에도 오후 간식이나 야식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흔히 비난하는 쉴 새 없이 먹는 사람들이 바로 이 부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요즘 연구의 결과입니다.

일반인이 이런 과학적인 기전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탄수화물의 섭취는 혈중 인슐린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인슐린은 탄수화물을 세포 속으로 집어넣어 지방으로 바꾸어 저장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혈당을 내립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체내의 세포들이 높은 인슐린 농도에 익숙해진 나머지, 인슐린에 대한 반응이 무뎌져 당분이 체내에 들어와도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럼 세포는 자신이 마치 굶는 것으로 오판하고 당분을 더 들여오라는(탄수화물이 든 음식을 더 먹으라는) 그릇된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이 대목은 실제 당뇨병이 발병하는 기전과 같은 가설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추신경계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문제입니다. 탄수화물 섭취가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키게 되는데, 세로토닌은 사람을 진정시키고 우울한 마음을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즉, 단 것을 먹게 되면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 이 음식이 정서적으로 안도감을 주었던 경험이 각인되고 앞에 말한 인슐린 과다로 인해 초래된 공복감과 그로 인한 불안이 음식섭취로 해소되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이 바로 탄수화물 ‘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에게 단지 음식섭취를 잘 조절하라는 말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일단 아침을 잘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식 아침식사인 빵이나 도넛, 커피 등은 오히려 탄수화물 중독을 악화시키지만, 한국인에게는 다행히도 건강한 한식 식단이 있습니다.

점심은 잘 먹어도 괜찮습니다. 점심을 잘 먹으면 오후 간식에 대한 욕구가 그나마 조절될 수 있습니다. 간식을 먹어야 한다면 단순당을 피하고 포만감을 주는 지방이 함유된 견과류나 섬유질이 풍부하면서도 단맛이 덜한 과일이 좋습니다. 하지만 저녁을 적게 먹어야 하고, 일찍 자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야식 먹을 일이 없어집니다. 밤 늦게까지 컴퓨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본다면 야식을 먹을 구실을 만드는 셈입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억지로 맛없는 것을 골라 먹으면서 고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은 탄수화물 중독을 극복해야 정말 다이어트가 가능하므로 단순당이 아니라면 기름기가 좀 있는 것도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 매콤한 낙지볶음이나 해물찜, 새우튀김이 케이크나 도넛, 초콜릿보다 낫습니다. 칼로리 측면에서 이익이 없더라도 엉망이 된 체내 호르몬 밸런스의 교정을 위해 투자할 만합니다. 그리고 설탕을 넣지 않은 옥수수차나 녹차 등에 맛을 들이면 처음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던 사람도 그 은은한 맛에 점차 새로운 중독(?)되어 단 것이 사실은 그다지 좋은 맛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울증이 폭식을 이끈다

두 번째 문제가 바로 우울증입니다. 반복해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다 보면 좌절과 자신에 대한 실망이 쌓이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자포자기하고 폭식을 하면서 체중을 대폭 불리게 됩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반복하면서 요요 현상도 반복되어 결국은 지속적으로 체중이 느는 결과를 낳습니다. 의학적으로 우울증은 두뇌 내의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으로 설명되는데(이 신경전달물질에 위에서 탄수화물 중독과 관련해 설명했던 세로토닌이 포함됩니다) 체중 감량 실패로 생기는 좌절감이 우울증을 만든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지만, 우울증을 가진 사람이 그 증세의 하나로 폭식을 하게 되어 체중이 늘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 경우 다이어트나 운동뿐만 아니라 정신과적 치료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비만이라는 것은 정신생리학적인 인자가 복합된 질환이고 심리학적인, 환경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행동과 습관을 교정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하므로 비만인이 정신과적인 상담을 받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예전에야 정신과에 다니면 색안경을 끼고 봤지만 지금은 그런 잘못된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비만은 단지 게으르고 먹기 좋아해서 생기는 결과물이 아닙니다. 탄수화물 중독과 우울증이 대표적인 정신생리적인 원인으로 정신과 상담과 생활습관 교정으로 치료될 수 있습니다. 주위에 비만한 사람이 있다면 격려와 지지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아직 비만은 아니지만 체중 증가로 고민하는 사람들도 앞에서 말한 생활습관 교정으로 체중 감량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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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사의 건강백신 고수민 저 | 북폴리오
이 책은 생활 건강, 직장인 건강, 질병 건강, 여성 건강, 건강에 관한 단상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평소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알려준다. 또, 빠른 체중 감량 법, 자꾸 방귀가 나올 때, 검강검진의 비밀 등 궁금하고 의심스러웠지만 딱히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들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많은 방문자들의 사랑을 받은 파워블로거 특유의 입담과 글솜씨도 확인할 수 있으며, 생생한 사례와 일러스트가 곁들여져 유익한 정보를 재미있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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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수민

1996년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였다. 2005년 도미, 현재 Montefiore Medical Center에서 재활의학과 의사로 근무 중이다. 미국 의사시험(USMLE)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티스토리에 블로그 〈뉴욕에서 의사하기〉를 개설하였다. 의학정보, 영어공부법, 재테크 등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가 블로거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단기간 방문자 1천만 명을 돌파, 2008년 포털 사이트 다음(Daum) 블로거 기자 상을 받았다.
그는 총 4개의 전공을 거친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2000년 삼성서울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내과 수련을 시작했으며, 2007년 재활의학으로 전공을 바꿀 때에는 이미 배운 인체 내부의 지식에 더해서 인체 바깥 부분을 담당하는 근골격계를 새로 배움으로써 의학지식을 완성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3년의 과정을 마치고는 근골격계 증상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통증을 더 배우고 싶어 통증의학 전문의 과정까지 마쳤다. 그는 4년으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수련 생활을 11년가량 거치고 보니 환자들이 가진 여러 개의 질환을 서로 연결하여 볼 줄 아는 시각이 생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뉴욕의사의 건강백신』에는 그런 종합적인 시각이 담겨있다.
『뉴욕의사의 건강백신』은 백과사전처럼 모든 질환을 골고루 정리해주기보다는 누구나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건강 상식을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고 포인트를 거듭 강조해서,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각인되도록 했다. 저자의 글은 동네 아저씨처럼 친절하면서도 촌철살인의 명쾌한 진단과 처방, 직접 겪은 환자들의 생생한 사례들로 많은 블로거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3년 카플란 학원 USMLE 설명회 강사, 2005년 GMES 미국의사시험 전문 학원, 서울 메디컬스쿨 USMLE 강사, 2005년 서울 상덕의원 부원장, 2007년 St. Mary's Health Center, St Louis, Missouri, Internal Medicine , 2008년 USMLEMASTER.com USMLE 설명회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Montefiore Medical Center, New York,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 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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