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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 록의 화신이 내놓은 후반기의 최고작 - 데이비드 보위, 페퍼톤스, 스몰 오

멈추지 않는 변신의 귀재,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비약적인 발전이 보이는 페퍼톤스(Peppertones)의 미니앨범 리스크가 있는 데뷔작, 스몰 오(small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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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 록의 화신 데이비드 보위가 선보이는 (무려) 30번째 스튜디오 앨범이 발표되었습니다. 앨범은 20년 만에 UK 앨범차트 1위에 오르면서 상당한 반응을 얻어내고 있지요. 국내에서는 자연적인 소리들로 따스한 포크를 들려주는, 이스턴 사이드 킥과 겸업(?)밴드이지만 완전히 다른 밴드가 돼서 돌아온 스몰 오의 앨범과, 2012년 말에 발표되었지만 그냥은 넘길 수 없는 앨범, 페퍼톤스의 EP < Open Run >을 소개해 드립니다.

글램 록의 화신 데이비드 보위가 선보이는 (무려) 30번째 스튜디오 앨범이 발표되었습니다. 앨범은 20년 만에 UK 앨범차트 1위에 오르면서 상당한 반응을 얻어내고 있지요. 국내에서는 자연적인 소리들로 따스한 포크를 들려주는, 이스턴 사이드 킥과 겸업(?)밴드이지만 완전히 다른 밴드가 돼서 돌아온 스몰 오의 앨범과, 2012년 말에 발표되었지만 그냥은 넘길 수 없는 앨범, 페퍼톤스의 EP < Open Run >을 소개해 드립니다.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 The Next Day >

글램 록(Glam rock)의 화신, 무차별한 변신의 귀재라지만 일흔을 바라보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에게 더 이상 또 다른 페르소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1970년대의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라는 외계인과 씬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와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해도 언제까지 그때와 같은 메이크업과 염색을 시키고 치마와 롱부츠를 착용시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화의 첨단을 걷던 그도 생각해보면 1947년생이다. 할아버지 소리를 들어가며 경로 우대를 받을 그런 시기에 있는 것이다.

오히려 새 앨범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수집가들을 위한 베스트 앨범과 박스 세트로 황혼기를 마무리하지 않던가. 그 와중에 신곡이라도 같이 끼워 나오면 그보다 더 감격스러운 일은 없다. 게다가 데이비드 보위는 심장 수술을 받았던 2004년부터 긴 휴지기에 들어갔다. 디스코그래피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 Reality >도 그보다 1년 전에 발매되었으니 정규 음반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아쉬운 예측도 영 설득력이 없던 낭설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초 등장한 뉴스는 이러한 예상을 단번에 뒤엎었다. 10년 만에 발매하는 앨범은 신곡으로만 온전하게 채운 27번째 스튜디오 음반이 될 계획이라는 것. < Young Americans >, < Low >, < Heroes > 등 명반 행진은 물론, 가장 최근의 앨범들까지에도 연을 잇고 있는 토니 비스콘티(Toni Visconti)가 프로듀서로 내정되었으며 앨범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 빠르게 SNS를 타고 팬들에게 전파되었다. 60대 중반의 움직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왕성한 활동이 이어졌다. 들뜬 소식이 채 가기도 전에 리드 싱글 「Where are we now」와 두 번째 싱글 「The stars (are out tonight)」을 차례로 발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 Heroes > 자켓 위에 제목을 덧씌운 앨범 커버도 공개되었다.

시대감각에 뒤떨어져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이건만 데이비드 보위는 여전히 처지지 않는 매끈한 음악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1970년대와 1980년대를 훑어 내렸던 로큰롤 사운드를 구사하니 음반에 자리하는 것은 단연 관록 있는 옛 실력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다. 인트로 「The next day」에서부터 그 결과가 단숨에 드러난다. 2010년대에 쓰인 곡은 1973년에 발매되었던 작품 < Aladdin Sane >에 끼워 넣는다 해도 큰 어려움이 없다. 러닝 타임 내내 로킹한 기타 연주가 끊이질 않고, 고저를 오가는 롤러코스터 보컬이 빠르게 분위기를 쥐락펴락한다.

다음이 바로 문제다. 두 번째 트랙 「Dirty boys」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킬링 트랙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언급해야할 곡은 바로 세 번째 곡 「The stars (are out tonight)」다. 기타와 현악기가 뽑아내는 흡인력 있는 음색에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가사, 그리고 이를 닮아 정점에 서서히 올라가는 데이비드 보위의 보컬은 음반을 듣는 팬들에게 최고의 모멘트를 선사한다. 더불어 트랙은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접할 수 없는, 2013년에 가장 잘 어울리는 현재의 사운드를 담고 있다. 앞선 「The next day」에서 드러난 복고풍과는 어느 정도 대조되는 컨템포러리 넘버랄까. 아티스트로서의 감각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위의 곡들이 록 사운드로 강렬하게 귀를 지배했다면 「Where are we now?」와 「Valentine days」와 같은 곡들은 발라드의 멜로디로 달콤하게 소구력을 끌어 모은다. 특히 두 트랙에서는 데이비드 보위의 능란한 보컬이 큰 빛을 발한다. 느릿한 전개 위에 피아노와 현악 편곡이 조화를 이루는 「Where are we now?」에서는 중후한 목소리를, 뒤를 잇는 경쾌한 이미지의 「Valentine's day」에서는 특유의 톡톡 튀는 창법을 활용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한 포인트. 음반이 다채로울 수 있는 이유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법에 차이를 두었던 이 트랙들에 있다.

후반부의 곡들도 놓칠 수 없다.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I'd rather be high」와 빠른 템포의 「Dancing out in space」는 한 차례 숨을 골랐던 로큰롤의 레이스를 다시 펼치고 「Boss of me」는 < Station To Station >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러나 사운드의 텍스쳐에 있어서는 그와 다른 2013년의 펑크(funk) 사운드를 보여준다. 1980년대 팝의 느낌이 묻어나는 「How does the grass grow?」와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 현악기의 레이어를 차례로 쌓아올려 아방가르드를 연출한 「Heat」 또한 우열을 가리기 힘드니 그 어떤 트랙을 틀어놓아도 작품은 강한 매력을 흘려낸다.

감히 언급한다면 < The Next Day >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르는 데이비드 보위 후반기의 최고작이다. 곳곳에서 보이는 팝적인 센스는 단연 탁월하고 이를 토대로 가지 뻗은 수록곡들의 결과물 또한 흠잡을 곳이 없다. 물론 전성기를 수놓은 화려함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빈자리를 연륜이 말끔하게 메웠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도, 1980년대에도 디스코그래피의 어떤 시기에 가져다 놓아도 음반은 밀리지 않으며 데이비드 보위의 대표작으로 손꼽아 내놓는다 해도 아쉬움이 없다. 종합해 보면 아티스트 개인의 성과는 결코 이전에 못지않다.

10여년 만에 등장한 그는 한층 더 과감해졌다. 보위 사운드의 또 다른 변신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전부터 가져온 특유의 감각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대적인 터치를 앨범 전체에 구사해 오늘날에 걸 맞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 역시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찬사를 보내고자 하는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여전히 훌륭하고 여전히 매혹적이다. 빛깔을 바꿔오며 20세기를 장식한 아티스트는 지금도 시대를 밝게 비추고 있다. 멈추지 않는 변신의 귀재가 던진 새로운 컬러는 바로 < The Next Day >에 있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페퍼톤스(Peppertones) < Open Run >

페퍼톤스의 앨범들 중 가장 어두운 앨범 재킷을 지니고 있다. 정규 4집 < Beginner's luck >의 연장선상에 놓인 미니앨범이라고는 하지만 그것과도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이들의 출발점인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만을 기억하고 막연히 밝은 노래들만을 기대한다면 다소 당혹스러울지도 모른다.

싱어송라이터로 완전히 거듭나고자 하는 것일까. 객원보컬을 일절 배제한 채 두 멤버의 목소리로 모든 트랙을 채웠다. 뛰어난 보컬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전의 앨범들에 비해 확실히 안정적이다. 4집과 마찬가지로 5인조 밴드 사운드로 이루어진 곡들은 두 멤버의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객원보컬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던 초기작들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1번 트랙 「계절의 끝에서」에는 봄에서 겨울에 이르는 계절의 흐름, 그 속을 바삐 달리며 느낀 감정들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사운드 또한 곡에 실린 감정을 따라 완급 조절을 하며 자연스레 흘러간다. 타이틀곡 「노래는 불빛처럼 달린다」 역시 사운드는 경쾌하지만 그 속을 채우고 있는 감정은 복합적이다.

기존의 페퍼톤스의 곡들과는 감정적으로 상당히 거리가 있는 「Furniture」에서는 이사를 하며 느끼는 허전함과 낯섦이 ‘뭐 일단은 이렇게 시작해볼까 이상스레 조용한 낯선 동네의 밤 오늘 나 잠들 수 있을까’와 같은 가사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진다. 비음 섞인 신재평의 목소리는 차분한 곡 진행과 의외의 조화를 이룬다.

「신도시」와 「검은 우주」에서는 시작부터 경쾌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특히 「신도시」에서는 초반부터 곡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베이스 사운드가 내내 귀를 사로잡는다. 곡의 길이가 약 7분에 이르는 마지막 트랙 「검은 우주」의 경우에는 베이시스트인 이장원이 보컬을 맡았다. 보컬 테크닉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뒤로 하면, 다른 곡들과 구별되는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는 공연을 뜻하는 앨범 타이틀 「Open Run」의 본 의미와 달리 EP는 일종의 쉼표가 아닐까. 우울한 이들을 위한 활력소 역할을 해온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다 진솔하게 표현해내며 달리던 길을 잠시 멈추고 ‘셀프 테라피’까지 해낸다. 이런 자가치유를 통해 다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지 않을까.

글/ 위수지(sujiism@naver.com)


스몰 오(small O) < That We Fall >

스몰오(small O)의 음악이 영 낯선 것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 가요 신에서는 다소 생경한 편이지만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스피리츄얼라이즈(Spiritualized)나 시규어 로스(Sigur Ros)로 대표되는 밴드들이 동류의 작품들을 선보여 왔으니 말이다. 적어도 팝에 너른 관심이 있거나 외국(특히 유럽 쪽의)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어온 사람이라면 스몰 오의 데뷔 앨범은 그리 어렵게 다가오진 않겠다.

그래서일까. 밴드는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끌어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선 그룹들이 독특한 접근법으로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쌓았기에 아무래도 후발주자들은 이들의 궤도 내에 들어서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외국의 장르가 국내로 유입되어 재가공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비교의 시선은 자연스러운 절차 중 하나로 따라올 것이며 격한 반응을 예상해본다면 흉내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결코 없는 것은 아니다. 내재된 위험부담은 바로 이러한 것을 의미한다.

허나 스몰오의 < That will fall >을 짙은 의혹을 남겨둔, 리스크가 있는 데뷔작이라고만 가름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채점이다. 무엇보다도 밴드는 영향권이 분명 존재한다는 아쉬움이 채 남기도 전에 자신들의 사운드를 한계의 예상 영역 너머로 깔끔히 보냈다. 한편의 동화 같은 전개나 트랙 위에서 내러티브를 이어 맞추는 서사성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뒷받침하는 연주력과 다양한 악기 구성에서 드러나는 편곡의 역량까지, 그룹의 성과를 보여줄 증거들은 이미 충분하다.

앨범에 수록된 내용물 역시 마찬가지다. 퍼커션과 키보드 연주가 이루는 이국적인 사운드에 후반의 사이키델릭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첫 트랙 「까마귀」는 단연 매력적이고 가사와 노래의 진행에 있어서 상상력이 돋보이는 7분짜리 곡 「코끼리」도 또한 빠뜨릴 수 없다. 앞서 싱글로도 발표한 타이틀 넘버 「That will fall」 역시 (권력의 허무함을 얘기하는 가사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지만) 아코디언과 플루트의 명랑한 음색으로 듣는 재미를 더하니 음반의 러닝 타임을 지나는 동안 듣는 귀는 새롭고 또 신선해진다.

라디오 에딧 버전을 제외하면 작품은 다섯 트랙짜리 EP 앨범이지만 결과물은 실로 풍부하다. 탄탄한 구성미로 펼쳐낸 음의 스펙트럼은 범위를 넓히며 공간을 확보하며, 갖가지 악기들이 자아내는 소리는 공명을 반복해 부피를 팽창시킨다. 그 중에서도 벌판이나 초원과 같은 자연의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목가적인 선율은 앨범을 나타내는 가장 큰 특징으로,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큰 줄기의 역할을 한다. 음반을 채우는 것은 바로 사운드의 깊이와 충만함이다.

귀 기울일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키보드에서 흘러나오는 몽환적인 소리에 마음을 놓고 있다가도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힘을 실어 토해내는 보컬과 날카로운 기타 연주가 스피커를 내리치고 있고, 후두부가 얼얼해졌다고 뒤늦게 느낄 무렵에는 어느새 아코디언과 플루트의 톡톡 튀는 소리가 등장해 호흡을 진정시킨다. 청각을 쥐락펴락하는 재기(才氣)가 분명 보통이 아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위험부담이 조금은 걸린다. 스타일의 측면에서 많은 부분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쉽게 넘길 만한 부분이 아니다. 이런 음악이 아직까지는 생소한 우리나라 인디 신에서 훌륭히 선보이는 모습은 분명 호평을 받을 만하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지 못 한다면 앞으로의 행보는 분명 난항이 될 것이다. 충분히 구분점을 잡을 수 있는 자신들만의 색깔이 필요하다. 달리 표현하면 다가올 첫 정규 앨범이 앞날의 가이드라인을 어느 정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 앨범의 재미를 하나 더 소개한다면, 키보드를 비롯해 다양한 악기를 담당하는 박지혜와 드럼의 이지원을 제외한 세 멤버인 보컬 겸 리더 오주환과 기타리스트 고한결, 베이시스트 배상환은 같은 소속사 플럭서스의 밴드 이스턴 사이드 킥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두 밴드는 엄연히 다른 팀이지만 조금씩 비교해가며 들어보면 듣는 맛이 또 생겨나지 않을까.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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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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