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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그리기

무엇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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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를 그리는 과정은 시작부터 끝까지 자기주도적 사고의 훈련이다. 수많은 자료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라고 생각되는 정보를 추려내는 것부터 생각해보자. 무슨 기준으로 그 정보들을 걸려 내든 거기에는 분명한 자기 기준이 있다. 두 사람이 똑 같은 자료를 가지고 생각의 지도를 그린다고 해도 핵심정보가 똑같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사실 이것부터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연결(Connect)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외따로 존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사람이 결코 혼자서 살 수 없는 것처럼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고 배경이 있으며 결과가 있다.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글로벌 시대가 열리고 언제 어디에 있는 사람과도 교류할 수 있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연결의 양상은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연결되지 않았던 것들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심지어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것도 예상치 못한 경로를 통해 연결되기도 하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는 이제 상식이다.

사람과 사이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다른 사람 혹은 다른 팀과 협력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업무가 같은 팀 혹은 공동 작업을 해야 하는 다른 팀, 나아가 조직 전체의 일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차이는 결코 적지 않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생각의 시작이다.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맥락(Context)이 궁극적인 답이 된다. 맥락이란, 단순히 사건과 현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넘어서 연결의 양상 혹은 방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맥락을 이해하면 더 많은 사실을 알아 낼 수 있다. 어떤 일이 어떤 맥락에 놓여 있는지 알게 되면 자연히 그 맥락에 들어 있는 다른 연결 고리들을 찾게 되고 새로운 사실들을 보이게 된다. 그것을 시작점으로 놓고 또 다른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기자 초년, 새로운 부서에 갈 때마다 선배들로부터 가장 먼저 들었던 조언도 “맥을 짚어라”라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에 하나의 현상에 반드시 하나의 맥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맥락에 놓고 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세상 만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생각의 시작이라면 연결이 이루어지고 있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생각의 발전이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생각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서로 연결된 사물이나 현상의 맥락을 파악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각의 지도’를 그려 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료를 뒤지고 발품을 팔아도 도무지 뭐가 뭔지 종잡기 힘들 때 특히 요긴하다.

방식은 두 가지다. 우선 다뤄야 하는 사물이나 현상 A를 가운데 원 안에 넣고 모든 정보들을 그 주위에 늘어 놓아 본다. 그런 다음 중요도에 따라 핵심적인 정보들을 추려낸다. 결정적이지 않은 정보들을 제거하고 나면 사건의 핵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다 그 안에서 헤맬 위험을 줄여준다. 또 무엇을 먼저 해야 하고 무엇을 나중에 해야 하는지, 혹은 아예 필요가 없는지 정해 놓으면 시간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몇 가지로 압축된 정보를 놓고 그 사이에서 연결 고리를 찾아보면 의외로 쉽게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A를 현재로 놓고 관련된 정보들을 과거부터 미래까지 재구성 해보는 것이다. 과거 A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나 영향을 주었던 사건, A를 만든 사람들과 이유, A의 장점과 단점, 비슷한 다른 사례들, A의 결과 미래에 일어날 일 또는 이에 대한 우려 등등을 시간 순으로 잡아 보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신문기사의 포맷이기도 한데 시간 순으로 사건이나 현상에 접근하면 대개는 맥락이나 연결고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앞의 방법이 좀 더 창의적인 생각의 지도라면, 이 방법은 일단 익숙해지기만 하면 무난한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생각의 지도 하나 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다른 시각에서 또 다른 생각의 지도를 그려보고 두 지도를 연결 짓는 방식으로 계속 넓혀 갈 수도 있다.

생각의 지도를 그리는 과정은 시작부터 끝까지 자기주도적 사고의 훈련이다. 수많은 자료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라고 생각되는 정보를 추려내는 것부터 생각해보자. 무슨 기준으로 그 정보들을 걸려 내든 거기에는 분명한 자기 기준이 있다. 두 사람이 똑 같은 자료를 가지고 생각의 지도를 그린다고 해도 핵심정보가 똑같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정보들끼리 연결을 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보들의 관계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연결의 양상은 무한대로 달라질 수 있다. 정보의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경우의 수는 늘어난다. 이 단계에서도 개인의 사고가 분명히 개입한다. 따라서 각 지점마다 왜 이런 연결이 생겨나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연결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말할 것도 없다. 정보들을 연결 지었을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겉으로 보이지 않는 숨은 의미는 무엇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등을 예측하려면 자기 생각과 관점 없이는 불가능하다. 생각의 지도를 그리는 초기 단계가 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가공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거꾸로 주어진 조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핵심 정보를 연결해 놓았다고는 하지만 온전히 스스로의 사고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어렵다.

생각의 지도를 굳이 도표나 컨설팅 회사에서 즐겨 사용하는 플로우 차트, 혹은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처럼 멋지게 그릴 필요는 없다. 간단한 문장으로 메모를 해도 좋고 아예 죽 풀어서 글을 써도 상관 없다. 생각의 지도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나의 자기주도적 사고를 위한 것이 때문에 자신이 가장 편하다고 느끼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지도의 형식이 아니라 지도의 결과다. 생각의 지도를 완성했을 때,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맥락을 파악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

생각의 지도를 그렸다면 글쓰기의 절반은 된 셈이다. 생각의 지도를 그리는 과정 자체가 어떤 주제에 대해 정보를 취사 선택하고 그 관계를 사이의 논리적으로 연결 지어 자신의 의견과 메시지를 잡아 나가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글의 구성을 잡아나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각의 지도를 그려간 순서대로 글을 구성하면 짜임새도 있고 논리의 흐름도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여러 정보를 검색한 후 나름의 논리나 중요도에 따라 선별한 정보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간결해 보이지만, 글 자체의 깊이나 입체감도 자연히 드러난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 할 때 생각의 지도부터 그려보자. 생각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면 자기주도적 사고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글도 자연히 써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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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라: 호모스크리벤스 김지영 저 | 21세기북스
저자는 20년 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하며 생생한 현장을 취재했다. 기사를 쓸 때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어려운 이야기일수록 쉽게 써라, 짧고 간결하고 신중하게 써라, 제목이 중요하다, 쓰고 나서 최소한 세 번 읽어야 한다 등이다. 저자는 이 법칙이 비단 기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발견했다. 일기, 서평, 이메일 등 어떤 글을 쓰더라도 이 법칙이 적용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글쓰기 과정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 모두 호모스크리벤스만이 가진 다이내믹한 특권인 글 쓰는 하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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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영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와 매일경제에서 18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와 라이프 관련 기사를 주로 쓰고 있다. 2000년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1990년대 한국 댄스음악과 10대, 그리고 TV와의 삼각관계’를 주제로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대중문화의 흐름 속에서 민감하게 파도타기를 하며 각 세대들이 즐기는 그들의 문화와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그것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흥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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