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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0억 마리 소가 트림하자 지구가 병들었다

똥과 트림으로 바꾼 밀림 맥도날드, 아마존을 삼키다 소 한 마리가 싸는 똥의 양은 사람 16명의 양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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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아마존을 삼키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신문에 떴다. 무슨 뜻일까? 맥도날드 회사가 아마존닷컴을 인수했다는 뉴스일까? 그게 아니다. 아마존이란 남아메리카에 있는 진짜 아마존을 말하며, 맥도날드 햄버거나 맥너겟 때문에 아마존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뉴스이다.

“맥도날드, 아마존을 삼키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신문에 떴다. 무슨 뜻일까? 맥도날드 회사가 아마존닷컴을 인수했다는 뉴스일까? 그게 아니다. 아마존이란 남아메리카에 있는 진짜 아마존을 말하며, 맥도날드 햄버거나 맥너겟 때문에 아마존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뉴스이다.

꼭 아마존뿐만이 아니라 중앙아메리카나 남아메리카의 많은 열대우림들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목초지로 바뀌거나 소 사료를 위한 옥수수나 콩 경작지로 바뀌고 있다.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2009~10)로도 널리 알려졌지만, 아마존 밀림은 수많은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목초지와 경작지를 위해 열대우림을 밀어버리는 것은 원주민들을 숲 밖으로 내모는 일이기도 하다. 1988년에는 고무나무 수액 채취업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치코 멘데스Chico Mendes가 벌목꾼들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어났다. (가수 폴 메카트니의 곡 “How Many People”은 멘데스에게 바치는 노래이다.) 문제는 벌목꾼이나 살인 청부업자에게 죽은 원주민이나 아마존 보호운동가가 멘데스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 또는 산소탱크라 불리는 곳인데, 알다시피 산림이 파괴되면 탄소를 더 이상 저장하지 못해 온실가스 효과가 확산된다. 또한 아마존은 태고의 생태계를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지구상 모든 종들의 50퍼센트가 살고 있을 만큼 생물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치코 멘데스의 피살은 세계 여론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가 지키려고 한 것은 단지 아마존 생태계만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의 생존권이었다.

제레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에서 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생물군의 영토가 얼마나 무참히 파괴되고 있는지 고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열대우림을 개간해서 생산한 소고기로 햄버거를 하나 만들어 먹으면 75킬로그램에 이르는 생명체가 파괴된다고 한다. 그 결과 2000년 한 해에만 포르투갈의 2배에 해당하는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말았다(『고기, 먹을수록 죽는다』, 5장 “기후변화 문제”). 이런 속도로 벌목이 진행되면 앞으로 20년 이내로 남아있는 열대우림이 모두 사라져버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 웃지 못할 사실은, 열대우림을 밀고 개간한 땅들은 땅의 무기질이 빈약해 목축에 그리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3~5년 목축을 하고 나면 그 땅을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땅을 버리고 또 새로운 천연림을 파괴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한다(『육식의 종말』). 꼭 열대우림이 아니더라도 공장식 축산은 모든 지역의 숲을 파괴한다. 존 로빈스의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이 땅을 가축사료 경작지로 사용하는 대신에 사람들이 먹을 식량 재배에만 이용한다면 농지로 바뀐 미국의 숲 가운데 4분의 3이 다시 숲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열대우림 파괴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보니 맥도날드는 1989년에 열대우림을 개간해 기른 소고기는 구입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외국의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가보면 맥도날드가 환경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알려주기 위해 이 사실을 홍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소고기의 전형이 된 탓에 맥도날드의 조치가 상징적으로 보이지만, 아마존 산 소고기는 여전히 다른 곳에 수출되고 있고 그 속도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리고 열대우림을 밀어버리고 만든 농경지에서 경작한 콩을 유럽에서는 여전히 가축사료로 쓰고 있으며, 맥도날드도 그렇게 키운 고기를 여전히 구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5월 18일 환경단체회원들이 한국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이러한 환경 파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구의 허파가 병들고 있다! WWF(세계자연보호기금) 포스터

숲을 베어내고 사료로 쓰일 곡물을 심는 것도 문제이지만 풀밭이던 곳에 곡물을 심는 것도 환경에는 문제가 된다. 풀밭은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란다. 그런데 그 풀밭에 소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를 심으면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옥수수는 지력 즉 토지 영양분을 약탈적으로 빨아들이기 때문에 비옥한 토양을 금세 망치게 된다(「SBS 스페셜: 옥수수의 습격」).

가축을 대량으로 사육하는 데는 물도 엄청나게 소비된다. 예전의 가족농에서 가축을 키우는 데 필요한 물은 가축이 마시는 물이 전부였다. 공장식 사육에서는 가축사료를 경작하기 위해, 그리고 가축의 똥오줌을 씻어내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을 쓴다. 알기 쉽게 비교해 보면 햄버거에 들어가는 소고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같은 크기의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의 15배, 감자와 비교하면 64배, 토마토와 비교하면 86배가 든다(『죽음의 밥상』). 더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무게 450킬로그램짜리 소 한 마리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물의 양은 해군 구축함 한 척을 띄울 수 있는 양이다(존 로빈스, 『음식혁명』)! 이게 과장으로 보인다면 이런 비유는 어떨까? 소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물의 양은 도살자를 떠내려가게 할 수 있다.

논리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대한 적이 있을 것이다. “버스가 소비하는 연료는 승용차가 소비하는 연료보다 많다.” 이 말이 맞을까 틀릴까? ‘버스’를 개별적인 의미로 보느냐 집합적인 의미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곧 버스 한 대와 승용차 한 대를 비교하면 위 진술은 맞는 말이지만, 버스 전체와 승용차 전체를 비교하면 틀린 말이 된다. 승용차 대수가 버스 대수보다 훨씬 많으니까. 그렇다면 소와 닭 중에 더 심하게 환경을 오염시키는 쪽은 어느 쪽일까? 이 질문도 한 마리씩만 비교하느냐 전체를 비교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한 마리씩 비교하면 당연히 소가 닭이나 돼지보다 훨씬 심하게 환경을 오염시킨다. 그러나 닭은 워낙에 대량 사육을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환경을 더 심하게 오염시킨다. 미국에서 2010년 소비된 닭고기를 생산하느라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을 자동차가 달린 거리로 환산해보면 약 898억 100만 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한다(『고기, 먹을수록 죽는다』, “기후변화 문제”). 감이 안 잡히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300번을 왕복하는 거리라고 보면 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똥을 싼다. 도시에서는 사람의 분변 처리만으로도 큰 고민거리인데, 시골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름으로 썼기 때문이다. 예전에 시골 사람들은 집 밖에 나갔다가도 용변이 마려우면 참았다가 집에 와서 해결했다. 똥오줌은 모두 거름을 만들기 위한 귀중한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가축도 마찬가지였다. 가축의 ‘축畜’ 자 역시 밭[田]을 거뭇하게[玄] 한다는 뜻으로 풀 수 있는데, 소가 논밭을 갈아 작물을 잘 자라게 하기도 하지만 가축의 똥으로 논밭을 기름지고 풍부하게 만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소나 돼지나 닭을 우리에서 키울 때는 그 똥을 짚단과 섞어 거름으로 만들었고, 그것으로 작물을 키웠다. 방목을 할 때는 똥이 자연스럽게 식물의 거름이 되었다. 가축이 식물을 먹고 배설을 하면 그 배설물이 다시 식물을 기르는 과정이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이다. 이것을 생태계 순환이라고도 하고 가축과 식물의 공진화라고도 한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이 시작되면서 이런 생태계는 깨지고 말았다. 무엇보다 한 곳에서 기르는 가축의 마릿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배설물의 양도 엄청나게 많다. 공장식 농장에서 기르는 가축의 총 마릿수는 닭, 돼지, 소의 순서이지만 싸지르는 똥의 양은 거꾸로다. 소 한 마리가 싸는 똥의 양은 사람 16명이 싸는 똥의 양과 같은데, 10만 마리의 소를 기르는 사육장은 뉴욕과 똑같은 양의 배설물을 내놓는다(『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미국의 대규모 농장들에서 나오는 배설물은 거름으로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준을 넘기 때문에 쌓이고 쌓인 나머지 작은 호수 또는 저수지 크기의 못을 이룬다.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보면, 어떤 일꾼이 그 ‘인공 못’의 유독가스에 의식을 잃고 빠지는 사고가 생기는데 그를 구하려 한 친척들까지 빠져죽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나 돼지의 배설물은 그 양도 양이지만 질도 문제가 된다. 질소와 인의 농도가 너무 높아서 거름으로 쓰면 작물을 죽일 수가 있다. 그런 유독 물질이 땅으로 스며들고 강으로 흘러들어간다고 생각해 보라.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소의 트림이다. 장난 같은 말로 들리겠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소는 트림을 할 때 메탄가스를 내뿜는데, 소 4.2마리가 자동차 한 대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옛날부터 인류와 함께 살아온 소가 이제 와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리게 되었으니 소로서는 참으로 억울한 일일 텐데, 사실은 소 탓이라고 할 수 없다. 소의 트림이 새삼 문제되는 것은 먹이와 마릿수 때문이다. 풀을 먹지 못하고 곡물만 먹으니 소화가 안 돼서 트림을 더 많이 하게 된 것이다. 또 소가 적었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전 세계에서 10억 마리가 넘는 소가 사육되는 시스템이 되면서 소의 트림도 걱정거리가 된 것이다. 소 탓이 아니라 소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의 욕심이 스스로 지구온난화를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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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최훈 저 | 사월의책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는 채식주의, 정확하게 말해서 채식의 윤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 식습관, 즉 ‘채식’이 도대체 왜 윤리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을까? 현직 철학교수인 저자는 이 질문을 심각한 철학적 난제로 다루는 대신,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참을 수 없게 하는 자신의 체험담에서 시작하여 채식의 윤리적 의미를 친절하게 이끌어낸다.

 



채식과 관련된 도서

[ 채식의 유혹 ]
[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
[ 육식의 종말 ]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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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훈

강원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세종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호주 멜버른대학교, 캐나다 위니펙대학교, 미국 마이애미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다. 현재 강원대 인문사회과학대학 교양과정에서 가르치고 있다.
전공분야인 논리학, 과학철학, 윤리학 등 철학의 응용 분야에서 왕성한 연구 활동과 함께, 철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 것인지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대중적 눈높이에 맞는 철학서 집필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그런 결과물로 논리ㆍ논술 분야의 대표적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논리는 나의 힘』(2003)을 비롯하여 『데카르트 & 버클리: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벤담 & 싱어: 매사에 공평하라』 『라플라스의 악마, 철학을 묻다』 『변호사 논증법』 『좋은 논증을 위한 오류 이론 연구』 등을 펴냈고, 청소년 교양도서로 『생각을 발견하는 토론학교, 철학』 『나는 합리적인 사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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