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를 사로잡는 ‘어메이징’한 무대
한국에서 초연되는 <요셉 어메이징>(원제: 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ar dream coat)은 한마디로 정말 어메이징하다.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토니 어워즈 6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얘기 때문이 아니다. 이 공연의 국내 초연이 확정되었을 때, 요셉 역에 송창의, 조상모, 정동하, 임시완, 최정원, 김선경, 리사 등 초호화 캐스팅을 했다고 언론이 들썩 거렸지만, 그것 때문만도 아니다.
오히려 무지개 색의 포스터, ‘어메이징’ 혹은 ‘테크니컬러’라는 원제에서 느껴지는 어떤 과장된 느낌을 떠올려 보는 게 낫겠다. <요셉 어메이징>은 온갖 환상적인 볼거리로 시각적 향연을 충족시켜주는 뮤지컬이다.
무대 꼭대기에 배치되어 눈에 보이는 오케스트라, 앙증맞은 어린이 코러스, 입체적이고 강렬한 색감을 뿜어내는 LCD 무대 배경, 익숙한 서양 중세시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는 이집트 의상과 소품들, 색색깔의 의상을 입은 배우들의 군무, 무대 위에 등장하는 거대한 낙타와 사자 마차 등등 한시도 지루할 틈없이 무대는 볼거리로 꽉 찬다.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 혹은 아버지, 할아버지를 모셔 와도 재미있게 봤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가족 뮤지컬이다. 실제로 극장에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았다.
<요셉 어메이징>은 성경의 창세기 37~50장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야곱은 12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그 중 요셉을 가장 사랑한다. 요셉은 아들 중 가장 총명하고 영특하다고 하지만, 극중에서 요셉은 형들이 자기를 왜 미워하는지 좀체 알아채지 못할 만큼 눈치가 없는 착한 동생일 뿐이다.
어느날 요셉은 볏단과 달과 별이 자신에게 절하는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꿈 해몽에 밝은 요셉은 그것이 부모와 형들이 자기에게 절하는 꿈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 얘기만으로도 형들의 심기가 불편해졌는데, 아버지 야곱은 요셉에게만 귀한 색동옷을 선물해 형들의 질투를 끓어오르게 한다. 결국 열한명의 형은 요셉을 지나가는 상인에게 노예로 팔아버린다. 이때부터 요셉에게 시련이 닥치고, 요셉은 의로운 본성대로 위기를 헤쳐 나간다.
행여 성경 이야기라 움찔한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만, 극을 즐기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은 그대로 살리되, 신의 존재는 생략했다. 종교 색을 지운 덕분에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는 동화로 다가오지만, 믿음으로 위기를 헤쳐 나갔던 요셉의 캐릭터에서 믿음이 생략되어버리니, 요셉이 엄친아 캐릭터로 단순화되는 면도 있다. 노력보다는 타고난 해몽 능력, 타고난 운으로 모든 문제를 이겨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요셉은 꿈을 가진 사람이다. 여기서 꿈이란, 살면서 이루고 싶은 꿈과 잠들어 꾸는 꿈의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극 속에서 “꿈은 미래를 암시 한다”라고 말할 때도, 두 가지 의미는 동시에 작동한다. 노래 대사처럼 “어떤 꿈은 이뤄지고, 어떤 꿈은 이뤄지지 않고 사라져”간다.
꿈이 이루어지거나 그렇지 않거나 확률은 반반이지만, 꿈이 미래라면, 꿈이 삶의 이정표가 되어 준다면, 꿈이 있는 삶과 없는 삶 중에 어떤 게 나을까? 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어떻게 다른 삶을 살까?
<요셉 어메이징>은 꿈을 가진 소년 요셉과 질투심 많은 열두 명의 형, 모든 것을 다 가진 부자지만 외로운 파라오를 통해, 꿈을 가진 삶이 행복하다고 노래한다.
19세 앤드류 로이드 웨버, 20세 팀 라이스의 초기작
뮤지컬 팬이라면, 뮤지컬계의 신화적인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를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블루스퀘어에서 상연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 등을 만든 신의 손이다. 이 작품
<요셉 어메이징>은 학창 시절 친구였던 팀 라이스와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만든 학예회용 15분짜리 칸타타였다. 공연 당시 (무려) <런던 선데이 타임즈>에서 호평을 해 웨스트 민스트 센트럴 홀에서 재공연되었고, 1976년에 2막짜리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졌다.
막이 오르면, 최정원, 김선경, 혹은 리사가 ‘캐스터’로 분해 “자, 이제부터 꿈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줄게.”하며 극중의 사건을 일일이 해설해준다. 우리나라 극의 변사처럼 말이다. 낯설긴 하지만, 해설자였다가 극 속의 조연으로 연기하는 캐스터는 재치 있는 연출로 이내 자연스럽게 극 속에 녹아든다.
성경을 기반으로 해서, 스토리와 노래를 최대한 단순화하고, 색색깔의 다양한 캐릭터들의 합창과 군무로 볼거리를 가미한 이 뮤지컬이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의 초기작이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재미있고 무대를 만들고자 했던 젊은 예술가의 도전, 열망 같은 것들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다 가진 이집트 왕 파라오를 앨비스 프레슬리로 재해석한 대목은 이 공연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다.
요셉을 제외한 열 한명의 형제들의 군무와 합창도 훌륭하다. 주인공 요셉만큼이나 캐스터 및 조연들의 역할이 상당해서, 어느 요셉의 캐스팅으로 관람해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조성모는 특유의 달콤한 음색으로 여린 요셉을 표현해내고, 송창의는 뮤지컬 배우답게 안정적인 기량으로 노래와 연기를 펼쳐낸다.
나이와 캐릭터를 생각해봤을 때 외모적으로는 임시완이 실제 요셉과 가장 가까운 이미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시원시원한 가창력에, 소년의 느낌이 남아있는 정동하의 요셉이 만족스러웠다. 극을 해설해주는 최정원은 가창력, 움직임, 대사 전달력 등 완벽한 기량으로 여전히 최고의 뮤지컬 배우임을 무대 위에서 입증한다. 종교극이 아닐까,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배우들은 괜찮을까, 혹시 염려하고 있었다면 ‘돈 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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