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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통해 드러낸 그녀의 맨얼굴 - 장윤주, 디아블로, 김가은

20대에서 30대로, 소녀에서 여자로 - 장윤주 끈질기게 살아남은 밴드의 ‘숨고르기’형 미니앨범 - 디아블로 낭만유랑악단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 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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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윤주의 앨범 발표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델로서의 입지가 워낙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가수 활동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 것 같네요. 앨범에는 그녀의 모델로써의 포장된 모습이 아닌, 순수한 있는 그대로의 ‘인간’ 장윤주가 담겨있습니다. 톱 모델이 풀어놓는 일상의 소소함, 장윤주의 정규 2집 < I'm Fine >을 통해 만나보세요.

얼마 전 장윤주의 앨범 발표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델로서의 입지가 워낙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가수 활동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 것 같네요. 앨범에는 그녀의 모델로써의 포장된 모습이 아닌, 순수한 있는 그대로의 ‘인간’ 장윤주가 담겨있습니다. 톱 모델이 풀어놓는 일상의 소소함, 장윤주의 정규 2집 < I'm Fine >을 통해 만나보세요. 척박한 국내 메탈 신에서 굳건히 버텨오고 있는 디아블로의 미니앨범과 낭만유랑악단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김가은의 앨범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장윤주 < I'm Fine >

뮤지션 장윤주는 여성스럽다. 그것도 화장기 하나 없는 수수한 여성이다. 그의 손에서 난 노래들은 모델로서의 화려함이나 대담함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음악을 통해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내려는 듯, 음악 안에서 장윤주는 오직 자연스러운 태도와 치장 없는 음성으로 존재한다. 1집에서 전한 따뜻하고도 투명한 정서는 4년 만에 내민 두 번째 앨범에서도 변함없다. 아니, 전보다 온도도 순도도 한결 더 높아졌다.

2집의 의미는 그래서 남다르다. 나무가 서서히 뿌리를 내리듯, 첫발을 내딛은 그 자리에서 더욱 깊어짐으로써 뮤지션으로서의 행보가 한 재주 많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시도해 본 단순한 이벤트가 아님을 증명했다. 동시에 자신만의 음악적 색을 거듭하며 장윤주 음악의 싹을 한 뼘 더 키운 점도 고무적이다.

런웨이를 걷는 톱모델이 기타를 들고 곡을 쓴다는 ‘신선함’만으로도 이목을 끌 수 있었던 1집에 비하자면 2집은 뮤지션으로서의 위치 설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음악하는 장윤주’는 더 이상 새로움이 아니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그를 모르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더 널리 알리느냐, 음악으로 깊어지느냐의 문제. 앨범은 후자에 무게를 두었다. 그의 신보가 대중적이지 못하단 게 아니라,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고 그 방법들을 가다듬는 데 더 몰두했다는 뜻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곡을 장윤주가 작사 작곡했고, 전작과 다르게 프로듀서는 푸디토리움의 김정범이 맡았다. 한 사람에게서 빚어진 노래마다의 통일된 정서가 어쿠스틱하면서도 세련된 질감의 사운드와 만나 안정된 조화를 이룬다. 1집에 연이은 원테이크 녹음도 아날로그적 느낌을 배가시킨다.

4년이라는 음악적 공백은 그를 20대에서 30대로, 소녀에서 여자로 변모시켰다. 과거 싱그러운 목소리로 ‘나는 29살이고 더 이상 소녀가 아니지만, 영원히 소녀이고 싶지 여자이긴 싫다(「29」)’던 발랄함은 더는 없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밥도 잘 먹고 눈물도 많은 평범한 여자’다. 직접 연주한 피아노 소리에 맞춰 ‘나는 여자예요(「I'm fine」)’라고 조심스레 선언하는 목소리조차 성숙해졌다. 나얼과 김정범에게서 디렉팅을 받으며 자신의 보컬 톤을 조정하고 탐구한 결실이다.

20대 땐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서 ‘바람을 따라 내 맘도 따라(「fly away」)’ 밖을 자유로이 떠돌았다면, 현재의 그는 방 안에 머물며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감정과 감성들을 부드럽게 보듬는다. 그 침잠은 서늘한 듯 따뜻하다. ‘순간의 말장난이야 사랑은 원래 없었어 / 어제는 사랑 오늘은 이별 지겨워 사랑의 노래(「오래된 노래」)’라는 건조한 말들은 외려 보사노바 리듬을 타고 말간 어조로 읊조려져 더 관조적이다. 노래들은 혼자 깨어 있는 새벽, 그 외롭고도 평안한 사색의 순간들을 닮아 있다.

진솔한 내면의 언어들은 느린 템포를 타고 유유히 씻겨 내려간다. 그 흐름이 괜찮다. 많은 것 섞고 덧대지 않아 맑다. 간소한 사운드 구성은 악기의 맛을 담백하게 살리는 동시에 여백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특유의 고요함을 조성한다. 크게 들썩이지 않지만, 작게는 요동하기도 한다. 「아침이 오면」에서는 파트1에서 2로 넘어가면서 갑작스런 모던록으로 감정을 증폭시키고 「I'm fine」도 피아노 독주 버전과 트럼펫이 가미된 합주라는 또 다른 버전으로 느낌에 차이를 두는 식이다. 독주와 합주, 연주곡과 싱잉을 다양하게 이으며 밝았다 어두웠다 하지만 그 명암의 차는 촛불의 힘이 더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정도에 가깝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잔잔함의 기조는 끝 곡 「The field」에서 변경된다. 밝은 표정으로 두근대는 듯한 템포는 가사 그대로 ‘저 찬란하고 투명하게 빛난 햇살 다시 시작되는 아침’이다. 신야가 지나고 희붐한 새벽빛이 새어 들어오는 순간, 오래 웅크렸던 노래들이 마침내는 일어선다. ‘나는 이제 너를 몰라 / 또 다른 나를 찾아 떠나가리’라는 완결은 끝이 아닌 오히려 시작이다.

얼핏 들으면 개별적인 노래들이 서로 비슷하게 여겨질 수 있다. 동류의 노래가 다른 버전으로 두 번씩 삽입되는 데다 템포 변화도 적고 노래마다 보컬의 표현법이 일정한 탓이다. 뮤지션으로서의 길을 지속한다면 자신만의 다양한 보컬 운용만큼은 극복해내야 할 지점이다. 겨울 칼바람에 차디찬 일상을 따뜻하게 덮어 주는 담요 같은 앨범이다. 두르면 두를수록 편안해지고 들으면 들을수록 깊어진다.

글 / 윤은지 (theothersong@naver.com)


디아블로(Diablo) < Dumb >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음악계에서는 디아블로의 존재가 그렇다. 척박한 이 땅에, 그것도 정체(停滯)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메탈사운드를 고집한다는 것은 시작부터 몸집 불리기, 혹은 사세 확장보다도 생존을 목적으로 하는 절박한 몸짓에 더욱 가까워야만 했을 것이다. 이 신의 밴드들에게 ‘생존’의 의미는 그래서 기적과도 다름이 없다.

결성 후 20년, 데뷔로 쳐도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여전히 디아블로는 ‘살아남아’ 있다. 수없는 밴드들이 스러지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와중에도, 이들만큼은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개인적으로는 이 신에 우뚝 선 이들을 보면서 상처투성이 복서의 모습을 줄곧 연상하곤 한다. 체력은 깎였지만 여전히 든든한, 언제든 통렬한 카운터를 날릴 준비가 되어있는 그런 인파이터 복서.

< Dumb >은 그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은 밴드의 ‘숨고르기’형 미니앨범이다. 앨범의 절반은 정규 커리어와 구별되는 색다른 트랙들로 채웠다. 전자기타 대신 어쿠스틱기타를 집어든 「Your name」은 디아블로의 역사상 가장 부드러운(?) 싱글로, 적지 않은 보수적 팬들에게는 당혹감을 유발할 수도 있겠지만 강성(强性) 음악에 귀를 닫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폭넓게 설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민한 접근으로 다가온다.

「Harlem desire」에서는 최근 일렉트로니카 신의 유행이 되어버린 덥스텝을 흡수하기까지 했다. 과거에 런던 보이즈(London Boys)가 만든 무도회장의 잔상은 사라지고 살벌할 만큼 강렬한 사운드가 가벼움을 대신했다. 뿌리 찾기가 아닌 가벼운 접근의 리메이크일지라도, 편곡에 대한 ‘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역시 앨범을 흥미롭게 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기존 커리어의 연장이라 할 수 있는 「Abandoned」와 「Dumb」은 여전히 디아블로다운, 정통 스래쉬 메탈의 질주감에 코어류 음악의 그루브감을 이식한 음악세계를 들려주고 있다. 귀를 때리는 사운드는 여느 때처럼 화끈하고, 변함없이 통렬하다.

미니앨범이니 만큼 이 안에서 일관성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저 이들의 분노가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미니앨범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불과 같은 소리들 안에는 이제 일정부분의 체념도 섞인 듯 들린다.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지만, 이것이 동시에 그들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것은 너무 과한 감정이입일까. 음악적으로도, 그 외적으로도 이 미니앨범의 양감은 그리 가볍지 않은 듯하다.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김가은 < The First Fruit >

과거의 낭만유랑악단에서도,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이번의 솔로 커리어에서도. 김가은은 절대 힘주어 노래 부르는 법이 없었다. 소곤대는 속삭임은 얼핏 가수로서 한계가 뚜렷한 가창으로 들리기도 한다. 자신의 목소리 지배력이 중요한 홀로서기에서 그는 이 난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결과물을 놓고 보건대, 프로듀서와 뮤지션이 절충한 타개책은 ‘미려한 보컬로 소화 가능한 대부분의 음악 장르를 껴안는’ 것이었던 것 같다. 싱글로 커트된 「우리가 사랑할 시간」, 그리고 「괜찮아요」는 풍성한 스트링이 지배하는 최근의 가요 작법을, 앨범에서 가장 멜로디 지향적인 「낙하하는 저녁」은 피아노와 아코디언으로 구성된 단출한 발라드를 들려준다.

이후는 좀 더 스펙트럼이 넓다. 「춤추는 나비」에서는 재지(Jazzy)한 팝을 소화해내는 한편, 「Clementine」에서는 브릿팝 풍의 무겁지 않은 록 사운드까지 품었다. 보너스 트랙들에서는 전자음악의 요소를 섞기도 하니, 자신을 정의하는 음악 세계를 파고들기보다는 스스로를 여러 음악들에 맞추는 식의 접근을 취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 방법론을 택하기 보다는 무리하지 않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다양성을 추구한 셈이다.

인트로를 제외한 전곡에 작사/작곡으로 참여한 싱어송라이터임에도 불구하고 보컬의 장악력이 부족해 앨범을 온전히 지배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는 것은 분명한 약점이다. 때문에, < The First Fruit >는 가수 개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함께 작업한 이들과의 화학적 효과 덕도 큰 앨범으로 들린다. 꼭 팔색조 같은 보컬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 이 앨범에 ‘모범적인 기획 음반’이라는 수식을 달 수 있는 이유다.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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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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