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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함과 섹시함이 섞이면? - 허밍 어반 스테레오, 아홉 번째, 엘리 굴딩

‘달달함’과 ‘섹시함’의 절묘한 조화, 허밍 어반 스테레오 1990년대 브릿 팝의 오마쥬를 그린 21세기 한국형 밴드, 아홉 번째 영국의 감성파 여성 뮤지션, 엘리 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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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돌아왔네요. 「Hawaiian Couple」로 상당한 반향을 이끌어낸 바 있는 허밍 어반 스테레오가 5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다시금 활동을 재개 중에 있습니다. 관능적인 면모를 강조하기는 했지만, 작년에 급작스럽게 심장병으로 명을 달리한 객원보컬 故이진화에게 바치는 헌정곡도 포함하며 정규 앨범의 의미를 더했다고 하네요.

정말 오랜만에 돌아왔네요. 「Hawaiian Couple」로 상당한 반향을 이끌어낸 바 있는 허밍 어반 스테레오가 5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다시금 활동을 재개 중에 있습니다. 관능적인 면모를 강조하기는 했지만, 작년에 급작스럽게 심장병으로 명을 달리한 객원보컬 故이진화에게 바치는 헌정곡도 포함하며 정규 앨범의 의미를 더했다고 하네요. 1990년대 브릿팝을 소환해내는 인디 신의 숨은 보석 아홉 번째의 첫 정규앨범과 영국의 감성파 여성 뮤지션 엘리 굴딩의 앨범도 함께 소개합니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Humming Urban Stereo) < Sparkle >

2007년의 < Baby Love > 이후 무려 5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팬들을 위해서일까, 이 앨범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는 ‘달달함’과 ‘섹시함’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기존의 음악적 색깔을 고수한다. 덕분에 예전 곡들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 허밍 어반 스테레오구나.’ 할 만한 곡들을 접할 수 있다.

이지린의 1인 프로젝트 그룹인 만큼 이번에도 많은 이들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이전의 앨범에도 참여했던 ‘Sugar flow’와 ‘시나에(Shina-E)’를 비롯하여 가수 ‘왁스’와 < 보이스 오브 코리아 >를 통해 많은 주목을 받은 ‘요아리’와 ‘JC지은’, 그리고 ‘Bebop’, ‘Sound Kim’ 등 다양한 보컬리스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이 ‘달달한’ 목소리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지만, 각각의 개성 또한 분명해서 앨범을 듣는 또 하나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굉장한 미인」과 「Love & sex」, 그리고 싱글로 발매됐던 「More & more」 에는 「Brown bunny」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이지린 자신이 보컬로 참여하여 곡의 느낌을 살렸다. 「굉장한 미인」에서는 특히 ‘매끈한 다리 위에 새끈한 너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섹슈얼한 가사와 어우러지는 끈적끈적한 보컬이 돋보인다. 이러한 섹슈얼함은 왁스가 피처링한 「You & I」에서도 드러난다.

반면 「Love jam」에서는 ‘나사랑해? 라고 내게 물었을 때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 달디단 러브쨈’과 같은 가사를 통해 「하와이안 커플」, 「샐러드 기념일」 등으로부터 이어지는 달콤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처럼 가사의 내용은 상이할지라도 그 특유의 감성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전곡을 지배한다. 젊은 나이에 명을 달리한 ‘허밍걸’ 이진화에게 바치는 곡인 「Jina」조차 그저 슬프고 어두운 색채가 아닌 ‘허밍 어반 스테레오’ 특유의 감성적인 사운드로 이루어져있다.

기존의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은 한편으로는 가장 아쉬운 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큰 장점이다. 소녀 감성의 귀여운 가사와 성적인 은유로 채워진 관능적 가사를 넘나드는 감성과 톡톡 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 이러한 특징이 확연히 드러나는 이 앨범을 통해 ‘허밍 어반 스테레오’식 음악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글/ 위수지(sujiism@naver.com)


아홉번째 < The Boy Looked At Johnny >

아홉번째는 2000년대에 부상한 영국 개러지 록밴드 리버틴즈의 ‘The boy looked at Johnny’와 같은 이름으로 데뷔 문패를 달았다. 첫 출범인 만큼 앨범 타이틀로 방향성에 단서 하나를 던지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음은 팀 이름. 비틀즈의 아방가르드 록 넘버 「Revolution 9」에서 등장하는 ‘넘버 나인’을 한글로 풀었다는 이 언급은 자연스레 타이틀의 Johnny를 존 레논으로 도출한다. 그리고 음악을 정주행하는 순간, 이런 정의를 내릴 수 있다. ‘1990년대 브릿 팝의 오마쥬를 그린 21세기 한국형 밴드’

2013년,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마비를 일으킨 록 트렌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강세를 이루던 브릿 팝이다. 1991년에 태어난 아홉번째의 네 멤버들도 그 범주에 속해있다.

2010년 1월, 한 유명 커뮤니티 구인 게시판에 밴드 멤버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며 아홉번째는 시작되었다. 학창시절 친구와 남몰래 록 스타를 꿈꿨다는 일반적이면서 솔직한 탄생일화가 온라인 시대와 어울린다. 오랜 시간 함께 영감을 공유하지는 못했을지언정 그들은 방에서 기타를 튕기며 연구하던 작고 외로운 순수 청년들이었다.

아홉번째는 브릿 팝 중에서도 리버틴즈의 펑크와 오아시스의 로큰롤을 섞어 놓았다. 각박한 도시에 비친 우둔한 꿈을 그린 「서울」과 영어로 노래를 부른 「Psychic pie」는 펑크 특유의 속도감으로 앨범 문두에서 패기를 선보인다. 싱글로 발표한 「먹다버린 레몬」과 「거짓말」에서는 펑크에 레게리듬을 섞은 스카펑크를 부분 채용하며 싱그러운 재기도 잊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오아시스의 기타 톤을 사용하고 있는 사운드의 바탕은 「Some might say」와 「Rock 'n' roll star」가 번갈아 연상되는 「떠나」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영감의 원천으로 비춰준다. 이 곡에서만큼은 리암 겔러거처럼 거칠고 투박하게 변형된 보컬이 스며들어있다.

이들은 다양한 장르를 흡수해 호흡을 다듬었다. 「Walk you home」과 「It's alright」에서는 현악기를 이용한 발라드를 삽입해 가쁜 숨에 진정시키며 마지막 곡 「Oh yeah」로는 부기우기의 경쾌한 피아노 연주를 통해 적정한 흥의 여운을 남긴다. 이 같은 페이스 조절에 압박을 받은 쿼텟은 나머지 곡들에서는 인상에 남는 멜로디를 추출하지 못했다. 기억보단 재미에 치중했다.

아홉번째는 리버틴즈를 쾌속 펑크로 흡수했고, 그 결과는 < The Boy Looked At Johnny >라는 제목으로 나타난다. 오아시스 특유의 트윈 기타 톤도 품었으며 숫자 9를 통해 비틀즈에 대한 신봉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들만의 역사는 짧고 다소 인위적이지만 개개인의 영감을 공통분모로 유쾌하게 도출시킨 음악은 심층적이다. 1990년대 영국에 오마쥬를 그리는 이 4인조 인디밴드는 그렇게 호감 가는 인상으로 향수와 청춘을 동시에 자극한다.

글/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


엘리 굴딩(Ellie Goulding) < Halcyon >

자국인 영국에선 49위까지 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빌보드 싱글차트 2위에 오른 「Lights」의 성공은 브리티시 싱어 송라이터 엘리 굴딩에겐 기쁨의 반역이었다. 싱글 「Lights」가 수록되지 않은 2010년도 데뷔앨범 < Lights >는 영국 앨범차트 1위와 빌보드 앨범차트 21위를 기록했지만, 2012년 10월에 발표한 2집 < Halcyon >은 영국 2위와 미국 9위를 차지했다. 자기 나라인 영국에선 한 계단 하락했고, 미국에선 12계단이나 상승했다. 싱글 「Lights」의 나비효과다.

이 「Lights」의 히트에도 엘리 굴딩의 2집 < Halcyon >은 ‘어두운 전자 음원의 명상’을 지향한다. 아이슬란드의 낯선 차가움을 품은 뷰욕과 플로렌스 & 더 머신이 지닌 신시사이저의 열정 그리고 애니 레녹스와 케이트 부시의 어두움까지, 음침하고 신비스런 기운은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부유하며, 전작에 비해 약해진 비트와 리버브 걸린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음반을 눅눅하게 녹여낸다. 2011년 3월에 가진 인터뷰에서 “매우 어둡고 이상한 음악을 작업하고 있다. 두 번째 앨범은 나에게 감성적인 음반이 될 것이다.”라고 밝힌 대로 엘리 굴딩은 자신의 감정을 처절하게 혹사한다.

연인이었던 영국 BBC 라디오의 디제이 그렉 제임스와의 결별은 < Halcyon >을 내면의 깊숙한 곳으로 끌어당긴다. 오프너 「Don't say a word」부터 「Dead in the water」까지 < Halcyon >는 일관되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읊는다. 상실과 외로움에 대한 자화상인 「Halcyon」과 옛 연인을 그린 「Figure 8」이 대표적인 트랙이다.

1980년대 초반 뉴웨이브와 1970년대 독일의 크라우트 록의 촉수를 깊숙이 끌어당긴 첫 싱글로 미국 64위, 영국 5위를 기록한 「Anything could happen」과 보너스 트랙으로 자리한 캘빈 해리스와의 공동 작업물 「I need your love」 그리고 히트 싱글 「Lights」를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고딕의 어두움을 탐미한다. 엘리 굴딩이 데뷔할 때 그를 수식한 ‘일렉트로 포크’의 감성을 안은 1집 수록곡 「Guns and horses」나 「Your biggest mistake」, 「I'll hold my breath」처럼 미세한 포크의 자취는 「Halcyon」만이 유일하다.

미국의 인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액티브 차일드가 2011년에 발표한 원곡을 재해석한 「Hanging on」은 흑인 아티스트 타이니 템파가 참여했다. 타이니 템퍼의 히트 싱글 「Wonderman」에 엘리 굴딩이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이후 두 번째 협력이지만 알앤비나 힙합보다는 덥스텝의 영향력을 흡수했다. 현재 연인인 스크릴렉스에 대한 애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 피터 가브리엘과 사라 바렐리스의 「Gravity」가 중첩되는 「I know you care」는 5살 때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애정으로 승화한다. 이 곡은 다코타 패닝이 주연한 영화 < Now Is Good >에도 삽입되어 엘리 굴딩의 대중적 인지도를 확장한다.

드림팝의 신비한 몽롱함을 취한 「Atlantis」와 멜라니 사프카를 떠올리는 연약하고 설레는 비브라토가 분위기를 침잠시키는 「My blood」와 「Dead in the water」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 그의 흡인력이 응축된 폭발력을 지닌다.

엘리 굴딩의 출생은 작은 세계였지만 뿌연 파스텔 톤의 하늘을 나는 < Halcyon >은 그의 외로운 사연을 인쇄한 두 번째 비상(飛上)이다.

글/ 소승근(gicsuc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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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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