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어렵지 않아요~! - 허비 핸콕 < Head Hunters >
백인 엘리트들의 전유였던 재즈, 인종을 초월하다!
국내의 일반적인 음악 팬들에게 재즈는 그저 어려운 음악으로 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통념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것과 같이 유쾌한 앨범을 만나면 그것을 명백히 알 수 있게 되지요. 이 주의 명반은 재즈 초심자에게 추천하고 싶을 만큼 흥으로 가득한 앨범입니다.
국내의 일반적인 음악 팬들에게 재즈는 그저 어려운 음악으로 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통념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것과 같이 유쾌한 앨범을 만나면 그것을 명백히 알 수 있게 되지요. 이 주의 명반은 재즈 초심자에게 추천하고 싶을 만큼 흥으로 가득한 앨범입니다. 허비 핸콕이 남긴 명반 중 하나인 <Head Hunters>입니다.
허비 핸콕(Herbie Hancock) <Head Hunters> (1973)
허비 핸콕은 드디어 자신의 음악을 통해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한다. 이 앨범에서 자신의 재즈 연주에 맞춰 춤을 출 수 있게 매혹적인 펑키 리듬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흡사 파티용 댄스 음악을 연상케 하며, 재즈-퓨전이 최종목적으로 하는 ‘대중적인 재즈’로서의 모범을 그의 음악에서 구현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1960년대 말 펑키(funky)한 사운드로 미국의 젊은이들을 흥분시켰던 제임스 브라운과 슬라이 & 훼밀리 스톤의 음악은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저 위대한 재즈 대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펑크는 당시의 흑인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흡인력을 지녔었고, 마일스를 위시한 젊은 재즈-휴전 음악인들은 하나 둘 그 음악이 보유한 흑인의 원초적 감성을 재즈 음악에 도입하기 시작한다.
허비 핸콕은 자신의 7인조 밴드 므완디시(Mwandish)를 통해 1970년대 초부터 펑크를 통한 다양한 실험을 전개한다. 이른바 아방-펑크(Avant-Funk)로 불렸던 그의 시도는 놀라웠지만, 대중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기게 했다. 이에 허비 핸콕은 펑크를 통한 ‘실험’의 무거움보다는 ‘유희’의 즐거움을 택한다. <Head Hunters>의 댄서블한 연주음악은 예전에 그가 추구했던 펑키의 심각함에서 유쾌함으로 전환하는데 기여했다.
발매 직후 빌보드 앨범차트 13위와 200만장 판매라는 엄청난 상업적 성과 외에도 이 앨범이 갖는 의미는 그에게 남다르다. 펑키라는 아프리카 리듬에 대한 관심으로 흑인인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으며, 이제껏 백인 엘리트들의 전유였던 그의 재즈 음악이 인종을 초월해 당대 젊은이들의 감성을 공히 자극한 것이다.
첫 트랙 「Chameleon」은 제목이 암시하듯 앨범서 보여줄 그의 변신을 예고한다. 첫 도입부의 강한 무그 신시사이저의 울림이 강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미국에선 2번째 박자에 턱이 나오면 히트한다더니 흐느적거리는 비트가 아닌 명료한 백 비트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4/4박자의 리듬은 단순 명료하지만 그의 키보드 연주엔 재즈적인 고도의 즉흥성이 느껴진다. 마치 “10-20대는 리듬을 즐기고 30-40대는 재즈 본연의 연주를 느껴라”고 하는 즐거운 협박처럼 들린다.
베니 머핀의 색스폰은 우렁차고, 폴 잭슨의 베이스 연주는 강한 그루브감을 연출하며 허비핸콕의 키보드 연주의 펑키한 느낌을 더한다. 헤비 메이슨의 드럼 연주는 흐느적거림 없이 업 템포의 밀착감이 느껴진다. 퍼커션을 담당하는 빌 섬머의 아고고와 쿠이카(동물 울음 소리를 만들어 내는 브라질 타악기)연주로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열대 우림의 정글로 초대한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에게 바친다는 세 번째 트랙 「Sly」는 이 앨범이 바로 슬라이 스톤의 강한 영향 아래 솟아났음을 암시한다. ‘진짜 펑키의 진수를 들려주마’하며 이제까지의 연주는 순전히 예고편이었음을 만방에 고한다. 곡 중간 부분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는 그 살벌한 연주는 그야말로 펑키 연주의 강한 매력은 바로 ‘즉흥성’에 있음을 느끼게 한다. 자신은 “재즈를 염두에 두지 않고 내키는 데로 연주했다”고 하지만 늘 새로운 변신을 꿈꾸던 그의 치밀한 계획성이 돋보이는 명반이다. 럭비공 튀는 듯한 예측불허의 시도는 마침내 자신의 음악에 열광할 ‘사람사냥’(headhunting)의 성공을 창출해냈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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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데이비스의 사이드맨 허비 핸콕의 위상을 마일스 데이비스의 동일선상에 올려 놓게 한 재즈 퓨전의 걸작이자 베스트셀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앨범의 판매량은 경이로운 것이며, 펑크, 소울, R&B 등 모든 리듬이 함께 숨쉬고 있는 "Watermelon Man"등의 클래식은 아직도 애청된다. 세월이 흘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