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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초보들이여, 함정에 빠지지 말자

초보들은 화이트와인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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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전문가가 될 것도 아닌데 피곤하게 와인을 분석해가며 마실 필요는 없다. 좋은 책을 구해 정독하고 마실 기회가 있으면 텍스트를 떠올리면서 내공을 쌓아갈 것을 권한다. 어떤 분야든 ‘체험’은 중요하지만, 와인은 기본적으로 수많은 품종과 생산지에 따른 ‘족보’를 알아야 빠른 시일 내에 와인에 대한 이해가 명료해진다.



많이 마셔보라는 말을 믿는다

무조건 많이 마신다고 와인을 알기는 어렵다. 와인 많이 마시기로 유명한 프랑스, 이탈리아 사람들이 와인을 ‘학문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느냐고 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자기 지방에서 나는 일부 와인만 잘 알고 있을 뿐이다. 자주 와인을 마시지 않지만 오히려 한두 권의 텍스트를 잘 읽은 사람들이 더 낫다. 그렇다고 와인 전문가가 될 것도 아닌데 피곤하게 와인을 분석해가며 마실 필요는 없다. 좋은 책을 구해 정독하고 마실 기회가 있으면 텍스트를 떠올리면서 내공을 쌓아갈 것을 권한다. 어떤 분야든 ‘체험’은 중요하지만, 와인은 기본적으로 수많은 품종과 생산지에 따른 ‘족보’를 알아야 빠른 시일 내에 와인에 대한 이해가 명료해진다.


레드와인을 마신다

바야흐로 레드와인의 전성시대다. 처음에는 껄끄럽지만 마실수록 깊이 빠져드는데다가 어딜 가든 레드와인을 시키는 게 일반적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와인은 화이트와 레드의 균형이 맞아야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화이트와인은 싼 것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으며 어떤 음식이든 잘 어울린다. 거친 타닌과 특유의 향 때문에 거북하면서도 와인을 마셔야 한다는 부담을 주는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와인부터 시작해보자. 와인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진다.


음식과 와인의 궁합에 집중한다

와인과 음식의 조화(페어링Pairing, 마리아주Mariage 같은 외국어가 자주 쓰인다)를 따지는 것은 사실 전문가들의 분야다. 편한 식사 자리에 이런 조화를 너무 고려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특히 싸고 대중적인 와인을 즐겨 마신다면 ‘준비된 와인’이 곧 ‘준비된 조화’다. 와인 주산지에 가보시라. 5달러(한국에서 1만 원 이상에 팔리는 테이블와인)짜리 와인을 마시면서 음식 궁합을 따지는가.


한번 딴 와인은 앉은 자리에서 다 마셔야 한다

제 힘과 맛을 잃어버리면 손해 보는 와인, 즉 고가의 와인이 아니라면 2~3일 정도 뒀다가 마셔도 별 문제가 없다. 특히 값이 싼 와인 중에 떫고 신맛이 강한 와인이 많은데, 이런 와인은 하루 정도 지나면 부드러워지기도 한다. 찌를 듯한 거부감이 있던 와인도 곶감처럼 순한 맛으로 변한다. 종종 새로 딴 와인에서 곶감 냄새가 나는데, 이런 와인의 상당수는 먹을 시기가 지난 와인인 경우다. 그러나 오히려 맛이 순하고 여유롭다고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와인 상식도 많다. 그 함정을 벗어나면 자유롭게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청담동 와인숍에서는 바가지 쓰기 쉽다

그렇지 않다. 청담동 와인숍의 손님들은 소위 ‘전문가급’ 애호가들이 많아 엉뚱하게 비싸게 팔기 어렵다. 거기에다 와인 애호가들이 많아 판매량이 많으니 마진은 줄이되 판매량 중심으로 마케팅하므로 와인 값이 참 좋다. 보통 대형 할인 마트가 와인이 싸다고 생각하지만 백화점도 추천한다. 업소에 납품하는 도매가 수준의 값을 받는 와인도 많아서 ‘백화점이 이렇게 싸면 다른 와인숍과 와인바는 뭐 먹고 사나’ 싶게 싼 와인도 있다. 물론 백화점과 필자는 아무 관계가 없다.


와인을 마시면 건강해진다

와인과 건강의 문제는 아직 진행형이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와인 생산국에서 쏟아낸다. 와인에 건강에 좋은 물질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치 와인이 만병통치약처럼 선전되고 있는 것은 일종의 부화뇌동이다. 특히 그 알코올양을 생각해보라. 14도짜리 와인 한 병(750㎖)의 알코올은 소주 한 병 반에 가깝다. 서양에서 주부 알코올 중독은 주방에 비치된 와인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와인은 품종에 따라 고급과 저급이 있다

어떤 이는 “카베르네 소비뇽은 고급 품종이다”라는 말을 한다. 세상에 고급 품종은 없다. 특히 요즘처럼 생산지마다 품종의 경계가 없어진 세상에서는 더욱 무의미하다.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500달러부터 1달러까지 와인을 만들 수 있다. 메를로, 피노 누아, 샤르도네, 산지오베제 같은 세계적인 품종도 생산지와 생산자의 스타일에 따라 고급이 되기도 하고 대중적 와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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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와인 박찬일 저 | 나무수
와인을 술이라기보다 일종의 국물로 해석하는 서양 요리사 박찬일. 그가 한국인의 잘못된 와인 지식을 바로잡아 올바른 와인 상식을 알려주고 일상 속 ‘보통날에 와인 마시는 즐거움’을 전한다. 와인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나, 와인에 대한 불편함을 가진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와인을 마시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2007년 출간된 『와인 스캔들』의 완전개정판이다. 5년 동안 달라진 와인 정보와 더불어 작가의 장점인 요리와 와인 분야를 강화했다.

 





요리, 와인 관련 서적들

[ 보통날의 파스타 ]
[ 샐러드가 필요한 순간… ]
[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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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찬일

기자로 일하던 중 이탈리아 영화에 매혹되어 3년간 이탈리아에서 와인과 요리를 공부했다.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귀국해 셰프 생활을 시작했다.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제대로 권할 줄 아는 국내 몇 안 되는 요리사다. 트렌드세터들이 모이는 청담동,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등의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 음식 본연의 맛을 요리했다. 시칠리아 유학 당시 요리 스승이었던 주세페 바로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요리를 만든다”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 ‘동해안 피문어와 홍천 찰옥수수찜을 곁들인 라비올리’, ‘제주도 흑돼지 삼겹살과 청양고추’, ‘봄 담양 죽순찜 파스타’와 같은 우리 식재료의 원산지를 밝히는 명명법은 강남 일대 셰프들에게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다.

지은 책으로는 『보통날의 와인』,『보통날의 파스타』,『박찬일의 와인 셀렉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어쨌든, 잇태리』,『추억의 절반은 맛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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