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꼭 있는 직장 ‘웬수’들과 오늘도 회의에 야근까지 한 당신이라면
“열심히 돈 벌어서… 어린 남자를 사버리자!”
이런 엉뚱하고도 처절한 정신으로 무장하고 오늘도 출근하는 영애씨. 2007년부터 방송된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가 KT&G 상상홀로 그대로 옮겨왔다. 주연 배우 김현숙이 직접 출연해 드라마 팬들이라면, 더욱 반가울 무대다. 미모의 톱배우가 출연한 것도 아니고, 공중파 드라마도 아닌 <막돼먹은 영애씨>는 무려 시즌 10까지 이어지는 저력을 보였다. 서른 한 살 뚱뚱한 영애 씨가 일반인을 대표해 고달픈 회사생활을 하는 풍경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일으키고 심금을 울렸고, 그 와중에 소소하게 벌어지는 연애 사건들은 현실 가능한 판타지를 불러일으켰다. 뮤지컬 역시 이러한 매력을 놓치지 않았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광고 기획사에는 여느 회사나 꼭 한 명은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포진해있다. 푼수 같고 입은 실오라기보다 가볍지만, 있는 힘 없는 힘 보태주는 단짝 동료, 어여쁘나 얄미운 후배, 커피 심부름을 시켜대는 변태 선배, 눈치 없고 무조건 ‘무조건’만 외치는 짠돌이 상사까지. 늘 새로운 골칫거리 문제들로 반복되는 일과를 <회의적인 회의> <야근을 피하는 방법> <이래서 일을 못해> 등의 OST로 녹여냈다. 직장생활을 순탄하게 하는 깨알 같은 팁은 덤이다. 단순히 코믹한 요소만 강조하지 않았다. 매력적인 멜로디와 가사에 매력적인 곡에 코믹한 요소를 가미했다.
코미디에만 치우치지 않아, 무대-음악-이야기 매력 있는 뮤지컬
“사장님만 모르는, 회의적인 회의”를 하고,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게 야근”이라며 퇴근 전쟁을 치르는 일상에, 꽃다운 미모의 회장님 아들이 영애 씨 후배로 들어온다. 드디어 그녀의 회사 생활에도 밝은 날이 오는가 싶지만, 어쩌다(!) 시작한 사내연애는 덜컹덜컹 오해의 불협화음만 낼 뿐이다. 이 드라마는 영리하게도 연애와 남자에게서 비롯되는 영애 씨의 판타지에 치우치기보다, 영애 씨가 겪는 회사 생활, 그 속에서의 기쁨과 고단함에 초점을 둔다.
회장님 아들 덕분에 생기는 설렘 역시 회사 생활의 한 에피소드일 뿐이다. 그보다는 기획자로서, 여성으로서 당당하고 즐겁게 살아가려는 영애 씨에게 닥치는 난관, 불합리한 처우, 사람들의 편견, 거기서 느끼는 소외감과 좌절에 이야기는 주목한다. 그녀에게 회장 아들 같은 행운(!)이 다가올 때보다, 영애 씨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순간이 더 짜릿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건 이 때문이다.
회사 생활의 희로애락 골고루 담아낸 뮤지컬
한 해 동안 고생한 동료들과 선후배들과 볼만한 뮤지컬로
<막돼먹은 영애씨>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거대한 선물 상자로 구성된 아기자기한 무대 자체도 근사한 볼거리고, 유쾌함에 훈훈함까지 두루 갖췄다. 회사 생활의 이런저런 면모를 코믹하게 담아냈지만, 이 작품의 미덕은 회사 생활의 희로애락을 골고루 담아냈다는 점이다. “이놈의 회사, 언제 관두나?”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직장인이지만, 때로 업무를 통해 좋은 성과가 날 때, 일을 통해 선후배와 인간적으로 한 뼘 더 가까워졌을 때, 협력을 통해 내 실력 이상의 능력치를 발휘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 역시 회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아닌가.
가끔이지만, 한 번쯤은 찾아오는 그런 즐거움 덕분에 어제도 오늘도 회사생활을 내 삶의 일부로 기꺼이 안고 사는 것 아닐까. ‘오직’ 월급 하나로 매일의 자유를 반납하고 초식동물처럼 앉아있기란, 온몸을 불살라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니까. 올 한해도 열심히 일한 그대. 영애 씨를 만나자. 유쾌하고 따뜻한 연말을 만드는 데, 영애 씨가 2시간은 확실히 책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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