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미녀정신과의사의 소곤소곤
“커피 맛보다 카페 풍경이 더 마음에 들었나 보다”
다정한 상점들의 거리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작은 가게 위를 흐른다 “당신이 즐거운 삶은 원한다면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외쳐보세요.”
인생은 어쩌면 좋든 싫든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신만의 리듬으로 즐겁게 허송세월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나름 ‘범생이’로 잠깐의 쉼도 없이 제도권 안에서의 전형적인 삶만 살아온 나에겐 마음 놓고 자책하지 않고 쉬는 일이 참 힘들었다.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겐 늘 강조하는, 남의 시선이나 내면의 강박에서 자유로운 삶. 잠시 어깨에 힘을 풀고, 재킷을 벗고 쉬어가는 일이 말이다.
가령 배경 음악이 흐리지 않는 분위기 좋고 널찍한 찻집을 몇 군데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북적대는 사람들로 시끌시끌한 데를 돌아다니느라 짜증이 나곤 할 때, 이런 오아시스 같은 찻집에 찾아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뒤엉킨 실꾸러미 같던 머리가 한 올 한 올 조용히 풀려감을 느낄 수 있다. …(중략)… 길거리를 지나다가 문득 책이 읽고 싶어졌을 때는, 뭐니뭐니해도 오후의 레스토랑이 최고이다. 조용하고, 밝고, 손님이 들끓지 않고, 푹신한 의자가 있는 레스토랑을 한 군데 확보해 둔다. 포도주와 가벼운 전채만 주문해도 웨이트리스가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 친절한 가게가 좋다. 거리에 나가 시간이 남으면 책방에서 책을 한 권 사가지고 그 레스토랑에 들어가 백포도주를 찔끔찔끔 마시며 페이지를 넘긴다. 그러면 아주 호사스럽고 한가로운 기분이 든다. 체홉을 읽는다면, 무척 어울리는 풍경이 될 듯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3: 랑겔한스섬의 오후』(무라카미 하루키 저, 백암) 중
「레스토랑에서 책 읽기」 | ||
“적십자 마크와 같은 거지. 누구도 커피숍을 폭격하지는 않잖아.” 작고 오래된 마을에 거대한 간판을 건 커피숍이 있다. 오늘도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곳에는 커피적인 평화가 있고,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가 있다. -『소울메이트』(무라카미 하루키, 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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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흘러가고, 우리 삶도 흘러가지요. And if you want some fun-take Ob-la-di, Ob-la-da. 당신이 즐거운 삶은 원한다면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외쳐보세요. -비틀즈, 「오블라디 오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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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언제나 커피 잔의 친밀한 온기가 있었고, 소녀들의 상냥한 향기가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로 마음에 들어했던 것은 커피의 맛 그 자체 보단 커피가 있는 풍경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 「커피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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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무라카미 하루키, 비틀즈, 오블라디, 오블라다, 카모메 식당, 카페 제리코
늘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한, 밝고 다정한 정신과의사 안주연입니다. 우울증과 불안증, 중독을 주로 보고 삶, 사랑, 가족에 관심이 많아요. 책읽기와 글쓰기, 고양이와 듀공을 좋아합니다. http://twitter.com/mind_ma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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