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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을 먹는다 - 세발낙지와 보리새우

난 그저 약자는 강자에게 먹히는 자연의 섭리에 충실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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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은 쾌락이다. 때문에 미식의 세계가 깊고 넓어질수록 더욱 더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게 된다. 미식의 종극에 이르러 숨 쉬고 있는 원숭이골을 푸딩처럼 떠먹는 식의 엽기적 행위도 미각보다 쾌락을 추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지 않는 미식은 자칫 쾌락만 좇는 탐식으로 치우칠 염려가 있다.


보리새우

미식은 쾌락이다. 때문에 미식의 세계가 깊고 넓어질수록 더욱 더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게 된다. 미식의 종극에 이르러 숨 쉬고 있는 원숭이골을 푸딩처럼 떠먹는 식의 엽기적 행위도 미각보다 쾌락을 추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지 않는 미식은 자칫 쾌락만 좇는 탐식으로 치우칠 염려가 있다.

일본의 예술가이자 미식가였던 기타오지 로산진도 미식을 행함에 있어 도를 추구하였지만 미미락락(美味樂樂)에 불과하였다고 토로한 적 있다. 미식을 즐기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말이다. 그가 말한 도(道)가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찰력으로 봐도 무방한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혀의 유희가 미식의 본질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엽기적 미각을 향해서 비판을 날리는 것도 그리 현명해보이진 않는다. 둘러보면 우리 일상의 별미도 충분히 엽기적 미각인 게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경악한다는 산낙지만 해도 그렇잖은가. 칼로 자른 산낙지가 과격한 몸부림을 통해서 접시 밖 탈출을 감행하고 있는 광경이란. 만약 내가 산낙지를 입에 넣는 나라의 국민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외국인들의 시선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서였는지 벌교의 한 초장집에서 산낙지와 보리새우를 먹는 내내 ‘야만’이란 화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급기야는 야만을 통해서 쾌락을 느끼는 아주 원시적 본능을 미식으로 가장하는 게 인간이란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다. 나는 지금 산낙지를 먹고 있는 게 아니라 야만을 먹고 있는 중이다. 이 순간만큼은 도덕적 양심도 잠시 잊는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그게 좋다.

보리새우를 먹을 때 사람들은 대가리부터 잘라내고 껍데기를 벗긴다. 하지만 난 껍데기부터 벗긴다. 최대한 생명이 붙어있게 말이다. 그래야 이로 씹었을 때 움찔거리는 수축과 근육경련이 이에 전해진다. 보리새우의 쫄깃함과 단맛도 좋지만 난 이에 전해지는 그 느낌이 보리새우의 미각 1번지라고 느낀다. 초장이 강렬해서 보리새우 맛을 떨어뜨린다. 고추냉이와 간장을 달라고 하였다. 살짝 찍어서 먹자 새우 본질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세발낙지

운명을 예감한 듯 공처럼 몸을 움츠리고 있는 낙지 한 마리를 집어 올렸다. 세발낙지이다. 낙지는 다리가 늘어질지언정 그릇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발악도 잠시 한손으론 몸통을 잡고 또 한손으론 대갈통부터 쭈욱 훑어 내렸다. 축 늘어진 틈을 이용해 재빨리 나무젓가락을 몸통으로 집어넣고, 다리들은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았다. 이제 낙지는 포박상태나 다름없다.

생각하기에 따라 잔인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 약자는 강자에게 먹히는 자연의 섭리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다. 몸통을 기름장에 찍어 입속에 넣었다. 잘근 잘근 씹으면서 천천히 다리들도 밀어 넣었다. 낙지의 빨판이 입속에 달라붙는다. 빨판의 힘이 셀수록 쾌감도 커진다.

얼마나 씹었을까 낙지의 움직임도 멈추고 육즙이 혀에 전해진다. 짠맛부터 느껴지기 시작하지만 마지막엔 단맛이 흐른다. 전장에서 승리한 병사들은 승리의 기쁨과 함께 전리품도 챙긴다. 나에게 전리품이란 소주 한잔이다. 승자의 여유와 함께 소주 한 잔을 털어 넣었다. 야만과 쾌감을 감추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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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객 미식쇼 김용철 저,사진 | 엠비씨씨앤아이
예약 대기자 1000여 명, 맛객 미식쇼! 이 생경한 이름의 쇼는 무엇이길래 이렇게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지 궁금증이 일 것이다. '맛객 미식쇼'는 한 달에 두 세 번, 맛객 김용철이 제철 자연에서 찾은 재료들로 소소하지만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다. 『맛객 미식쇼』에는 그의 요리 철학과 미식 담론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맛, 인생에서 찾은 맛을 나누며 행복을 느낀다고 믿는다. 그래서 맛객의 요리를 접한 사람들은, 맛은 몰론이고…

 





음식, 요리와 관련있는 책

[ 미식견문록 ]
[ 한국인의 밥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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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용철

저자 맛객객 김용철은 만화가이자 맛스토리텔러. 45권이 넘는 아동만화를 펴낸 만화가. 그의 작품 ‘배낭 속 우산’은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국정교과서에 실려 있다. 하지만 그는 1,000명이 넘는 예약 대기자가 있는 ‘맛객 미식쇼’를 펼치는 맛객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궁극의 미각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데 있다”는 철학을 지닌 맛객은 수년에 걸쳐서 전국을 돌며 제철 식재료와 지역의 향토음식에 심취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맛과 향, 음식이 주는 행복을 전하고자 맛객 미식쇼를 기획, 연출하고 있다. 맛객의 음식은 돈을 위한 요리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요리다. 아직 최고의 요리는 아니지만 최고의 재료를 선택한다는 맛객. 그래서 맛객의 요리를 접한 사람들은, 맛은 물론이고 감동과 행복까지 안고서 돌아간다. 맛객은 오늘도 자연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찾아 길을 떠나고, 길 위에서 접한 재료들을 한 아름 챙겨들고 올 것이다. 우리가 맛객의 미식쇼를 기대하고 있는 한. MBC 「찾아라! 맛있는 TV」, MBC 「슈퍼블로거」, KBS1 「인간극장」 ‘맛객 길을 떠나다’(5부작) 출연, KBS2 「생생정보통」 ‘미남이시네요’ 코너...에 고정 출연하였다. Daum에 개설한 그의 블로그 ‘맛있는 인생’은 누계 방문자 수가 1,000만 명이 넘고 수차례 우수 블로그로 선정되었다. 전작으로 『맛객의 맛있는 인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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