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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데이트가 질렸다면 주말 캠핑 어때요?

첫 만남의 풋풋한 설렘을 되살려주는 아웃도어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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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김성희 커플 역시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기를 오래도록 했다. 자그마치 6년이나. 더 이상 뭘 해야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권태가 둘 사이에 자리를 틀었다. 다툼이 잦아지고 데이트에도 심드렁해졌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비상구, 캠핑이다.

캠퍼김용환ㆍ김성희
한 줄 talk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는 도시의 데이트를 아웃도어로 가지고 나왔다. 밥 해먹고 볕 쬐고 모닥불 피우는 밤은 지겨울 틈 없는 데이트의 정석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기. 아니면 차 마시고 영화 보고 밥 먹기. 천편일률적인 데이트의 모습은 누구라도 공감할 만하다. 세 가지 옵션을 놓고 이걸 먼저 했다 저걸 뒤로 뺐다 해가며 뻔한 데이트를 한다. 감정 그래프는 예측할 수 없는 곡선을 그리는데, 데이트는 매번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3개월 만에, 혹은 6년 만에 싫증이 난다.

김용환 김성희 커플 역시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기를 오래도록 했다. 자그마치 6년이나. 더 이상 뭘 해야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권태가 둘 사이에 자리를 틀었다. 다툼이 잦아지고 데이트에도 심드렁해졌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비상구, 캠핑이다.

창의적인 데이트 코스를 짜내는 대신 캠핑을 선택한 김용환 씨다. 야근이 많은 직업을 가진 탓에 주말에는 누구보다도 리프레시가 절실했던 김성희 씨는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결혼한 부부라면 생활비 중 일부를 떼어내 캠핑에 투자하겠지만 연애하는 커플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각자 150만 원씩 내서 300만 원을 마련했어요. 교외로 나가 1박 2일을 보내려 해도 펜션 예약에 20만 원, 한 끼 식사에 5만 원은 족히 들어가니, 그 돈을 모아 캠핑 장비를 산다 쳤지요. 초반에는 거의 매주 가다시피 했어요. 그 돈으로 다른 걸 했다면 이렇게 만족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우리 둘 사이도 어땠을지 모르는 거고요.”

김성희 씨는 지금도 그때 참 좋은 선택을 했다고 자부하며 연애에 지루해하는 주위 커플들에게 수차례 권하기도 했단다.

초기 비용으로 300만 원이면 가족 캠퍼의 관점에서는 턱없는 액수라 할 것이다. 둘만 다니면 되니까 모든 장비를 최소화, 소형화해서 300만 원으로 첫 살림살이를 마련했다. 텐트를 비교해보고, 센스 넘치는 숟가락 세트를 찾아보고, 캠핑 가서 입을 옷에 대해 이야기하고, 웹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랜턴을 어디서 구할지 고민하면서, 연애 1년차 커플처럼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


캠핑 가서 가만히 있는 건 둘 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낚시를 하거나 등산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야구공이라도 주고받는다. 도시에서 놀 때는 볼링을 치는 게 그나마 몸을 움직이는 전부였는데 산으로 바다로 나오니 할 거리가 무궁무진했다. 둘 사이에 추억도 차곡차곡 쌓였다.

“한여름에 계곡에 풍덩 빠져서 온몸을 흠뻑 적셔가며 어린애처럼 물놀이했던 기억, 동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도 않고 한겨울에 캠핑 갔다가 텐트 안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전기장판이랑 한 몸이 됐던 기억, 얘깃거리가 참 많이 생겼어요.”

다른 캠퍼들의 그것에 비해 유난히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사이트는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성희 씨의 취향인 줄 알았더니, 남자친구가 어디서 저런 걸 다 구해 오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른다. 김용환 씨는 일본 시부야 일대의 아웃도어 전문점을 샅샅이 훑어서 찾아낸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표정이다.


“이런 작은 액세서리들이 제 개성을 드러내주거든요. 장비를 척척 바꾸거나 마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가진 것들을 활용해서 색다르게 보이도록 꾸미는 데 열중하는 편입니다. 성희는 너무 과하다고 나무랄 때도 있는데 야외에서는 또 이렇게 화려한 맛이 있는 장식들이 어울리거든요. 사진을 찍어도 더 재미있고, 캠핑 사이트를 꾸리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죠.”

이 커플의 수상한 역할 분담은 계속됐다. 텐트를 치고 접는 일, 장작불을 피우고, 거기에 고기를 굽는 일 등 7할은 김성희 씨의 몫이었다.

“이제 ‘용환아’ 하고 부르기만 하면 쟤가 척하고 알아요. 내가 뭘 얘기하려는지, 뭐가 필요한지, 무엇을 할 타이밍인지. 호흡이 잘 맞아떨어지는 거지요. 텐트를 치는 건 보통 아빠들이 하는 것 같던데 저희는 어쩌다보니 제가 더 주도적으로 하게 됐어요. 텐트를 설치한 다음에 텐트 천이 예쁘고 판판하게 펴지도록 힘껏 당겨서 펙 박고 스트링을 연결하는 건 남자친구의 몫이죠. 어찌나 모양새에 신경을 쓰는지.(웃음) 캠핑 와서 하는 이런저런 일들을 여자들도 해보면 재미를 느낄 거예요. 이건 제 개인적인 반응일 수 있는데, 야외에 나와 있는 것만으로 100퍼센트 리프레시가 되지는 않더라고요. 몸을 움직이고 평소에 안 하던 것들을 하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재미를 느껴요. 남자들만 그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고 여기는데 꼭 그런 건 아닌 듯해요.”

아웃도어에 최적화한 드문 여자, 섬세하고 미적 감각(?)이 뛰어나며 요리 잘하는 남자. 캠핑을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의외의 매력을 알게 됐다. 게다가 비전형적으로 보이는 캠핑 역할 분담에 둘 다 매우 만족해하는 눈치다.

9년의 연애사를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자면, 연애를 시작하고부터 6년이 전반, 캠핑을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3년이 후반일 것이다. 스포츠 경기도 전반보다 후반이 짜릿하고 야구는 9회부터다. 우연한 기회에 입문하게 된 캠핑은 처음 만났을 때 못지않은 신선한 즐거움을 줬다. 그보다 더 반가운 것은 당분간 캠핑 덕분에 지루할 틈 없는 데이트를 이어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MY FAVORITE * 캠핑 사이트 디자인

“하루에도 몇 번씩 테이블을 이리 놓았다가 저리 놓았다가, 장식품을 여기 달았다가 저기 달았다가를 반복해요. 지루한 건 딱 질색이거든요. 사이트를 디자인하는 게 무엇보다 흥미로워요.”

MSR 허바허바 텐트

“중량이 1.8킬로그램인데, 써보니까 내구성이 아주 좋더라고요. 납작 엎드린 구조라서 비나 바람에 강해요. 하나로 연결된 폴대 덕분에 설치와 철수가 쉬운 것도 장점입니다. 지지대를 이리저리 이을 필요 없이 탁탁 끼우기만 하면 뼈대가 완성돼요. 그리고 이건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인데요, 이 세련된 노란색 어떤가요? 한국에는 몇 개 없는 노란색 허바허바 텐트랍니다!”


MY FAVORITE * 캠핑 기어


아마조나스 해먹

“아마존닷컴을 통해 구매한 브라질산 해먹입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의 필수품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애들이 좋아하는 건, 가만 보면 어른들도 다 좋아해요. 둘이 오붓하게 앉아 조곤조곤 얘기를 나누거나, 달콤한 낮잠에 빠지거나,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고 싶을 때, 텐트 안은 갑갑하고 의자는 딱딱하고, 그럴 때 해먹이 딱이에요.”


MY FAVORITE * 캠핑 레시피

볶음우동

“제가 성희한테 가장 자신 있게 해주는 요리예요. 철판에 볶아 먹는 요리여서 식사 후 설거지할 게 별로 안 나와요. 그래서 철수하는 날 점심으로, 네 명 이상이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 자주 선택하는 메뉴입니다. 캠핑에서는 설거지가 간편한 것만큼 큰 장점도 없더라고요.”

재료(4인분 기준)
생우동 600g, 양파 2개, 양송이버섯 3개, 베이컨 50g, 숙주나물 300g, 돈가스 소스 6큰 술, 마요네즈, 후추, 파슬리 가루 적당량

step 1. 팬에 기름을 충분히 두른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재료를 양파, 버섯, 베이컨순으로 넣고 볶는다.
step 2. 채소가 어느 정도 익으면 숙주를 넣고 숨을 죽인다.
step 3. 뜨거운 물에 우동을 삶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팬에 넣는다.
step 4. 마지막으로 돈가스 소스를 뿌린 후 양념이 잘 배어들게 볶아준다. 마요네즈, 후추, 파슬리 가루 등을 취향에 맞게 곁들인다.


MY FAVORITE * 캠핑 스폿

몽산포 오토캠핑장

사전에 예약을 안 해도 되고 먼저 온 사람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몇 안 되는 캠핑장이다. 새파랗게 우거진 솔숲, 그에 맞닿은 하얀 모래사장, 잔잔한 서해바다가 어우러져 있다. 많이들 찾는 경기도나 강원도의 산중과는 완전히 다른 바람과 풍경에 누구라도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 3월에도 한겨울처럼 쌀쌀하고 백사장에서 날아온 모래 때문에 장비가 더러워지고 상하지만, 그래도 바닷가를 마주하고 텐트를 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한 번쯤이라도 마지막 남은 화로의 불씨를 죽이고 암흑천지로 변한 바다와 하늘을 느껴봤다면, 이른 아침에 텐트의 지퍼를 열자마자 서해의 말끔한 얼굴과 맞닥뜨려봤다면, 불편한 그 자리를 기어이 고집할 것이다.




Information

주소 : 충청남도 태안군 남면 신장리 358-3번지
전화 : 011-409-9600
이용료 : 1박 1만 5,000원, 전기료 5,000원
편의시설 : 전기 사용 가능, 샤워장(온수 사용 불가), 개수대(온수 사용 불가), 매점
주변 명소 : 몽대포구, <장길산> 세트장, 안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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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캠핑 성재희,윤영주 공저 | 위즈덤스타일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집 꾸미기에 관한 모든 것. 10평부터 30평대의 아파트, 《주말엔 캠핑》은 캠핑을 즐기는 목적과 스타일에 따라 단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앞서 캠핑을 할 때 꼭 필요한 장비는 일러두기에서 소개한다. 1장 가족 캠퍼의 품격은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캠핑을 시작한 아빠들의 이야기다. 아이에게 자연과 가까이 하는 경험과 새로운 자극을 선사하고 싶었던 부모들이 좀더 오래, 지루하지 않게 캠핑을 이어나갈 방법을 고심한 흔적이 담겨 있다…

 





캠핑과 관련있는 책

[ 오케이, 가족 캠핑 ]
[ it's camping 잇츠 캠핑! ]
[ 캠핑카 타고 유럽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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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성재희, 윤영주

성재희
도시에서 벗어나 노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여긴다. 봄가을에는 캠핑하느라, 여름에는 바닷가에서, 겨울에는 눈밭에서 노느라 바쁘다. 이를 위해 기꺼이 일하는 직장인. 첫 번째 책이다. 메일주소는 mailboxforj@gmail.com 이다.

윤영주
5년 차 캠퍼. 의욕에 불타서 캠핑을 다녔던 초반과 달리 횟수도, 관심도 부쩍 줄어들던 차에 책을 쓰면서 캠핑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샘솟았다.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금토일 해외여행』, 『일주일 해외여행』, 『시크릿 서울』, 『뉴욕 내비게이션』, 『저스트 고 미국 동부』가 있다. 메일주소는 babs22@naver.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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