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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의 음악적 외도 - 욕먹거나, 혹은 박수 받거나

놀라울 정도의 변신을 감행한 대담한 뮤지션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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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들은 대체적으로 앨범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러는 이런 변신이 외도로 생각될 만큼 본연의 자리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 예상되는 경우의 수는 딱 두 가지입니다. ‘찬사로 환영받으며 역사에 남거나, 혹은 손가락질을 받으며 욕을 한 바가지 먹거나’이지요…

음악가들은 대체적으로 앨범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러는 이런 변신이 외도로 생각될 만큼 본연의 자리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 예상되는 경우의 수는 딱 두 가지입니다. ‘찬사로 환영받으며 역사에 남거나, 혹은 손가락질을 받으며 욕을 한 바가지 먹거나’이지요. 이번 플레이리스트 34회는 놀라울 정도의 변신을 감행한 대담한 뮤지션들의 이야기입니다.



1. Metallica - Ain't my bitch

수록 앨범: < Load >

아마 글의 제목을 보자마자 이 앨범을 떠올린 음악팬들도 상당수일 겁니다. 때는 1996년, 헤비메탈은 너바나(Nirvana)로부터 촉발된 얼터너티브 열풍 앞에 무릎을 꿇었고 이 앨범은 그 시대상의 증거와도 같은 앨범이 되어버렸죠. 그룹이 그간 보여주던 스래시(Thrash) 메탈 스타일을 벗어난 첫 번째 외도에 당시의 팬들이 보이던 반응은 시큰둥함을 넘은 ‘변절자’라는 손가락질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이야 다시 어느 정도의 호응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반발의 의견도 여전한 것 같네요.


2. Radiohead - Paranoid android

수록 앨범: < OK Computer >

180도 변신은 종종 큰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Creep’을 연주하기가 죽기보다도 싫었다”던 이들은 세 번째 앨범인 < OK Computer >부터 다른 어떤 세계도 아닌 그들만의 세계의 밑바닥으로 점점 침잠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앨범은 결국 세기말을 장식한 기념비적인 앨범으로 남았고, 이들은 21세기의 핑크플로이드가 되었죠.

3. Miles Davis - Bitches brew

수록 앨범: < Bitches brew >

지금이야 어떤 대중음악 명반 리스트이든 그 모두의 상위권을 꿰차고 있는 음반이지만, 당시의 재즈 팬들은 < Bitches Brew >에 대해 적지 않은 유감을 표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이 앨범에 록 음악의 상징인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시간의 간택을 받은 작품’이라는 수식을 붙여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마일스는 이 앨범을 통해 후일 ‘크로스오버 재즈’라는 새로운 조류의 개척자라는 위상도 가지게 됩니다.

4. Herbie Hancock - Sly

수록 앨범: < Head Hunters >

마일스 데이비스가 혁신적인 악기 구성을 통해 크로스 오버 재즈의 시작을 고했다면, 허비 행콕은 그것의 무게중심을 재즈에서 다른 음악 쪽으로 더 확대시켰다고 할 수 있겠죠. 바로 펑크(Funk)인데요.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Sly」는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 음악에 영감을 얻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펑크 밴드였지요.

5. Rod Stewart - Da ya think I’m sexy?

수록 앨범: < Some Guys Have All The Luck >

몇 개의 스타급 밴드를 거치고 솔로 커리어에까지 발을 뻗었다 한들, 그의 음악은 어디까지나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로큰롤에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1970년대 후반의 유행을 좇으며 디스코로 노선 변경을 고했을 때 팬들의 불평은 예정된 수순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런 부정적 반응에 아랑곳 않고 당시의 트렌드를 적극 밀어붙였죠.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상당한 강단을 발휘했습니다.

6. Lou Reed - The view

수록 앨범: < Lulu >

이 곡을 이 리스트에 올려놓은 이유는 「The view」에 대한 유튜브의 댓글들만 살펴봐도 짐작이 가능합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보컬로 유명한 루 리드는 메탈리카와 함께 작업한 2011년의 이 앨범을 통해 ‘음유시인’에서 ‘아이디어 바닥난 평범한 노장 가수’로 음악 팬들의 마음속에서 등급이 강제 강등되었죠. 루 리드의 헤비메탈 사운드에 대한 도전은 후일의 역사에서도 실패로 기록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 도전정신은 분명 높이 살 만하죠.

7. Eric Clapton - Swing low, sweet chariot

수록 앨범: < There's One In Every Crowd >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도 음악적 변신을 꾀했다가 커리어에 오점을 남긴 일이 있습니다. (아티스트의 앨범에 대해 ‘오점’이라면 너무 박한 평이 아닌가도 싶겠지만, 이것은 그 스스로 오점이라 밝힌 부분이기에 그대로 인용합니다.) 과거 이 앨범을 만들 때를 회상하며 그가 남긴 코멘트는 이렇습니다. “당시 우리가 하려 했던 일을 비유하자면, 분유를 분석해서 모유를 만들어내려는 것이었다.” - 제대로 될 리가 만무했다는 뜻이겠지요. 참고로, 그 변신의 중심이 되던 음악은 ‘레게’였습니다.


8. Bob Dylan - Like a Rolling stone

수록 앨범: < Highway 61 Revisited >

지금이야 포크 록의 새로운 시대와 가사 미학의 시대를 동시에 열었다는 평을 받는 앨범이지만, 당시만 해도 일렉트릭 기타를 손에 쥔 밥 딜런이 스테이지에 올라설 때면 갖은 욕설과 함께 무대 위로 수 개의 맥주 캔과 계란이 날아들었다고 합니다. ‘포크는 어쿠스틱 기타를 통해야만 한다’라는 당대의 고정관념 때문이었죠. 껄끄러운 통과의례였지만, 밥 딜런은 「Like a Rolling stone」을 히트시키며 시대를 그의 편으로 포섭하는 것에 성공하게 됩니다. 앨범 또한 ‘세기의 명반’이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획득했죠.


9. Rolling Stones - Miss you

수록 앨범: < Some Girls >

롤링 스톤즈의 디스코그래피를 다 꿰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그저 로큰롤 밴드로 회자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을 수식하는 수식어는 언제나 ‘살아있는 로큰롤의 전설’이지만, 1970년대 말에는 당시 유행하던 디스코로의 선로변경을 감행한 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이 명반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은 그 준수한 퀄리티를 인정받은 덕분입니다. 이 곡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10. Pantera - Cowboys from hell

수록 앨범: < Cowboys From Hell >

‘초 과격’이라는 단어가 정의하는 판테라의 음악세계. 그런데 이들의 초기 커리어가 허세 가득한 팝 메탈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83년부터 1990년까지 장장 7년의 시간 동안 이들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그 시기의 앨범들은 지금까지 희귀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후의 전설들은 모두 1990년의 작품인 이 앨범, < Cowboys From Hell >부터 시작되었죠.

11. Animetal USA - 드래곤볼 메들리 (Cha-la head-cha-la / We gotta power)

수록 앨범: < Animetal USA W >

라우드니스, 잉베이 맘스틴, 임펠리텔리, 오지 오스본, 콰이어트 라이엇, 화이트스네이크, 디오, 테스타먼트, 슬레이어 등등 전설적 헤비메탈 밴드들만 거쳐 온 메탈 레전드들이 다시 뭉쳤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들을 부르기 위해서라면 믿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보컬인 마이크 베세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열렬한 팬이라고 합니다.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는 인터넷 유머가 머리를 스치네요.

12. Snoop Dogg - Who Am I (what's My Name)?

수록 앨범: < Doggystyle >

힙합계의 큰형님 스눕 독은 최근 스눕 라이언으로 이름을 바꾼 바 있습니다. 자메이카 여행 중 레게의 전설인 ‘밥 말리’와 영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했고, 이를 통해 자신이 가야 할 음악적 방향이 레게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믿거나 말거나.) 참고로 사자(Lion)는 라스타피라아교의 상징적 동물입니다. 곧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이지만, 우스갯소리처럼 들리는 동기로 인해 우려하는 힙합 팬들이 적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

13. Kid Rock - Care

수록 앨범: < Born Free >

더 이상 ‘백인 쓰레기’라는 별명을 들으며 사건 사고를 터트리던 키드 록이 아닙니다. 그는 2010년의 정규앨범 에서 랩과 메탈사운드를 버리고 온전한 컨트리 / 서던 록 사운드로의 선회를 택했죠. 「Care」는 그의 변화된 내면이 잘 드러난 곡입니다. 자신은 세상을 바꿀 수 없고, 할 수 있는 것은 보살핌(위로) 뿐이라며 전쟁과 가난 등의 사회적 문제를 관조적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죠.

14. 나비효과 - 첫사랑

수록 앨범: < 나비효과 >

< 나는 가수다 2 >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김바다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나위 6집과 7집에 참여하며 로커로서의 본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시나위 시절 이후 독자 노선을 꾀할 때 그의 솔로 데뷔를 위해 모인 프로젝트가 그룹 형태로 발전한 것이 ‘나비효과’라는 밴드였지요. 김바다는 이 시기에 헤비메탈 성향이 아닌 모던 록 성향의 말랑말랑한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됩니다. 특히 「첫사랑」이 애청되었죠.


15. 노바소닉 - 마지막 편지...그것조차 거짓: 또 다른 진심

수록 앨범: < 1999-2002 Remastering >

과거 넥스트가 해체되었을 때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신해철을 제외하고 남은 멤버들은 패닉 출신의 김진표와 뭉쳐 넥스트와 김진표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됩니다. 헤비메탈 사운드에 랩을 얹은, 당시 유행하던 뉴 메탈 밴드로의 변신이 그것이었지요. 음악은 골수 록 팬들의 호응도 얻어냈지만, 이 곡 「또 다른 진심」이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던 댄스 게임에 삽입되면서 일반 대중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지금은 김진표의 남다른 이력이 되었지요.


16. 정차식 - 용서

수록 앨범: < 황망한 사내 >

‘귀곡메탈’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부산 출신의 밴드 ‘레이니 선’에서 독립한 정차식도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며 호평을 이끌어낸 케이스의 뮤지션입니다. 음산함과 폭발성으로 정의되던 귀곡성은 그의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며 울림의 소리로 전환되었고, 결국 ‘황망한 사내’라는 독특한 자아를 만들기에 이르렀죠.

17. 유현상 - 여자야

수록 앨범: < 남자의 사랑/미워요 미워 >
‘백두산’으로 다시 돌아온 지금이야 대한민국 록 신을 지키는 선배 뮤지션으로서의 위상을 점하고 있지만, 과거 백두산의 해체 후 유현상이 택한 길은 그 누구도 예상 못했던 트로트 가수로의 선회였습니다. 그네들을 아끼던 국내의 헤비메탈 팬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더랬죠. 후일, 로커로서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현실을 택할 수밖에 없던 당시의 상황을 회상한 바 있습니다. 지금이나마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네요.




18. 임재범 - 이 밤이 지나면

수록 앨범: < 임재범 1집 >

유현상이 호응보다 빈축을 더 샀다면, 임재범은 실망과 함께 큰 호응도 얻어낸 드문 케이스를 보여준 가수입니다. 시나위와 아시아나 등 전설적 록 밴드들의 보컬로 유명했던 그이지만, 유현상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벽에 부딪혀 록 일관이던 그의 커리어를 팝 성향의 발라드 쪽으로 틀어버렸죠. 한국의 마이클 볼튼이라는 수식은 그때부터였습니다. 이 경우는 실망한 사람도 있었지만, 반기는 이들도 상당했습니다.

19. 노라조 - 해피송

수록 앨범: < 첫 출연 >

퍼포먼스를 맡고 있는 조빈이야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다지만, ‘오픈 헤드’라는 밴드에서 보컬을 하고 있던 이혁의 원래 포지션은 댄스가수가 아닌 골수 로커였습니다. 설에 의하면 생활고에 시달리며 밴드음악을 하던 이혁이 조빈의 끝없는 설득에 그만 넘어가버린 것이라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노라조는 각종 행사의 감초 같은 그룹으로 자리를 확실히 굳혀나가고 있죠.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네요.


20. 문희준 - 기억이란 작은 마을

수록 앨범: < Triple X >

대중음악 역사상 그만큼이나 네티즌들에게 시달렸던 가수도 아마 없을 겁니다. 혐의는 한 가지, ‘아이돌 그룹 출신이 록 음악에 손을 댔다’는 것이었죠. 확인할 길 없는 루머도 난무했습니다. 「기억이란 작은 마을」은 (아직까지는) 그의 마지막 정규 앨범으로 남은 < Triple X >의 수록곡으로, 문희준은 이 앨범을 끝으로 정규 커리어는 더 이상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신 문보살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쇼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죠. 모든 비난을 이겨내고 밝은 모습을 되찾은 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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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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