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헉! 직접 삭힌 홍어, 그 맛은 진리였네
나에게 홍어는 소울푸드
홍어를 좋아한다. 하지만 즐겨 먹지는 않는다. 무슨 소리인가? 홍어를 좋아하면서도 즐겨먹지 않는다니. 선문답쯤 한다고 하겠지만 실제 그렇다. 내 미각을 충족시키는 홍어를 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좋아하면서도 즐길 수 없는 게 홍어이다.
홍어를 좋아한다. 하지만 즐겨 먹지는 않는다. 무슨 소리인가? 홍어를 좋아하면서도 즐겨먹지 않는다니. 선문답쯤 한다고 하겠지만 실제 그렇다. 내 미각을 충족시키는 홍어를 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좋아하면서도 즐길 수 없는 게 홍어이다.
그런 이유로 홍어가 제철이지만 제대로 된 홍어 한 번 맛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무 홍어집이나 가서 먹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해서 직접 삭혀(발효)보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강원도 양구에서부터 짚을 가져왔다. 유해성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재배했던 짚으로 골랐다. 짚은 홍어를 삭히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짚의 발효균은 홍어의 발효를 도와 강알칼리성 성분이 빠르게 증가하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부패균이나 잡균이 감히 침투하지 못한다.
짚을 구해 놓은 지 2주가량 지났을 때 울진 죽변항에서 연락이 왔다. 가오리가 나왔는데 일반 가오리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삭혀도 된다고 한다. 일단 보내라고 했다. 받고 보니 홍어였다.
홍어와 가오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코라고 불리는 대가리 끝 부분에 있다. 홍어가 뾰족한 삼각형이라면 가오리는 보다 둥그런 곡선의 모양새다. 홍어의 주산지는 흑산도이고 넓게는 서남해안 일대이다. 홍어가 산란을 위해서 남하하기 전에는 연평도에서도 많이 잡힌다. 때문에 동해에서 홍어가 잡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동해에서도 홍어는 잡힌다. 다만 서남해안산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 서남해안은 주로 갯벌로 이루어져 있어 그만큼 영양분이나 먹잇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왜 홍어는 물이 닿으면, 안 되는 건가요?”
최근 한 독자가 내 블로그에 남긴 댓글이다. 홍어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나온 생선이나 해산물은 민물이 닿으면 선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때문에 바로 조리할 게 아니라면 가급적 민물과 접촉을 금하는 게 좋다. 특히 홍어는 품고 있는 효소를 최대한 신속하게 암모니아성분으로 만드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물로 씻어버리면 그만큼 효소가 줄어 들 테고 암모니아 성분으로 바뀌는 데에도 시간이 더 걸린다. 그만큼 잡균이나 부패균이 들어올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 이유로 되도록 민물에 닿지 않게 손질해야 한다. 겉면에 점액질은 키친타올을 이용해서 닦아낸다.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내고 몸통과 날개(지느러미) 부위로 나눠 잘라서 걸어둔다. 핏물과 수분을 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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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맛객객 김용철은 만화가이자 맛스토리텔러. 45권이 넘는 아동만화를 펴낸 만화가. 그의 작품 ‘배낭 속 우산’은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국정교과서에 실려 있다. 하지만 그는 1,000명이 넘는 예약 대기자가 있는 ‘맛객 미식쇼’를 펼치는 맛객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궁극의 미각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데 있다”는 철학을 지닌 맛객은 수년에 걸쳐서 전국을 돌며 제철 식재료와 지역의 향토음식에 심취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맛과 향, 음식이 주는 행복을 전하고자 맛객 미식쇼를 기획, 연출하고 있다. 맛객의 음식은 돈을 위한 요리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요리다. 아직 최고의 요리는 아니지만 최고의 재료를 선택한다는 맛객. 그래서 맛객의 요리를 접한 사람들은, 맛은 물론이고 감동과 행복까지 안고서 돌아간다. 맛객은 오늘도 자연에서 나는 제철 재료를 찾아 길을 떠나고, 길 위에서 접한 재료들을 한 아름 챙겨들고 올 것이다. 우리가 맛객의 미식쇼를 기대하고 있는 한. MBC 「찾아라! 맛있는 TV」, MBC 「슈퍼블로거」, KBS1 「인간극장」 ‘맛객 길을 떠나다’(5부작) 출연, KBS2 「생생정보통」 ‘미남이시네요’ 코너...에 고정 출연하였다. Daum에 개설한 그의 블로그 ‘맛있는 인생’은 누계 방문자 수가 1,000만 명이 넘고 수차례 우수 블로그로 선정되었다. 전작으로 『맛객의 맛있는 인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