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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로 자리를 굳힌 동방신기 새 앨범 호평 外 칼리 래 젭슨, 제이통
작사, 작곡의 능력까지 겸비한 ‘준비된 신데렐라’ 칼리 래 젭슨 준비된 신데렐라, 빌보드 정복하다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 제이통(J-Tong)의 신보
올해의 빌보드 차트는 신인의 공습이 거셌던 해로 기억될 것 같네요. 고티에와 펀, 칼리 래 젭슨은 모두 신인급 가수들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8주, 6주, 9주간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하며 기존 월드스타급 가수들을 울상 짓게 만들었으니까요. 기적을 일궈낸 주인공의 앨범, < Kiss >와 함께…
올해의 빌보드 차트는 신인의 공습이 거셌던 해로 기억될 것 같네요. 고티에와 펀, 칼리 래 젭슨은 모두 신인급 가수들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8주, 6주, 9주간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하며 기존 월드스타급 가수들을 울상 짓게 만들었으니까요. 기적을 일궈낸 주인공의 앨범, < Kiss >와 함께 5인조에서 2인조로 자리를 굳힌 동방신기의 신보와 ‘부산출신’이라는 지역성을 내걸며 독특한 음악세계를 선보이는 제이통의 신보를 함께 소개합니다.
칼리 래 젭슨(Carly Rae Jepsen) < Kiss >
「Call me maybe」로 고티에(Gotye)의 고공 행진에 종지부를 끊으며 9주간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으니, 칼리 래 젭슨은 이미 2012년 여름 시장의 최대어라 할만하다. 아니, 올 한해로 그 범위를 넓힌 다해도 무리는 없겠다.
생소한 이름부터 그저 올해의 신데렐라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 Kiss >는 그녀의 소포모어 작품이다. 이미 2007년 캐나다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 캐네디언 아이돌(Canadian Idol) >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이듬해 발표한 데뷔작 < Tug Of War >를 통해 자국 내에서 제법 인기를 얻었다. 이를 통해 차츰 뮤지션으로서의 경력을 쌓고 있었다.
사건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다. 「Call me maybe」를 라디오에서 들은 ‘트위터의 왕자’ 저스틴 비버는 자신의 계정에 곡을 포스팅했고, 3천여만 명의 팔로워 군단에게 노출되는 뜻밖의 행운을 누렸다. 귀여운 외모와 개성 넘치는 목소리, 그리고 작사, 작곡의 능력까지 겸비한 ‘준비된 신데렐라’는 거대한 스타덤에 오름과 동시에 국제적 지명도를 얻게 된다.
그를 향한 호의적 관심의 이유는 남다른 송라이팅의 재능이 있어서 기도하지만, 그보다도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이자 「강남스타일」을 통해 싸이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본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own)의 소속사 < 스쿨 보이(Schoolboy Records) >와 계약이 더 큰 요인일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엘엠에프에이오(LMFAO)의 레드푸(Redfoo)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백스트리트 보이즈, 그리고 올해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 앨범 < Red >에 참여한 맥스 마틴(Max Martin),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의 조력자 댈러스 오스틴(Dallas Austin)이라는 쟁쟁한 프로듀서 라인업을 꾸렸으니 이미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음악적 큰 그림은 현재 팝 음악 시장을 풍미하고 있는 80년대 스타일의 디스코와 신스팝이다. 샘 쿡(Sam Cooke)의 「Cupid」를 차용한 발랄한 인트로곡 「Tiny little bow」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대표한다. 사랑앓이하는 소녀의 속내를 통통 튀는 댄스 비트와 경쾌한 신시사이저의 어슷한 조화 속에서 풀어내는 것이 < Kiss >라는 이야기의 주 콘셉트다.
사랑의 시작과 설렘을 대변하는 「This kiss」, 큰 히트를 기록한 「Call me maybe」와 같은 주요 트랙은 물론, 앨범의 전반적 흐름은 한결같이 빛나고 상큼한 느낌의 댄스 음악 중심이다. 쉼 없이 ‘업’만 시켜놓기에 자칫 물려버릴 수도 있지만, 이처럼 줄곧 들뜬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이미지에 적합한 선택이자 전략으로 보인다. 구색 맞추기의 구성으로 템포를 늦춰가는 트랙을 수록했다면 오히려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계륵으로 남겨졌을 공산이 크다.
소위 여인 천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팝계의 우먼파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칼리 래 젭슨은 시장의 절대 강자인 레이디 가가와 리한나의 ‘섹시 카리스마’, 혹은 아델과 더피와 같은 ‘토치 싱어’ 부류와는 철저히 구분된다. 멋을 부린다거나, 사랑에 구걸하지 않는다. 또한, 그녀가 전하는 어수룩한 감성에는 억지스러운 심각함이 없어 더욱 편안하게 다가온다. 한 소녀의 소박한 러브스토리, 그 상상만 해도 설레는 ‘키스’의 기억에는 모두를 행복으로 이끄는 건강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동방신기(東方神起) < Catch Me >
과거의 화려함에 대한 집착은 더 이상 비교의 잣대가 될 수 없다. 2인조 동방신기의 소포모어 음반 < Catch Me >는 이를 표면적, 음악적인 안정감으로 보여준다. 전작 < 왜 >가 뼈있는 가사와 강한 SMP(SM Performance)를 바탕으로, 해체 뒤의 굳건함을 호소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시간이 만들어준 여유가 그대로 묻어난다. 떠나간 옛 동료를 의식하지 않는다.
SM이 만든 특허성의 뚜렷한 콘셉트와 화려한 퍼포먼스, 강한 개성의 음악은 여전하다. 궤도에 다시금 연착한 모습은 타이틀곡 「Catch me」를 통해 우선적으로 발견된다. 일렉트로닉과 덥스텝으로 유행을 따르면서도 사이보그적인 무대 이미지와 효과음을 연출한 것은 전형적인 SMP 전략을 띄고 있다. 이는 줄곧 동방신기의 음악을 만든 디렉터 유영진의 손길이 고스란히 담겨진 연유다. 하지만 가사는 순화되었다. 대중적인 가사는 포용성을 넓히며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의 가세는 부드러움까지 더한다. 힘을 빼면서 전체적인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졌다.
그 이외의 수록곡들은 한결 다양해진 장르를 자랑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렉트릭 기타로 일군 록 사운드. 그들은 이 남근적인 음악을 남성성 강조의 수단으로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날카로운 기타의 「I don't know」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Wake up」 리프와 중첩되는 「Getaway」는 댄스 음악과 접목되며 동방신기의 극대화된 마초의 체취를 뿜는다.
데뷔 때부터 아카펠라를 가능케 할 수 있었던 탄탄한 보컬은 알엔비와 발라드 음악에서 빛이 난다. 「Destiny」에선 인원 구성상 구현하기 힘든 아카펠라 대신 최강창민과 유노윤호의 하모니가 대체한다. 마지막 곡 「Good night」는 위로의 가사와 어울리는 부드러운 음색으로 서서히 음미하는 잔향을 남긴다. 감성의 집합체 발라드 곡 「How are you」와 「I swear」 또한 스트링과 피아노 등의 여린 음파와의 적정한 조화를 보여준다. 「꿈(Dream)」은 제이 팝의 향기를 머금은 아기자기한 사운드로 파스텔 톤의 발랄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해외 프로듀서와 협력한 일렉트로닉 댄스곡 「인생은 빛났다(Viva)」와 「Gorgeous」는 매끄러운 전개로 완성도까지 높이고 있다. 어느 때보다 풍성한 음악꾸러미를 완성했다.
음악적인 안정성 부각에 쏟아 부은 에너지가 실질적인 위력을 갖지 못한다는 건 아쉽다. 신생 아이돌 군의 포화상태에서 어색하게 낀 그들의 존재감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부상시키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이돌 독점이 빚어낸 협소한 음악 프레임의 약점을 고발한다.
어느새 8년차가 되었다. 자생력 없이 기획사가 만들어낸 이미지로 승부를 거는 동방신기에게 이 같은 세월은 버거웠을 것이다. 그렇게 중견 아이돌 동방신기의 깊은 상처는 더딘 회복력 끝에 < Catch Me >로 완치된 모습을 보여준다. 두 명의 멤버로도 동방신기라는 이름에 동기화를 이룬 현재가 이들의 최대치인지는 미지수지만 후속 작에 대한 기대감도 남기고 있다.
제이통(J-Tong) < 모히칸과 맨발 >
제이통은 부산의 아들임을 자처했다. 부산 진구를 ‘나와바리’로 삼고 돼지국밥을 예찬하며 롯데 자이언츠에 미쳐있는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다. 이를 랩으로 풀은 첫 EP < 부산 >을 2011년에 공개하며 그는 과잉된 남성성에 뒤엉킨 부산 코드로써 주목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자연스레 업적에 대한 의미가 부연되었다. ‘지역성’이라는 실체가 희미했던 한국 힙합 씬에 신선한 대안을 선사했음을 물론이고, 연성화 혹은 무력감이 만연하던 기류에 일갈을 가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던 차 1년이 조금 지나 정규 앨범의 타이틀을 걸고 나온 결과물이 < 모히칸과 맨발 >이다. 이번 앨범은 아티스트 개인에게 있어서 매우 신중하게 놓아야하는 ‘한 수’였다. 우선 강렬한 캐릭터로 조명을 받은 루키라면 다음 행보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시선과 관심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초에 주목을 끌게 했던 파격과 신선함은 유통기한이 있기 마련이다.
눈앞에 놓인 사실만을 언급하자면 8곡의 수록곡(스킷 제외) 중에 두 곡, 「구구가가」와 「개판」은 < 부산 >에 이미 수록된 바 있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식상한 반응에 대해 그는 기존 곡들을 몸집 있는 록 사운드로 재편해 방어진용을 꾸렸다. 올해 여름 지산 록페스티벌에서 로다운 30와 협연하는 등 일면 예견된 행보이기도 했다. 한 살을 더 먹은 새 버전은 원형을 재해석해서 도약했다. 「구구가가」는 윤병주를 만나 싸이키델릭한 질감이 덧입혀진 반면, 세기말의 뉴 메탈을 연상시키는 「개판」은 온순해진 노브레인까지 광기를 되살리게 하며 정신줄을 놓기에 이른다.
이어서 에너지가 절정에 이르는 「사직동 찬가」까지 록과 힙합의 전략적 제휴는 사운드의 광폭함과 제이통의 아이덴티티와 단단한 결속력을 증명하기 때문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에 따른 그늘도 노출된다는 점이다. 신곡이라고 할 수 있는 「취해 부르는 노래」, 「혼란 속의 형제들」, 「모히칸과 맨발」은 별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위축된 형세를 나타낸다. 즉 지속가능한 로드맵을 현재시제에서 찾지 못하고 과거시제의 변주로 갈음한 인상이 강하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봤을 때 정규앨범의 신곡들이 남긴 잔상이 (선정성으로 논란이 되었던) 「찌찌뽕」의 뮤직비디오밖에 없게 된다면 여간 찝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제이통의 진군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아직도 충분하다. 앞으로 ‘부산’의 아이덴티티를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 지에 대한 대처방식에 눈길이 쏠린다. 그의 여정 하나하나가 국내 힙합 씬의 중요한 실험이기 때문이다. 특유의 사운드와 스토리가 결합돼 지역 씬을 이뤘던 미국과는 달리, 제이통은 억센 억양과 부산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로 지역색을 구축해나가는 중이다. 마침내는 그가 하기 나름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식상하지 않은 ‘부산 사나이’ 캐릭터를 대중이 꾸준히 소비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 것인지, 두 길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이통이 부산을 버릴 일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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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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