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최고의 만화 『미생』을 읽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미생』에는 바둑프로만을 목표로 살아온 이 시대의 청년 당그래가 있다. 바둑 외에는 생각해본저기 없었기에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오히려 그 경력이 사회생활에 장애만 되는 막막한 청춘이다. 그런 그가 원인터내셔널에 인턴사원으로 취업하면서 본격 직장생활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 난 늘 주말이면 바둑판을 끼고 사는 아버지가 참 이상했었다. 어른들이 쉴 때면 오빠와 나는 오목을 두고는 했는데 남의 한 수를 볼 때면 좁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바둑판이 나의 시합 중에는 거대하게만 보여서 신기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직도 바둑TV만 보고 허리가 아픈데도 기원에서 몇 시간씩 앉아있는 아버지에게 화를 내는 나에게 『미생』은 그런 이해할 수 없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해준 특별한 만화였다.
『미생』에는 바둑프로만을 목표로 살아온 이 시대의 청년 장그래가 있다. 바둑 외에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에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오히려 그 경력이 사회생활에 장애만 되는 막막한 청춘이다. 그런 그가 원 인터내셔널에 인턴사원으로 취업하면서 본격 직장생활이 시작된다.
공전의 베스트만화 『이끼』를 통해서도 드러난 윤태호 작가 특유의 탄탄한 서사 속에 번뜩이는 인물묘사는 이 작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언제나 눈이 충혈되어있는 빨간 눈의 오과장, 책상에서 사무만 보는 본사를 무시하고 현장을 중시하는 인턴 한석율, 적성에 맞지 않는 일로 둥둥 떠다녀서 업체에도 얕보이는 박대리, 칼같이 일하지만 육아 때문에 늘 남편과 다투게 되는 신차장 등… 지금 이 시대의 한국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직장인의 삼라만상이 작품 속에서 살아 꿈틀거린다. 또한 인턴사원에 불과한 장그래가 종합상사에서 겪어가는 오만 가지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바로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만화가 수많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울리는 게 아닐까 한다.
『미생』의 장그래는 바둑에서의 용어나 한 수를 이야기하며 바둑으로만 알던 세상을 하나씩 실제로 배워나간다. 바둑과 세상은 묘하게 닮아서 장그래의 깨우침이 에피소드 중간중간 배어나올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아- 이런 게 바둑용어였나’ 싶을 정도로 인생의 한 수를 담아내는 주옥 같은 바둑 용어들이 책에 가득하다.
사람들은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전환하는 PT를 준비하는 장그래를 보며 묵묵한 응원을 보낸다. 사회에 나가기 전의 사람들이나, 지금 직장 속을 치열하게 뛰고 있는 이들 모두 장그래에게서 내일의 나를,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를 보기 때문이다. 잘난 것 하나 없고 잘하는 것 하나 없지만 내가 쓸모 없다고 치부해온 지나온 모든 시간이 사실은 오늘의 나를 깨우칠 수 있게 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장그래가 고마운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라는 장그래의 말처럼 어린 시절 내가 보았던 아버지는 그 작은 바둑판에서 장그래처럼 뛰며 오늘을 복기하며 인생의 고단함을 달래셨던 것 같다. 삶의 무게를 어느 정도 짊어지고 나서야 나도 이제 웃으며 인생이라는 바둑판에 나만의 바둑 한 수를 던져본다. 2012 최고의 만화로 내 맘대로 꼽아본 『미생』을 통해 오늘의 고단한 독자들도 한 수 쉬어가길 바란다.
새벽같이 일어나 기보책을 보며 혼자 바둑돌을 놓아보던 아이였다.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갔고, 7년간 오직 바둑판 위의 세계에서만 살았다. 그리고… 입단에 실패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도피하듯 사회에 나왔다. 바둑밖에 모르던 삶에서 철저히 바둑을 지운 삶으로… 차갑고 냉정하지만 혼자가 아닌 일터로… 그렇게, 전혀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베스트셀러 『이끼』의 작가 윤태호. 그가 연결하는 바둑과 인생은 어떤 그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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