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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들을 문제아라 불렀을까? - 『울퉁불퉁한 날들』

범상치 않은 ☆공고 아이들의 별별 이야기 바르게 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일까, 이 아이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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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아이들의 상황은 말 그대로 울퉁불퉁하다. 가난하지만 부모의 사랑이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양호하다. 편부모가정, 친척집에 얹혀 사는 아이, 책임감없는 부모 탓에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아이 등 하나같이 누가 꾸며놓은 소설 속 주인공같은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책가방보단 배달가방이, 자전거보단 오토바이가, 펜보단 담배가 더 익숙한 아이들. 우린 그들에게 ‘문제아’ 또는 불량청소년‘이란 호칭을 붙였다. 내가 자란 지역에도 소위 '꼴통'학교라고 불리는 고등학교가 있었다. 전문계 고등학교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아이들이 모인 학교. 이 곳에 진학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공부와는 절대적으로 거리가 있었다. 아니, 사실 친구라고 명명하기도 어색한 그들이었다. 공부를 싫어해서 그랬는지, 좋아했음에도 잘 되지 않아서 관심사가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가정형편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그들은 나와 함께하는 코드가 달랐고, 장소가 달랐고, 시간이 달랐다.

쉬는 시간이면 교실 뒤에서 반 분위기를 잡던 아이들, 누구 하나가 거슬리면 단체로 움직였던 아이들, 지각은 다반사였고 수업시간에도 맘에 차지 않으면 선생님께 대들기 일쑤였던 아이들. 방학이면 노랗게 염색한 머리로 배달용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누비던 아이들. 맘에 들지 않으면 욕설은 물론 폭력도 서슴치 않았던 아이들. 성적이 되지않아,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없어서, 사고를 쳐서, 하고 싶은 게 없어서, 형편이 어려워서. 이 것이 평범한 인문계 그리고 전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하지 않은 그들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다.

중학생의 눈에 비친 그들은 거리낄 것이 없어보였다. 또래는 물론 어른들조차 쩔쩔매는 그들은 두려움 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고등학생의 눈에 비친 그들은 한심했다. 비젼도 꿈도 없는 사람들. 자신의 '불량'이 자랑인양 한껏 으스대던 사람들. 대학생의 눈에 비친 그들은 불쌍했다. 잠깐의 방황을 참아내면 더 나은 미래가 있을텐데.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벌써 '불량'의 낙인이 찍혀 출발선상에서 멀찌감치 뒤로 낙오되어버린 사람들.

누가 나보다 더 인정받는 날엔 다음엔 내가 반드시 이겨보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질투심이 많던 어린시절의 나는 칭찬받을 만한 일을 골라서 했다. 내 성품이 칭찬받을 만하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약아빠지게도, 어른들이 좋아할 행동을 알았다는 말이다.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성적도 괜찮았고, 가정형편도 무난했고, 모난 행동없이 학창시절을 지나 무사히 대학에 진학했다. 그렇게 나는, 이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의 길을 꾸준히 밟아왔다.

『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의 저자 조혜숙 교사.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쳐보고자 전보 희망서를 낸 조혜숙 교사는 별안간 ☆공고로 발령을 받았다. 일반 전문계 고등학교보다도 더 중학교 내신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진학하는 학교. 한 해에 입학생 420여명 중 100명 정도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교. 중학생 수준의 기본적인 학업성취조차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모여있다. 교실에서 침을 뱉고, 욕설을 하고, 교사에게 대들고, 교과서는 가져오지 않고, 지각과 조퇴가 출석보다 자연스러운 ☆공고 아이들. 2년 반의 ☆공고에서의 생활은 그녀에게 『울퉁불퉁한 날들』이라는 교단일기를 남긴다.

☆공고 아이들의 상황은 말 그대로 울퉁불퉁하다. 가난하지만 부모의 사랑이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양호하다. 편부모가정, 친척집에 얹혀 사는 아이, 책임감없는 부모 탓에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아이 등 하나같이 누가 꾸며놓은 소설 속 주인공같은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공고 아이들은 솔직하다.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면 다음날 지각을 하거나 아예 결석을 해버린다. 피곤하기 때문이다. 피곤한데 왜 학교를 가야하는지 그 이유도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득이 존재하지 않는다. 당장 한 달 생활을 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 단지 오늘의 필요에 의해 살아갈 뿐이다. 그것이 미래에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까진 생각하지 못한다. 아니, 생각하지 않는다. 눈앞의 현실이 더 급하니까.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을수록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식의 훈계는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잖아요'와 같다. 당장의 앞이 보이지 않는데 미래는 오죽할까. 어른들조차도 환경이 무너지면 스스로도 감당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어련할까말이다.

『울퉁불퉁한 날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상황은 날 것 그대로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모습도 그렇다. 무엇보다 담담한 저자의 글이 그 모습을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가막혀서 실소가 나오기도 하고, 초등학생 같은 순진함에 역시, 이들도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였다는 깨달음도 든다.

'정도'를 정해놨기에 '문제'라 부를 수 있고, '정상'을 정의했으니 '불량'이라 말할 수 있다. 합의된 사회규범안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폄훼할 순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자신의 최선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다. 바르게 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일까, 이 아이들일까. 약지 못해 자신의 필요에 솔직했고, 이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문제아라 불렀던 것은 아니었을까.

불량 고등학생들의 삶을 한 선생님의 열정이 송두리째 바꿔놓는 일본드라마 '고쿠센'식의 결말을 내심 기대했지만, 『울퉁불퉁한 날들』은 현실처럼 끝이난다. 극적 반전이 아쉽다. 하지만 ☆공고 아이들의 삶은 이제 시작이다. ☆공고 아이들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그들은 그리고 그와 비슷한 상황의 또다른 아이들은 치열하게 자신의 방식으로 삶과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세상의 냉대와 멸시가 없길 바란다. 이제 막 꽃필 스물 한 살의 그들과 2년 반을 함께한 저자처럼 나도, 그들이 귀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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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날들 조혜숙 저 | 휴머니스트
중학교에 근무하다가 ☆공고로 전근해온 저자를 맞이한 것은 욕을 많이 하고, 담배를 피우며 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소위 '문제아'들이었다. 거칠고 무기력한 아이들과 어떻게든 친해지기 위해 쓰기 시작한 교육 일기는 주변을 관찰하게 했고, 조금씩 상황에 적응하게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낯설고 어려운데다, 아는 것은 없고 편견은 많았던 저자는 2학년, 3학년을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학교의 모습뿐만 아니라 ☆공고에 오기 전의 모습, 가정 형편과 학교 바깥에서의 생활을 듣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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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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