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만드는가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열심히’의 궁극적인 목적은…
불안은 모든 인간의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실존주의 심리학자들은 불안의 근원을 죽음에서 찾기도 했는데 실제로 불행이 닥치게 되었을 때 그것이 죽음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떠올리게 된다. 연애가 끝날 때도 삶이 끝난 듯 괴로워하고 직장에서 실직할 때도 삶이 끝난 듯 괴로워한다. 그것이 사소한 일이건 큰일이건 상관없이 어떤 일이 매듭지어지면 허탈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3. 불안과 소속감
직장인들은 늘 해고의 불안함을 안고 산다. 그래서 대부분 직장인 잘리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한다. 신입사원일 때는 남보다 앞서나가기 위해서 일을 하지만 나이가 들어 체력도 떨어지고 세상 물정을 알게 되면 잘리지 않기 위해서 일을 하게 된다. 직장인은 절대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고 회사는 더 치밀하고 엄격한 근무 평가 방법을 만들어서 위험을 회피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잘리지 않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한다.
수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실직한다고 해서 당장 굶어 죽을 정도의 절대빈곤에 빠지지는 않는다. 실직은 돈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지금까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주던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이제 다시 들어갈 무리를 찾거나 혼자서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 가야 한다.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적응을 못 할지도 모르고 지위는 과거와 같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수모를 참아낸다는 것도 쉽지 않고 그 수모를 기껏 참아냈는데 다시 밀려날까 두렵다.
조직에서 떨어져 나올 때 느끼는 불안은 털 없는 원숭이에 불과하던 인간이 나무에서 내려와 처음 집단을 이루던 까마득한 옛날부터 지녀온 본능적 두려움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혼자가 된다는 것은 죽음의 확률이 매우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마을에서 쫓겨나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자연에 맞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집단을 만들었지만 인간의 마음은 아직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다. 물론 혼자가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생존에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조직에서 혼자가 되면 자동으로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며 큰 문제가 생긴 것만 같다고 느낀다. 그런 마음 때문에 안전이 보장된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홀로 된다는 것을 두려워한다. 당신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불안이라면 그저 명령에 쫓겨서 일을 하게 된다. 불안으로 인해 익숙한 일만 하면 기계적으로 더 잘할 수 있지만 그만큼 새로운 일을 계획할 여유가 없어진다. 그리고 불안은 여유를 없애고 여유가 없어지면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을 해결하려고 하게 된다. 따라서 점점 상황은 안 좋아진다. 불안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게 하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게는 할 수는 있지만 두뇌를 움직이게는 못한다. 머리로 하는 일이더라도 단순한 일만 계속할 뿐 복잡한 일은 감당을 못하고 아무리 기를 쓰고 회사에 버티고 있으려고 하지만 점점 단순한 일만 맡게 된다. 결국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일만 하다 보면 월급도 오르지 않고 언젠가는 도태다.
그리고 불안하면 남을 원망하거나 자책하기가 쉽다. 언제 실직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히면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려워져 원망할 대상부터 찾게 된다. 해고를 결정한 상사나 인사팀을 원망하고 정부 정책을 원망한다. 누가 되었건 무엇이 되었건 어디엔가 분노를 투사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자 콤플렉스는 상황을 대처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당신의 능력이 모자란 탓으로 돌리지도 말자. 당신이 불안하게 된 이유 중 상당 부분은 경기 부진, 본사 차원의 전략, 세대교체같이 당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에서 비롯된다. 위기에 놓이게 되면 많은 이가 남을 원망하거나 자책하기를 반복한다. 아직 생기지 않은 일에 대해서 분노했다가 자책했다가 양극단적인 태도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직 있지도 않은 불행을 현실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렇듯 잘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압도되어 일하다가 보면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 같다. 어차피 점수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시험을 쳐야만 고3 수험생은 슬프다. 이미 회복할 수 없이 많은 점수를 뺏긴 다음에도 또 던져야 하는 투수도 불쌍하다. 마음속에서는 내려오고 싶지만 감독이 나오라고 할 때까지 공을 던져야만 한다. 내려왔을 때 후련하다는 마음도 있지만 마음은 전혀 편치 않다. 잘릴까 봐 두려워 억지로 일을 하는 이들의 마음도 어차피 점수가 안 좋을 텐데 시험을 치는 고3 수험생이나 실점을 하고 대신 던져줄 투수가 없어서 공을 던지는 투수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잘리기 싫어서 억지로 일하는 존재라고 자신을 생각하게 되면 마음은 점점 위축된다.
하지만 이러한 본능적인 감정을 배제할 수 있다면 실제 상황은 당신이 느끼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마음의 축을 긍정적인 쪽으로 억지로라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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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최명기는 마음경영 전문의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2003년 듀크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내친김에 건강의 통합적 방법을 모색하다 듀크 대학교 Health Sector Management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에 돌아와 부여다사랑병원을 열었다.
경영학을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경영학과 정신의학을 통합한 마음경영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고 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병원경영 강의를 했으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직교수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즈리뷰」에서 마음경영을 주제로 칼럼을 썼고, 의료전문 사이트 ‘메디게이트’에 의료경영 칼럼을 연재 중이다.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CEO 마인드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정신분열증을 대처하는 방법』,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마음이 경영을 만나다』, 『트라우마 테라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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