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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형 아이돌, 그 파란만장한 역사 - 카라, 박경환, 모리

데뷔 6년차, 더 단단해지고 강해진 카라의 미니앨범 재주소년으로부터의 홀로서기를 감행한 박경환의 데뷔 작품 변하지 않은 모습이 왠지 모르게 더 반가운 모리의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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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음악에 있어서는 아이돌 그룹들이 이런 즐거움을 제공하는 측면이 큰 것 같네요. 어린 나이에 데뷔해 점점 실력을 쌓고 자신들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그들을 보면 못내 흐뭇함마저 느껴지고는 하니까요. 카라는 이런 ‘성장형 아이돌’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그룹입니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음악에 있어서는 아이돌 그룹들이 이런 즐거움을 제공하는 측면이 큰 것 같네요. 어린 나이에 데뷔해 점점 실력을 쌓고 자신들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그들을 보면 못내 흐뭇함마저 느껴지고는 하니까요. 카라는 이런 ‘성장형 아이돌’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그룹입니다. 8월 말에 발표한 「Pandora」는 이런 이들의 매력이 잘 드러난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곡이 수록된 동명의 앨범, < Pandora >를 소개해 드립니다. 재주소년으로부터의 홀로서기를 감행한 박경환의 데뷔 작품과 < 음악이 사라졌습니다 >라는 독특한 이름을 달고 나온 모리의 신보도 함께 소개합니다.


카라(KARA) < Pandora >

리얼리티가 미디어를 점령한 시점에서 개개인의 스토리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이미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실력 그 자체가 아닌, 이를 뒷받침할만한 사연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해 왔다. 이러한 각도에서 본다면 카라는 아주 이야깃거리가 많은 그룹이다. 1집의 실패와 이어진 멤버의 탈퇴, 두 멤버와 작곡가 집단 스윗튠을 맞아들이며 기적적으로 일궈 낸 성공과 이를 누리기도 전에 불거진 분쟁. 이 연대기를 쫓으며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이들의 파란만장한 성장과정이었다.




[ 미니앨범 : Pretty Girl ]
[ 2집-Revolution ]
[ 3집-Step ]



처음에는 마냥 부족해보이던 아이들이 점차 커가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응원을 하고, 팬으로서의 흐뭇함을 느끼게 되는 부분은 에이케이비48(AKB48)과 같은 일본식 아이돌의 노선과 상당부분 겹쳐 보이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캐릭터의 팀이 국내에는 없다는 점과, 해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갈등 고조와 해결과정에서의 위기감이 상당했다는 점, 음악과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 등이 차별적인 요소로 작용했음을 그간의 행적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활동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와 같은 흐름을 보여 왔던 탓인지, 이번 EP는 음악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위기를 극복하고 잠시 침체되어 있던 팀워크를 끌어올린 한 장이라는 감상평이 앞선다. < Step >(2011)까지만 해도 불편하게 느껴졌던 5명의 실루엣은 확실히 그때만큼의 어색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여러 사건들을 거치며 팀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높아졌다고 할까. 여기에 이미 검증 절차를 끝낸 스윗튠의 곡이 장착되며 다시금 정상으로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다.

「Pandora」는 문자 그대로 ‘한재호, 김승수의 작품’이다. 트레이드마크인 그루브한 베이스라인을 토대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지 않는 악기 구성과 상승일조의 멜로디 라인이 합쳐지며 아껴두었다는 말이 적합할 정도로 군계일학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나 촘촘히 쌓인 사운드를 후렴의 시작과 함께 분산시킨 뒤 진공 상태를 메우듯 탄력 있게 치고 나가는 부분이 압권. 연속되는 작업으로 한번쯤 페이스가 떨어질 법도 하건만, 이쯤 되면 자신들을 스타 작곡가 군단으로 만들어 준 은혜를 갚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그 밖에 잘게 쪼갠 비트위에 오케스트레이션 편성을 살포시 얹어 연인에 대한 절실함을 유려하게 풀어낸 「Way」, 「Umbrella」와 「Strawberry」처럼 귀여움을 특화시킨 「Idiot」, 색다른 재미를 주는 브로드웨이 튠 「그리운 날에」가 이어지며 군더더기 없는 준수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예상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이지만, 특별한 무리수 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더 갈고 닦아 충실하게 러닝타임을 채웠다는 점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한 작품이다.

이처럼 카라는 음악만으로는 확실히 설명하기가 힘든 아이돌 그룹이다. 겪어온 일들의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게 되고, 그 상황에서의 마음을 짐작해보며 잘되었으면 좋겠고, 다음엔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신도 모르게 가지게 하는 마력이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우연도 겹쳐있긴 하지만, 이미 완성품에 가까운 상태로 데뷔하는 타 그룹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들을 솔직히 드러내고 인정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려움을 정면으로 부딪쳐 얻어낸 경험치로 만들어낸 성공적인 컴백작. 흔히들 끝물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 데뷔 6년차에, 그들은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강해졌다.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박경환(Afternoon) < 남쪽섬으로부터 >

2년 전 재주소년은 팀을 해체했다. 사실상 소년의 독립이었다. 당연한 아쉬움과 묘한 기대감이 교차했다. 유년이라는 시간의 유한성을 실감하는 일은 섭섭했지만, 꽤 근사한 소년기를 보낸 이들의 다음 페이지는 누구나 궁금할 만한 미래를 품고 있었다. 더 이상 소년에만 머물러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데미안식으로 보자면 ‘재주소년’은 성장을 위해 이들이 깨고 나와야 할 하나의 세계였을지도 모른다. 오래 안온했던 둥지를 스스로 부순 유상봉, 박경환 두 청년의 결단. 이는 분명 음악적 도약을 위한 발전적 해체였다.

박경환이 먼저 홀로서기에 나섰다. ‘애프터눈’이라 이름 바꾼 그의 첫 독집은 6곡이 수록된 단출한 EP앨범이다. 평소 사용하는 온라인 아이디를 가져다 쓴 거라지만, 호명을 달리 하려는 건 옛적과 구분을 두려는 최소한의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달라진 건 아직 이름뿐이다. 음악은 여전히 소년 시절의 언저리를 맴돈다. 앨범명처럼 노래들이 < 남쪽섬으로부터 > 왔기 때문일 테다. 남쪽 섬은 단연 제주다. 또한 그곳에서 꿈을 키웠던 소년기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즉 이번 앨범은 ‘재주소년으로부터 온 음악’의 모음집인 것이다.

박경환의 독립은 이렇듯 자신의 어제를 되새기고 정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기 명칭을 변경하고 제 유년을 상징하는 제주와 ‘from’이라는 물리적?시간적?심리적 거리를 놓으면서 과거를 구분은 하되, 억지스레 단절하려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체성의 뿌리를 상기하면서 자신의 역사성이 강조되는 편을 택했다.

때문에 이 앨범은 박경환의 재주소년 단독 재현이라 봐도 무방하다. 유상봉의 부재가 이전 음악과의 차이라면 차이다. 박경환만의 재주소년은 한결 더 차분하고 나지막하다. 노래에 스민 고요와 적막을 흔드는 건 역시나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기타와 힘들이지 않은 목소리다. 이 투박하면서도 곰살궂은 터치가 어쿠스틱한 촉감으로 피어나 전 수록곡들을 담요처럼 따뜻하게 감싼다. 20분 남짓의 짧은 구성이지만, 간결한 내러티브와 일관된 톤으로 그만의 느리고 순연한 감성의 흐름을 온전히 전달한다. 앨범의 시작과 끝에서 페이드 인-아웃 역할을 하는 연주곡들이 주는 몰입감도 상당하다. 끝 곡 「비오는 오후의 환상」은 묘한 공명을 빚어내며 제목만큼 오후를 환상으로, 꿈결로 이끈다.

‘희미해졌지 우리가 울고 웃던 시간/ 그 여행이 네겐 어떤 의미가 됐나/ 남쪽섬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면/ 내 가슴 가득한 네가 일렁이네’ (「해변의 아침」)


앨범은 현재 이전의 박경환만을 보여 줄 뿐 이후를 제시하진 않는다. 그저 지난 여행의 의미를 곱씹으며 남쪽 섬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듣는 이도 가슴 일렁이기를 소박하게 바란다. 그리고서 재주소년 이후의 음악은 이후의 몫으로 남겼다. 끝난 것만 같았던 재주소년의 음악에 대한 그리움을 채워 준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반갑다. 아련한 유년으로부터 배달된, 나른한 오후의 평온한 낮잠 같은 앨범이다.

글 / 윤은지 (theothersong@naver.com)


모리(Morrie) < 음악이 사라졌습니다 >

‘어쩜 이렇게 그대로니?’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때 종종 주고받는 말이다. 모리(Morrie)의 첫 음반을 들었던 이라면 자연스럽게 그 말을 꺼낼 법도 하다.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의 음악은 데뷔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변하지 않은 모습이 왠지 모르게 더 반갑다.

반가움이 더한 것은 노래가 여전히 순수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낭랑한 음성, 곡과 반주가 만들어 내는 담백함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모난 구석 없이, 툴툴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도 다름없다. 소녀 취향이 물씬 묻어나는 화사하고도 아기자기한 언어, 손으로 쥐고 싶은 예쁘장한 이미지의 전개 또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 천진난만하고 맑은 공기가 재현되니 만남이 기쁜 게 당연하다.




[ 당신이 행복하다면…]
[ 음악이 사라졌습니다 ]



사실 누구든 변한다. 당사자가 아니면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게 쉽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아예 못 알아볼 정도로 모리의 음악적 변동이 희미하지는 않다. 가장 먼저 감지되는 부분은 노랫말이다. 데뷔작 < 당신이 행복하다면 이 음악은 듣지 마세요 >는 모든 노래의 가사가 영어였던 반면에 여기에서는 우리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1집은 영어 가사 때문에 자연스럽고 신속한 소통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보다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 영어가 주류 댄스음악 가수들처럼 여기저기서 질서 없이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아무 데서나 솟구쳐 올라 흐름을 끊는 것이 아니라 곡의 심상을 응축하는 표현 정도로 절제돼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분위기일 것이다. 전작은 비교적 밝았지만 지금은 대체로 얌전하고 조용하다. 발랄함을 극대화하는 주요 도구인 벨소리와 경쾌함을 살리는 뚝뚝 끊는 연주는 2집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La la la」가 그나마 환한 편이지만 1집 수록곡들에 비해서는 낮은 채도다. 침울하지는 않더라도 확 낮아진 톤이 의아하다.

침착해진 분위기가 오히려 편안한 감상을 유도한다. 깨끗하게 울리는 코러스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Love fool」,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가 아담하게 흐르는 가운데 현악기가 더해져 그윽함을 자아내는 「안녕 & 안녕」, 지난 인연에 대한 그리움을 엷게 편 「기다릴게」와 「Beautiful」은 듣는 이들을 모리의 감정에 조용히 동화시킬 노래들이다.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음미하기에 좋은 참한 선율이 이어진다.

모리의 음악은 분명히 변했고 전작과의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특유의 영롱함은 조금도 바라지 않았다. 더 나아 보이려고 억지로 치장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매우 정감 간다. 모리만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반갑다.

글 /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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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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