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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공공건물로 뽑힌 수정궁의 비밀
20세기 건축가와 공학자를 위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팩스턴의 수정궁
전화기, 수정궁, 벨크로. 인류의 역사에 위대한 발명으로 기록되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화기는 사람의 귀를 모방했으며, 20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손꼽히는 수정궁은 수련의 잎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되었고, 벨크로는 도꼬마리 씨앗에 달린 갈고리 모양의 가시를 흉내낸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자연으로부터 배워 창조된 발명품이다. 이처럼 자연은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에 대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전화기, 수정궁, 벨크로. 인류의 역사에 위대한 발명으로 기록되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화기는 사람의 귀를 모방했으며, 20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손꼽히는 수정궁은 수련의 잎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되었고, 벨크로는 도꼬마리 씨앗에 달린 갈고리 모양의 가시를 흉내낸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자연으로부터 배워 창조된 발명품이다. 이처럼 자연은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에 대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수련과 수정궁
1851년 5월 1일, 영국 런던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렸다. 19세기 중반까지는 나라마다 공업제품 전시회가 열렸다. 영국 왕실에서 국경을 초월하여 여러 나라가 참가하는 최초의 박람회를 개최한 것이다.
박람회가 열린 141일 동안 관람객은 600만 명을 넘었으며 빅토리아 여왕도 열다섯 번이나 박람회장을 다녀갔다. 가장 붐빈 날에는 박람회가 열린 수정궁(Crystal Palace) 안에 9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지만 전시장 건물의 안전에 관해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정궁은 가로 122미터, 세로 547미터로 약 2만 평이나 되는 땅에 세워진 조립식 건물이었다. 엄청난 양의 철과 유리가 사용되었지만 규격화된 재료를 채택한 덕분에 건설하는 데 든 시간은 고작 17주였다.
수정궁을 설계한 조지프 팩스턴(Joseph Paxton, 1803~1865)은 젊었을 때 정원사로 일했다. 남아메리카에서 씨앗을 가져온 열대 수련(睡蓮)의 꽃을 피워서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붙여 여왕에게 선물로 바치기도 했다.
이 수련은 잎의 지름이 1미터 50센티미터~1미터 80센티미터나 되었는데, 어린아이를 잎 위에 올려놓아도 수련의 잎과 줄기가 그 무게를 받쳐줄 정도였다. 팩스턴은 수련의 잎이 그렇게 튼튼한 이유는 둥근 지붕의 서까래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엽맥(葉脈)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서 이를 건물 설계에 응용했다.
팩스턴의 수정궁은 19세기 중반의 런던과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그 뒤로도 수정궁만큼 주목을 끈 건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그가 설계한 온실이나 박람회장은 모두 전통적 방법으로 만든 건축물이 아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을 지닌 팩스턴이 20세기 건축가와 공학자를 위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수정궁은 처음으로 금속과 유리를 사용했으며, 표준 규격의 부품으로 만든 최초의 조립식 건물이었다. | ||
관련태그: 수련, 수정궁, 만국박람회, 조지프 팩스턴, 팩스턴, 빅토리아 여왕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이며, 과학문화연구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 과학 칼럼니스트 1호로서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부산일보》 등 신문에 470편 이상의 고정 칼럼을, 《월간조선》《과학동아》《주간동아》 《한겨레 21》등 잡지에 160편 이상의 기명 칼럼을 연재하며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융합한 지식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2011년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월간지 《PEN》에 나노기술 칼럼을 연재하여 국제적인 과학 칼럼니스트로 인정받기도 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과학 칼럼이 수록되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 2006년 《과학동아》 창간 20주년 최다 기고자 감사패, 2008년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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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희생시키는 경제적 발전이 계속된다면 자연은 물론이고 우리 인류의 미래까지도 위협할 수 있음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자연과 공존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왔다. 이런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대처해온 과학계에서도 최근 생태적 풍요와 경제적 번영을 함께 이룰 수 있는 과학기술로, 자연을 모방하고 자연의 메커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