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검사 결과, 성범죄자 100% 확신할 수 있을까?
DNA 검사에 감춰진 살인사건의 진실 - 조건부 유력 용의자 통계를 신뢰할 것인가, 수사관의 직감을 신뢰할 것인가?
28세 잉게 헤르켄부시는 91번 국도 가장자리의 ‘자유 주유소’에서 야간근무를 한다. 그 국도는 통행량이 많으며, 시가지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한 운전자가 새벽 2시 15분에 고급 휘발유 50리터를 주유하고 매점으로 향했다가 계산대 너머에서 시체를 발견하고는 경찰에 신고했다. 피살자는 교살당했고, 금고는 비어 있었다. 유일한 단서는…
“잉게 헤르켄부시 이야기 들으셨어요? 정말 친절한 아가씨였는데.”
이튿날 아침, 지역 신문에 다음과 같은 표제의 기사가 실린다.
<주유소 살인사건>
늦은 오후, 회의실에 모인 경찰관들이 수사반장 벤케에게 각자 알아낸 것들을 보고한다.
28세 잉게 헤르켄부시는 91번 국도 가장자리의 ‘자유 주유소’에서 야간근무를 한다. 그 국도는 통행량이 많으며, 시가지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한 운전자가 새벽 2시 15분에 고급 휘발유 50리터를 주유하고 매점으로 향했다가 계산대 너머에서 시체를 발견하고는 경찰에 신고했다. 피살자는 교살당했고, 금고는 비어 있었다. 유일한 단서는 피살자의 손톱 밑에서 발견된 혈흔!
때마침 벤케는 오랜 동료, 법의학자 슐레히터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내가 한 건 했어. 그 DNA 검사 결과를 전국의 성범죄자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했더니 맞는 놈이 있어. 마티아스 베른스도르프. 43세. 5년 징역 살고 2년 전에 석방됐어. 어떠냐? 감격해서 눈물이 나오지 않냐?”
벤케는 바로 마티아스 베른스도르프를 검거한다. 슐레히터는 두 표본의 DNA 프로파일이 다를 경우 이 검사에서 그 표본들이 일치한다는 오류 판정이 나올 확률은 기껏해야 0.001퍼센트밖에 안되고, 두 표본의 DNA 프로파일이 같을 경우 이 검사에서 그 표본들이 일치한다는 올바른 판정이 나올 확률은 거의 100퍼센트라고 말했다. 마티아스 베른스도르프가 ‘거의 확실한’ 범인이다. 하지만 벤케는 술 냄새를 풍기는 그 전과자가 이번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고 의심하는데…….
통계를 신뢰할 것인가,
수사관의 직감을 신뢰할 것인가?
벤케의 의심은 정당하다. 왜냐하면 법의학자가 들이대는 인상적인 수치들은 통계가 빚어내는 허깨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의’ 100퍼센트 맞는 검사 결과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런 검사는 무시할 수 없는 허점을 지녔고, 그 허점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바로 이 문제는 DNA 검사 신뢰도에 대한 조건부 확률 문제!
조건부 확률에 대한 논의가 주유소 살인사건과 관련해서 주는 교훈은, 먼저 잠재적인 용의자들 모두를 파악해야만 DNA 검사의 증거 능력을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리상 잠재적인 용의자는 범행 시각에 범행 장소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남성이다. 용의자가 자유 주유소 근처에 산다고 볼 근거는 없다. 범행이 일어난 국도는 통행량이 많고 외지 차량들이 숱하게 지나다니므로 잠재적 용의자의 수를 범행 현장에서 반경 200킬로미터 내에 거주하는 남성의 수, 대략 1000만 명으로 상정한다고 할 때, 조건부 확률로 DNA 검사에 대한 신뢰도를 판정해보면 피살자의 혈흔과 DNA 프로파일이 일치하는 남성이 ‘거의 확실한’ 범인 외에 10명이나 더 있을 수 있다!
추측건대 수사반장 벤케는 범인을 가려내기 위해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고전적인 수사 기법들을 추가로 동원할 것이다.
범행 현장의 DNA 프로파일과 무고한 사람의 DNA 프로파일이 일치할 확률은 0.0001퍼센트이므로 범인 말고도 10명(1000만 명?0.0001퍼센트)이 그 프로파일을 지녔을 것으로 나온다. 범행 현장의 것과 다른 프로파일을 지닌 남성들은 거의 1000만 명(정확히 1000만-11=999만 9989명)이지만 이 검사의 오류 판정률이 0.001퍼센트이므로 약 100명은 양성 판정을 받을 것이다. 이로써 무려 111명의 검사 결과가 ‘DNA 프로파일 일치’로 나올 것이다. 그 111명 중에 범인은 1명뿐인데 말이다! 오류 판정을 받은 100명이 쉽게 구제된다고 해도 11명이나 진범일 가능성이 있다. | ||
이 책은 공식을 발견하거나 이론을 정립한 수학자 이야기나 수학의 역사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하고 솔깃한 스토리텔링형 수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TV 드라마나 시트콤을 볼 때처럼 자신도 주인공과 함께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소금물의 농도나 주사위의 확률 따위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 궁금한 것들을 한 편 한 편의 실감나는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관련태그: 수학 시트콤, 통계, 프로파일, 조건부 확률
독일의 주간지 《디 차이트 Die Zeit》의 과학 담당 편집자로, 1997년부터 일상적인 속설에 관한 과학 칼럼 <맞아요? Stimmt’s?>를 연재했다. 이 칼럼은 책으로도 엮여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현재 독일의 공영방송사 NDR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방송되고 있다. 드뢰서는 일상 속 수학을 다룬 《수학 시트콤 Der Mathematikverfuhrer》으로 독일에서 수학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2008년에 독일수학협회로부터 언론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질문을 쏟아놓는 방법 Wie fragt man Locher in den Bauch?》 《무한도전 신비한 수학탐험 Wie groß ist unendlich?》 《일기예보, 믿을까 말까? Das Lexikon der Wetterirrtumer》(예르크 카헬만 공저) 《치마가 짧아지면, 경제는 성장한다 : 현대의 미신들 Wenn die Rocke kurzer werden, wachst die Wirtschaft. Die besten modernen Legenden》 《음악을 아세요? Hast du Tone?》 등이 있다.
<크리스토프 드뢰서> 저/<전대호> 역/<이우일> 그림15,300원(10% + 5%)
독일의 유명한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 크리스토프 드뢰서는 《수학 시트콤(원제 : Der Mathematikverf?hrer)》에서 드라마 같은 설정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는 그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수학을 이끌어낸다. 원래 수학의 기초는 일상에서 비롯된 것! 수많은 수학 공식은 과거 언젠가 실용적인 문제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