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의 창의력을 기르는 질문 - 강석훈 『생각의 힘』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근육’ 키울 기회를…!!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은 어떤 교육일까?
생각이란 자기 스스로 생각의 탑을 쌓는 행위 그 자체다. 그러나 단순 선택형 사지선다 문항에 익숙한 학생들은 다른 사람이 쌓아 놓은 생각의 탑 중에서 그럴 듯한 것을 골라잡을 뿐이다. 남이 쌓아놓은 생각의 탑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정규 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우수한 인재로 분류되고 전문직과 사회 요직을 차지한다. 검색해서 답을 얻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런 풍조가 더 심화됐고, 암기 지식을 테스트하는 퀴즈쇼의 유행이 그런 풍조를 상징한다.
기존의 상식을 뒤집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 경쟁자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큰 격차를 벌이는 패러다임의 이동. 창의력이다. 창의력을 발휘한 대표적인 인물들로 과학에서는 아인슈타인, 기술에서는 스티브 잡스, 문화에서는 한글 창제를 주도한 세종대왕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러한 창의력이 가장 강조되는 곳은 교육이다. 창의적 인재육성은 우리나라 교육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늘 강조되어 왔다.
서울대 의대 의학교육실 교수이자 드라마와 영화 분야에서 기획, 자문, 극작 활동을 해 온 강석훈 교수는 『생각의 힘: 창의력 있는 인재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창의력은 인간과 동물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는 창의성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뭔가가 포함된 복합개념이다. 창의성이 저절로 타고난 것이라면 창의력은 길러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개념적으로 볼 때 창의성은 교육으로 길러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것이 발현될 수 있도록 마음과 시간의 여유를 허락하고 여건을 조성해줘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은 어떤 교육일까? 강 교수는 지식 전달형 교육과 생각을 키우는 교육을 대비시킨다. 의대 교육을 예로 들면 본과 1, 2학년 때 지식 전달형 교육만 혹독하게 받은 학생들이, 배운 것을 활용해야 하는 본과 3, 4학년 임상실습기간 동안 기초적인 의학지식마저 임상에 적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이런 경우 담당의사는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 왜 굳이 어려운 수술을 택해야 했을까요? 한 번 손들고 답해 보세요.”
학생들은 묵묵부답이고 교수의 콧잔등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학생들의 머릿속은 대충 이렇다. ‘그냥 자기가 아는 답을 말해주면 될 걸 가지고 왜 저러지? 얼마나 기다리면 교수가 답을 얘기할까?’ 저자는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소한 1분, 길게는 5분까지도 답을 말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학생들이 ‘생각하는 근육’을 키울 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
생각이란 자기 스스로 생각의 탑을 쌓는 행위 그 자체다. 그러나 단순 선택형 사지선다 문항에 익숙한 학생들은 다른 사람이 쌓아 놓은 생각의 탑 중에서 그럴 듯한 것을 골라잡을 뿐이다. 남이 쌓아놓은 생각의 탑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정규 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우수한 인재로 분류되고 전문직과 사회 요직을 차지한다. 검색해서 답을 얻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런 풍조가 더 심화됐고, 암기 지식을 테스트하는 퀴즈쇼의 유행이 그런 풍조를 상징한다.
물론 이러한 현실을 극복할 대안은 결코 간단치 않다.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는 교육 풍토와 사회 풍토도 변해야 하고, 학벌지상주의 문화도 바뀌어야 하며, 석차로 낙인찍는 상대평가에서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실력의 기준을 정해놓고 평가하는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 저자는 예비의사들이 임상추론능력을 기르는 주요 방법인 PBL(Problem Based Learning)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PBL은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의견을 감별하는 사실 도출, 사실에서 문제를 끄집어내는 문제 인식, 문제를 바탕으로 그 원인에 대해 학생 스스로 가설을 세워 의견을 제시하는 가설 도출, 이렇게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질문을 던지고 3초 만에 답을 누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보장하며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게 하는 교육. 이게 결코 쉬울 리 없다. 투입 대비 산출의 양적, 시간적 효율성을 최고로 여기는 가치관에서 생각의 발효와 성숙을 기다리는 인내가 중시되는 가치관으로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은 결론이 아니라 유익한 발제라 하겠다.
“왜 우리나라에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창의적 인재가 드물까?”,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하는데 우리 교육은 언제쯤 창의적 인재를 배출할 것인가?”, 이런 의문을 한번이라도 품었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드라마 쓰는 의사로 더 잘 알려진 저자는 사교육 열풍만으로는 창의적 인재를 배출할 수 없으며, 학생들이 초등학교부터 경험하는 모든 수업시간이 바뀌어야 한다는 색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출판 칼럼니스트, 번역가, 작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쓴 책으로는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 『탐서주의자의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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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나라에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창의적 인재가 드물까?”,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하는데 우리 교육은 언제쯤 창의적 인재를 배출할 것인가?”, 이런 의문을 한번이라도 품었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드라마 쓰는 의사로 더 잘 알려진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