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는 천지사방에 깔렸다. 인터넷에도 있고 섹스 숍에도 있다. DVD로도 나와 있다. 심지어 심야 TV프로그램에서도 방영된다. 최근에는 포르노를 소비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포르노는 남성용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남자들을 위해 남자들이 만든.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 포르노에 탐닉하는 거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포르노에 대한 모든 책임은 어쩌면 여자들에게 있을지도 몰라!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모든 관계 통념과 남자들이 포르노에 점점 더 빠져드는 사실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감 잡으셨는가? 아직이라고? 그렇다면 아주 전형적인 남녀관계를 들여다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전형적인 남녀관계에서의 첫 시작은 아마 이렇지 않을까?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성공을 향해 겁나 열심히 일한다. 그러다 하나 둘 아이들이 생긴다. 이제 출근 전에는 놀이방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고 퇴근 후에 데려와야 한다. 그러는 사이사이 여자는 장도 봐야 하고, 식사 준비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자기 전에는 동화책도 읽어주어야 한다. 하루 종일 그 모든 의무를 다하고 나면 여자는 대개 파김치가 되어 이렇게 내뱉게 된다.
“아, 아주 잠깐만이라도 편하게 쉬어보고 싶어!”
오, 이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종일 집안일과 아이들에게 시달린 그녀는 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갖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자, 그녀가 신호를 보내온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녀에게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비록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요~만큼이라도 좋으니 제발 좀 조용히 쉬었으면’하는 마음이 간절해도.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주말이 되면……
하지만 주말이라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남자가 원하는 것은 제발 좀 조용히 쉬는 것. 그러나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여성잡지들이 알려준 행복한 주말가이드가 이미 점령했기 때문이다. 멋진 삶, 멋진 주말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1001가지 팁에 따라 스케줄이 꽉 짜여 있다. 오전에는 아이들과 놀아줘야 한다. 오후에는 쇼핑몰에 가야 하고 저녁에는 친구들을 초대해야 한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녀에게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비록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요~만큼이라도 좋으니 제발 좀 조용히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도 그는 곧 고개를 끄덕인다. 나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곧 여름휴가니까…….
시간이 지나서, 회심의 여름 휴가철이 왔다. 그는 생각한다.
‘휴~ 이제야 좀 편히 쉴 수 있겠군.’
그러나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그녀를 만난 후 그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은 더 이상 그가 아니다. 그녀는 이미 그와 가족을 위해 휴가일정을 잡아놓은 상태.
“휴가는 역시 뉴욕이나 바르셀로나에서 보내야 해. 서부에 있는 친정을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 간 김에 아이들을 데리고 디즈니랜드도 다녀오고, 멋지지 않아, 여보? 당신도 좋지?”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녀에게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비록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요~만큼이라도 좋으니 제발 조용히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도 말이다.
그러다 그 남자, 요리조리 꽁무니를 빼더니 그토록 바라던 자신만의 편안하고 조용한 시간을 갖는다. 이런! 그건 그다지 현명한 처사가 아닌걸! 그녀는 그런 짓을 한 남자를 남녀관계 상담소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그가 듣게 될 말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마음을 열고 서로의 감정을 나누라는 것.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 귀 기울여 들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
착한 사람이자 좋은 남편인 그는 진심으로 반성한다. 상담소를 다녀온 뒤로 남자는 전문가의 조언과 아내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다짐한다. 비록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요~ 만큼이라도 좋으니 제발 조용히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도 말이다. 그러나 그 여자의 생각은 달랐다.
‘상담만으로는 부족해. 앞으로 함께 할 날이 얼마인데!’
이제 그녀는 남자를 이런저런 강좌나 세미나에 대동하기 시작한다. 긍정 심리훈련, 통찰력 키우기, 향기치료, 탄트라 요가…… 가끔은 영성체험 프로그램에도 데려간다. 두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란다. 그리고는 생전 처음 본 옆 사람과 방금 본 자신의 내면을 나누란다. 그 말에 흠칫하는 남자. 하지만 착한 사람이자 좋은 남편인 그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따라한다. 비록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요~만큼이라도 좋으니 제발 좀 조용히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도 말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그 남자의 인생설계사를 자처하는 그녀가 남자를 놓아줄 때가 있다.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그때 그 남자, 무엇을 할까? 슬며시 컴퓨터가 있는 서재로 들어간다. 쿵쿵쿵! 그의 심장 박동소리가 커진다. 그가 여는 것은…… 바로 포르노 천국!
천국! 그곳은 정말 천국 중의 천국이다. 여기에서만큼은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다. 그 순간 그와 함께 하는 여자들은 그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 어떤 기대도 내비치지 않는다. 절대로! 사랑스런 그녀들과 함께 하는 이곳에서 남자는 비로소 긴장을 푼다. 웰컴 투 마이 홀스!
아~ 그리고 깃드는 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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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연애학개론 팀 레이 저/전해자 역 | 행성:B잎새
20년 넘게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이어오며 만나오던 여자친구와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심각하게 남녀관계에 대해 관찰, 연구,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과 연구가 낳은 결과물이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남녀관계에 관한 ‘그릇된 통념’에 대해 저자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유쾌 상쾌 통쾌하기 그지없다. 가령 검은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혼인서약’을 하게 되면 바람을 피우거나 부정한 짓을 덜하게 되는지, 정말로 ‘만약 상대가 ~ 했다면’ 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