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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한국음악 “신승훈, 서태지, 김광석… 레전드의 릴레이”

90년대 의미 있는 아홉 장의 앨범을 통해 굵직굵직한 음악계 사건을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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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 가요계의 중요한 화두는 랩이었다. 80년대 홍서범과 박남정이 랩에 관한 기초적인 탐구를 시작했고, 신해철과 현진영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해철은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랩에 관한 실험을 지속해나간다. 그런 분위기 가운데 그 전설적인 데뷔무대가 TV로 방영된다.

1990년, 015B 결성



[ 015B(공일오비) 2집 - 4210301 ]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 팀은 ‘무한궤도’는 해체했고, 신해철은 솔로로 나섰다. 정석원은 장호일과 015B를 만든다. 1990년은 그렇게 시작됐다. 015B는 두 멤버를 중심으로 객원가수를 영입해가면서 활동했는데, 1집 타이틀곡 ‘텅 빈 거리에서’는 객원가수 윤종신이 부른 노래다. 이 밖에도 1집에 신해철, 최기식 등이 객원가수로 참여했다.

다음 해인 1991년에 발표한 2집 앨범에서야 이들은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4210301’과 ‘너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클래시컬 힙합곡으로 90년대 단연 앞서나가는 감수성을 자랑했고, ‘이젠 안녕’은 노래방의 영원불멸 엔딩송으로 자리 잡았다. 3집 ‘아주 오래된 연인들’, 4집 ‘신인류의 사랑’, 조용필의 ‘단발머리’ 나미의 ‘슬픈 인연’을 리메이크한 5집까지, 015B는 연달아 세 장의 앨범을 빅히트시키며,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1991년,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 신승훈 2집 - 보이지 않는 사랑 ]

▲1990년에 1집 <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로 데뷔한 신승훈은 2집 < 보이지 않는 사랑 >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다. 이 앨범은 14주 연속 1위로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등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신승훈은 80년대 이문세와 변진섭의 뒤를 잇는 발라드의 황태자로 부상했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 흘러나올 때, 팬들은 후렴구 (내일이면 찾아올) “꺼야~”를 외쳐댔고, ‘날 울리지 마’는 수학여행 장기자랑에 빠지지 않는 곡목이었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시적인 가사, 아름다운 멜로디로 주옥같은 히트작을 쏟아낸 이 싱어라이터는 2010년 데뷔 20주년을 맞이해 월드투어를 갖기도 했다. 언제나 무대 위에서 현재진행형이었던 그는, 90년대부터 전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았고, 지금 90년대 감성을 가장 빨리 소환해낼 수 있는 레전드급 국민가수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 서태지와 아이들 - 2집 하여가 ]

▲90년대 초 가요계의 중요한 화두는 랩이었다. 80년대 홍서범과 박남정이 랩에 관한 기초적인 탐구를 시작했고, 신해철과 현진영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해철은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랩에 관한 실험을 지속해나간다. 그런 분위기 가운데 그 전설적인 데뷔무대가 TV로 방영된다.

“요새 유행하는 랩 스타일의 댄스 뮤직인데요. 일단 리듬이 상당히 좋네요. 반면에 멜로디 라인이 약한 것 같네요. 아무래도 랩을 하다 보니까 멜로디 부분은 신경을 덜 쓴 것 같아요.” “랩 댄스 장르 곡인데 거기 메탈 리듬이 들어가 있네요. 새롭고 다 좋은데, 나쁜 말은 안 하겠어요. 평은 시청자 여러분이 하는 거니까 그분들께 맡기겠어요.”





▲1992년 3월 23일. 서태지의 데뷔 무대를 본 작곡가 하광훈, 가수 전영록의 평이다. 이후 서태지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방송활동을 할 때마다, 여러 매체에서 이 데뷔무대를 두고 언급한 하광훈, 전영록의 영상을 리플레이 했다. 그러니까 평이야 어쨌건 간에 보란 듯이 성공했다는 얘기다. 랩과 댄스의 새 장을 열었고, ‘하여가’ 때는 록과 랩이 어울린 강렬한 비트 속에 태평소 소리를 조화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로 새롭고 재미있는 음악을 만들어 나갔다.

하드코어 기타 리프에 맞춰 껑충껑충 뛰던 ‘교실 이데아’가 그랬고, ‘컴백홈’으로 유행시킨 춤과 패션이 그랬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준 그룹이었다. 당시 ‘교실 이데아’는 녹음된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면 악마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하여, 방송금지 헤프닝까지 벌어졌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신화는 1996년 해체를 선언할 때까지, (그 이후로도) 쭉 이어졌다.


1994년, 1994년, 김건모, 클론, 룰라, DJ. DOC 댄스열풍



[ Nirvana - Nevermind ]

▲먼 나라에서는 마이클 젝슨의 < Dangerous >를 제치고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한 너바나의 보컬, 커트코베인이 자살해 팬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같은 해에 영국에서는 오아시스가 데뷔하고, 91년에 데뷔한 블러가 인기 정상 궤도에 오른다. 이때부터 록씬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관심을 옮겨가기 시작한다.

1994년 김건모가 ‘핑계’ 95년 ‘잘못된 만남’을 발표하며 가요계의 새로운 댄스 바람이 한창이었다. 그러니까 서태지가 ‘컴백홈’이라는 갱스터 랩을 들고 와 또 한번 가요계를 휘저을 때, 한쪽에서는 클론, REF, 룰라, 노이즈 등의 그룹이 댄스와 노래, 랩을 하며 손범수가 진행하는 가요톱텐의 순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96년에는 ‘정’으로 영턱스클럽이, ‘운명’으로 쿨이 10대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그리고 94년 데뷔한 ‘DJ DOC’는 1집 < 슈퍼맨의 비애 >, 2집 < 머피의 법칙 > 등 성공을 이어가며 대중들을 사랑을 지속해나갔다.


1996년, 김광석 떠나다



[ 김광석 - 나의 노래 박스세트 ]

▲95년에 ‘내 눈물 모아’로 여심을 울리던 서지원이 자살하고, 듀스의 김성재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다음 해 96년도에는 믿기지 않게도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다. 동물원의 리드보컬로, 젊은이들의 고뇌와 진솔한 마음을 대변하던 김광석은 솔로 활동을 하면서 국내 포크 음악의 명맥을 이어갔다. < 나의 노래 >가 실린 3집과 < 일어나 >가 실린 4집의 연이은 성공으로 국내 가요계에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6장의 독립앨범을 내고, 1995년 8월 1000회 기념 공연을 마치고 다음 해 1월 김광석이 떠났다. 삶에 대한 따듯한 시선, 지친 영혼을 격려하는 가사, 마음을 저미는 멜로디는 그가 세상을 뜨고 난 이후에도 후배들과 팬들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달 9일에는 김광석의 전 앨범을 담은 박스 세트 < 나의 노래 >가 전곡 리마스터링되어 새롭게 출시되기도 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90년대의 김광석을 여기로 호출한다.


1997년, 아이돌 전성시대



[ H.O.T. 1집 - 전사의 후예 ]

▲1997년, SM의 야심작 H.O.T.가 데뷔한다. 당시만 해도 H.O.T.는 춤, 랩, 노래 등 제각기 역할을 분담한 다섯 명의 미소년이었다. 무대 위에서 단지 너를 사랑한다며 ‘캔디’를 열창할 때, 팬들은 ‘단지’가 부사가 아니라 사람 이름일 것이라며, 단지 찾기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10대들의 활동 기반은 천리안, 하이텔 등의 PC 통신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할 무렵부터 10대의 소비 능력은 높이 산 어른들은 이들을 ‘X세대’니 ‘신세대’니 이름을 붙이며, 이전 세대와 금을 긋고 아이돌 산업을 10대에 타깃을 맞춰 달구기 시작했다.

이 무렵 신해철과 솔리드가 해체를 선언했고, 자우림이 용감하게 주류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원준은 ‘쇼’에 이어 ‘얄개시대’를 열창했고, UP의 ‘뿌요뿌요’가 수학여행 장기자랑 단골 레퍼토리를 차지했다. 음유시인 장필순이 5집 앨범을 냈고, 지누션의 1집과 업타운 2집은 다시금 가요계에 댄스 열풍을 가져왔다. 이승환이 그의 대표작 ‘천 일 동안’에 이어 5집 < Cycle >에서 ‘가족’ ‘애원’ ‘붉은 낙타’ 등으로 승승장구해나간다. 이승환은 유쾌한 무대매너와 독보적인 라이브 실력으로, 콘서트 무대의 전설을 써나간다.


1997년, 라디오헤드, 브릿팝 역사를 다시 쓰다



[ Radiohead - OK Computer ]

▲The verve의 < Urban Hymn >에 실린 싱글 ‘Bitter sweet Symphony’가 최고의 싱글 곡으로 떠오르며, The verve가 브릿팝의 마지막 황태자 자리를 차지한다. 라디오헤드가 문제작 < OK Computer >를 발표한다. Creep은 기타 좀 친다는 친구들 사이에서 전설의 곡이 되었다. 이후의 영국 락계는 like radiohead라고 할 만큼, 라디오헤드의 우울한 감수성, 몽환적인 느낌은 많은 밴드의 음악에 영향을 끼쳤다.


1998년, 대성기획과 SM기획의 라이벌 구도




[ 조성모 1집 - To Heaven ]

▲HOT VS 젝스키스, SES VS 핑클 등 SM기획과 대성기획의 본격적인 대결구도가 형성된다. 대성 기획은 SM의 구성원에 한 명을 더하는 식의 미묘한 차이로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나갔다. 이무렵, 신승훈은 발라드의 황태자 자리를 얼굴 없던 가수 조성모에게 넘긴다.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 형식의 뮤직비디오는 당시 큰 화제가 되었고, 유행처럼 많은 가수가 비슷한 뮤직비디오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이 무렵 김조한과 김동률이 솔로로 나서고, 서태지가 솔로로 컴백한다. 패닉이 이 무렵 < Sea within > 앨범을 발표하는데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해나가면서 마니아적인 고정팬을 확보해나간다. 자우림의 두 번째 앨범 ‘미안해, 널 미워해’도 인기몰이를 했다.


1999년, 테크노 열풍과 인디씬의 성장



[ 델리 스파이스 1집 - 챠우챠우 ]

▲세기말을 앞둔 1999년, 가요계에는 테크노 열풍이 불기 시작한다. 이정현이 괴상한 복장을 하고, 드세게 춤추며 외치던 ‘와’는 엄청난 히트를 쳤다. 조피디 역시 테크노 열풍에 가세했다. 패닉의 이적은 솔로 앨범을 내고, 김진표는 넥스트 멤버 몇과 함께 노바소닉을 결성한다. 015B에서 토이로, 전람회로 이어지는 팝 발라드들도 계속 인기를 얻는다. 이 무렵 인디 신이 결성되고, 눈에 띄는 성과물이 나타난다. 언니네 이발관 앨범이 그랬고,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 롤러 코스터 1집, 델리 스파이스 등이 입소문을 타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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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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