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나는 가끔 카르멘을 꿈꾼다
바람 소리를 들려주던 그녀를 우연히 만나다 - 플라멩코 수업일지
나에게 안달루시아의 바람소리를 들려주었던 그녀와의 만남.
수업을 청강하고 돌아오는 길에 트리아나 교Puente de Triana를 건넌다. 세상 어디든 영원한 사랑과 믿음을 소망하는 인간의 마음은 공통적이라는 것을 말해 주듯, 다리 난간에 여러 개의 다양한 열쇠들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흔적으로 매달려 있다. 강 건너에는 현재 해군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황금의 탑이 보인다. 다리 중간쯤 지나가다가 흐르는 강물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수업을 받는 중간에 나도 욕심만큼 늘지 않아 다른 선생님을 찾아갈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1969년 세비야에서 태어난 이사벨 바욘Isabel Bayon은 5세부터 무용을 시작해서 17세에 플라멩코 무용수로 데뷔했다. 플라멩코와 스페인 전통무용 외에도 발레, 현대무용 등을 전공했고, 지금까지도 많은 공연을 통하여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무용수이다.
이사벨 바욘의 수업을 청강해 보기 위해 아침 수업이 끝나고 강을 건넌다.
그녀의 「열린 문La Puerta Abierta」이라는 공연은 2009년에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에서도 올려진 바 있다. 여기서 열린 문이란 불가사의한 마력, 영감, 상상 등을 발견할 수 있는 초자연적 입구 즉, 자유를 향해 열린 문을 가리킨다. 세비야 플라멩코 비엔날레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2009년 2월에 열린 뉴욕 플라멩코 페스티벌에서는 전석 매진이 되었던 공연이기도 하다.
찾아가는 길이 조금은 멀다. 대성당과 담배공장을 지나 마에스트란자 극장 앞의 건널목을 건너 오로 탑을 오른쪽에 두고 과달키비르 강 위의 다리를 건넌다. 이 장소들은 세비야를 찾은 여행자들이라면 모두 빼놓지 않고 둘러보는 명소인데, 나는 지금 현지인들이 유적지나 명소를 그저 일상의 풍경처럼 스치고 지나가듯 익숙하게 걷고 있으니 새삼 신기하다.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람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참으로 빠르다.
알레그리아스aleglias는 까디스 지방을 중심으로 발전된 플라멩코 장르 중 하나이다. 12박으로 되어 있으며 깐띠냐스cantinas라 불리는 장르에 포함된다. 기쁨이라는 뜻의 알레그리아스는 경쾌한 리듬으로 연주되는 음악으로, 좀 더 경쾌한 리듬은 주로 춤을 위해 사용되고 조용한 리듬은 노래만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
대부분의 플라멩코 음악은 스페인 남부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파루까Farruca의 경우에는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방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남성적이고 드라마틱한 춤과 음악으로 ‘남성 플라멩코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장르이긴 하지만 전설적인 플라멩코 무용수인 카르멘 아마야Carmen Amaya에 의해서 여성 무용수들도 바지를 입고 파루까를 추기 시작했다. |
낯선 곳을 여행하며 낯설고 인상적인 것을 기록하는 일반적인 여행서가 아니다. 오히려 낯익은 광경들을 찾아가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영혼의 독백과 같다. 바람처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인 집시의 춤, 플라멩코를 배우기 위해 떠난 세비야행. 그녀는 세비야에 삼 개월 동안 머물렀고, 플라멩코를 알기 위해 뉴욕, 안달루시아의 도시들, 마드리드를 찾아갔다. 그리고 배우 채국희의 시선과 사색은 그녀 안에서 끓어오르는 열정과 자유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관련태그: 플라멩코, 이사벨 바욘, 스페인, 안달루시아, 세비야
<채국희> 저11,7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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