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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을 꺽으며 TV를 기어 나오던 사다코를 기억하세요?

<사다코 3D : 죽음의 동영상>과 <미확인 동영상 : 절대클릭금지>로 살펴 본 공포영화들 진짜 사다코가 왔으니 짝퉁 사다코는 비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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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코 3D : 죽음의 동영상>은 이미 너무나 유명한 공포 캐릭터 사다코의 원혼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동명 소설인 <링> 시리즈의 원작자 스즈키 고지의 신작을 바탕으로 일본 공포영화 최초로 3D로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출간을 목표로 한 이번 프로젝트는 3부작으로 기획되었으며, 새로운 시리즈의 1편인만큼 십 수 년 전의 사다코의 원혼을 21세기에 다시 부활시켜야 하는 목적을 그려내는데 치중하고 있다.


1996년 그 동안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틴 에이지 슬래셔 영화의 전통을 비틀면서 새로운 장르 영화로 탄생한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은 스스로 공포영화의 전통과 뻔한 속성을 비웃으면서 이후 장르영화로서의 공포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1999년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 센스>는 귀신을 보는 아이라는 무서운 소재에 더해, 관객을 기만하는 깜짝 놀랄 반전으로 큰 충격을 준 작품이었다. 이 영화의 놀랄만한 성공담을 따라하고 싶어 하는 이후 영화에 ‘반전’은 하나의 강박증이 되었다.

같은 해 일본에서 만들어진 <링>은 사다코가 TV를 통해 기어 나오는 놀라운 장면을 통해 놀라운 공포효과를 준 작품이었다. 눅눅하게 젖은 듯한 습기 가득한 몸, 소름이 돋게 만드는 관절꺾기, 그리고 돌아보면 어느새 나의 공간과 생활 속으로 슬금슬금 기어들어올 것만 같은 뒷목 간지러운 공포. 밤늦게 켜져 있는 현란한 TV 화면, 종일 눈앞을 떠나지 않는 컴퓨터의 푸른 형광빛, 누군가로부터 불쑥 걸려오는 전화벨. <링>의 공포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가장 친숙하게 개인의 생활 공간속에 파고들어 있지만, 단 한 번도 위협적인 느낌을 준 적이 없는 것들이 공포의 대상이 될 때, 수많은 미디어에 노출된 우리의 일상에 조용히 바이러스처럼 번져가다 집안의 모든 벽과 TV에서 산발한 사다코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감을 선사했다.


공교롭게도 90년대 중후반 새로운 공포영화의 트렌드를 이끈 <스크림>, <식스 센스>, <링>은 21세기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후의 작품들에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수많은 작가들이 이 작품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공포를 만들어보고자 했으나, 그저 그런 아류작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반복 재생되던 <링>의 아류작에 실망한 관객들을 위해 오리지널이 찾아왔다. 2012년 새롭게 부활한 사다코 이야기 <사다코 3D : 죽음의 동영상>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동영상이라는 유사한 소재를 사용한 한국영화 <미확인 동영상 : 절대클릭금지>도 같은 시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다코 3D : 죽음의 동영상> : 사다코의 짝퉁들 물렀거라.


1999년 <링>의 성공적인 드라마는 한국 영화로, 또 할리우드 영화로 리메이크되어 각기 다른 문화적 차이가 어떻게 다른 아우라를 만들어내는지 좋은 비교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링> 이후 수많은 영화들은 그것을 모방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변종들을 확대 재생산했다. 하지만 사다코의 짝퉁들은 그 후광에 업혀가려는 낡은 클리세들로 변이되어 더 이상 무서울 것 없는 이미지들만 반복해서 찍어냈다.

관객들의 외면과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에 점점 위기를 느낀 공포영화들은 사다코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다코의 이미지를 더욱 비틀어댄다. 관절은 더 비틀어지고, 스멀거리면서 기어 나오는 장면도 다양해졌으며, 젖은 머리카락은 더욱 풍성해졌다. 이러한 장면들은 더 자극적이고, 더 충격적인 영상과 굉음들로 단발적인 충격을 주는데 주력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사다코의 관절처럼 끼긱거리는 드라마는 공포 때문이 아니라 그 엉성함 때문에 눈을 질끈 감고 싶게 만들었다.


<사다코 3D : 죽음의 동영상>은 이미 너무나 유명한 공포 캐릭터 사다코의 원혼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동명 소설인 <링> 시리즈의 원작자 스즈키 고지의 신작을 바탕으로 일본 공포영화 최초로 3D로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출간을 목표로 한 이번 프로젝트는 3부작으로 기획되었으며, 새로운 시리즈의 1편인만큼 십 수 년 전의 사다코의 원혼을 21세기에 다시 부활시켜야 하는 목적을 그려내는데 치중하고 있다. 1999년 당시에는 비디오테이프와 인화된 사진 등 이 공포의 소재였다면, 2012년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하여 인터넷 동영상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저주의 원혼이 유포된다. 여기에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원 폭력과 왕따, 인터넷 악플 등 사회적 문제까지 담아내고 있다.

공포영화 속에 사회적 이슈를 담아낼 수 있는 이유는 애초에 ‘사다코’가 사회적 통념과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그 원혼의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사다코의 원혼은 무섭지만 동시에 슬픔을 담고 있다. 사다코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지극히 평범한 삶을 꿈꾸는 한 명의 사람이었다. 자신이 원치 않은 초능력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멸시했다. 게다가 그녀의 어머니는 사다코의 초능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신이상으로 자살하고 말았다. 사다코는 그래도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억울한 죽음 속에 원혼이 된다. 인터넷 시대를 반영하여 인터넷으로 떠도는 동영상이 된 사다코의 저주는 그 효과와 파급력으로 보면 비디오테이프에 비할 수가 없다. 뒷목을 간질이듯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공포가 너무 사실적이고 가시적으로 그려지는 것을 다소 아쉬워하는 원작의 팬들도 있을 것이다.


<미확인 동영상 : 절대클릭금지>로 살펴 본 한국 공포영화들


여름이 부쩍 일찍 찾아온 2012년 첫 공포영화인 <미확인 동영상 : 절대클릭금지>는 박보영, 주원 등 젊은 스타들이 주인공을 맡아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2011년 에는 <고양이 :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 <기생령> 등이 개봉되었지만 작품적 완성도나 흥행면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터라 새로운 분위기를 이끌 작품으로 <미확인 동영상 : 절대클릭금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영화의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은 영화제목 만큼이나 줄거리도 단순하다.

어느 날 정미(강별)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이런 동생 때문에 세희(박보영)는 고민을 한다. 그녀는 곧 동생이 변한 것이 저주 걸린 동영상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세희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사이버 수사대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친구 준혁(주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주원은 동영상에 감추어진 비밀을 알아내고 이 사실을 세희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갑자기 정미가 사라진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CCTV 등 생활 속에 익숙한 디지털 환경에서 벌어지는 인터넷 마녀 사냥 등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가 담아내는 원혼과 그 공포의 효과는 어쩔 수 없이 <링>과 맞닿아 있다는 혐의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앞선 두 작품 <령>과 <므이>에 이어 공포영화 전문 감독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태령 감독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해져 버리는 디지털 시대의 공포, 그 확장성과 무책임함을 함께 보여주려고 하지만 그 공포의 효과가 다소 단발적이어서 치밀하게 쌓여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의 점증적인 효과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링>이 공포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기 이전인 1998년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은 학원공포물이라는 장르영화의 틀 속에 한국 입시지옥 속에 병들어 가는 여고생들의 현실을 공포의 패러다임 속에 녹여낸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이후 <여고괴담> 시리즈는 한국형 시리즈 영화로서의 실험의 장이 되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가 퀴어적 소재를 통해 독특한 공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지만 이어지는 작품들은 다소 안일하게 관습을 반복하고 말았고, 아쉽게 그 명맥이 끊어지고 말았다.

2003년은 한국 공포영화 흥행의 원년이라 부를만한 해였다. 흥행이나 장르의 다양성 모두 성공한 해였다. 당시의 공포영화는 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로 대표되는 가족 멜로(부르주아적 남편과 부인 사이에 끼어든 여성)으로서의 스릴러(<장화, 홍련>, <4인용 식탁>), 피가 섞이지 않은 대체가족 사이를 맴도는 원혼의 이야기(<아카시아>), 거울에 비친 자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아냈지만 그 깊이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던 <거울 속으로>, 전작들이 보여준 새로움을 걷어버리고 수많은 이미지를 차용하고 짜깁기하는 가벼운 구성 때문에 시리즈 영화로서의 가능성을 유보하게 만든 <여우계단> 등 전작들과 달라지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영화들이 많았다.


<전설의 고향>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경향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전이 기대 효과를 배반하자, 흥행한 전작들의 이미지를 따오기 시작했고 바다 건너 물 건너 온 사다코의 짝퉁들은 마룻바닥에서 천정에서 교실에서, 때론 인형의 탈을 쓰고 부지런히도 화면 속을 기어 다닌다. 게다가 <식스 센스> 이후 공포 영화들은 영화의 스토리를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놀라운 반전의 진창에 두 발을 담가 버렸다. 결국 <링>과 <식스 센스>의 강박증에 영화들이 망가졌다. 조금 스멀거리는 느낌만 들어도 끼긱거리는 사다코의 짝퉁들이 나오겠거니 기다리게 되고, 그러는 사이 심리 속으로 파고들어야 할 서늘한 공포는 자취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초심을 잃은 수많은 공포영화들이 반전 강박증과 물귀신처럼 따라붙은 사다코의 잔영에서 한발도 진보하지 못한 표현방법들로 서서히 대중들의 관심에서 비껴나고 있었다.

맥이 툭 끊겼던 공포영화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었던 2007년에는 사극 호러, 메디컬 호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등 그 면면으로만 보면 새로웠지만, 그 결과는 신선하지 않았다. <전설의 고향>은 우아하고 창백한 한국적 원혼의 우아한 몸짓을 놓치고 그저 <링>의 사다코를 모방하는 수준에서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베트남 로케로 진행된 <므이>, 젊고 매력적인 배우들이 포진한 메디컬 호러 <해부학교실>, 싸이코패스라는 낯선 소재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검은 집>, 강경옥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두 사람이다>, 궁에서 벌어지는 궁녀들 사이에서의 기묘한 공포 <궁녀> 등 그 양과 소재의 면에서는 기대해 볼만한 작품들이 계속 이어졌지만, <장화, 홍련>이 이루었던 흥행과 비평 모두의 성공은 요원해 보였다.


<고사 : 죽음의 중간고사>

2008년 <고사 : 죽음의 중간고사>는 아이돌 스타들을 내세워 간만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되었다. 물론 영화적 완성도와 별개로 시즌 영화로서의 공포영화의 가능성은 다시 한 번 화두가 되었다. <고사 2>와 <4교시 추리영역> 등이 뒤를 이었지만, 새로울 것이 없었다. 이어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증을 공포로 치환한 2009년 <요가학원>이 있었지만, 소재의 특이함을 넘어서진 못했다. 같은 해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은 무자비한 종교적 광폭성 앞에 희생된 소녀의 이야기를 담아낸 새로운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최근 <건축학개론>으로 흥행신화를 새롭게 쓰는 감독의 섬세하면서도 끈기 있는 이야기의 결이 새로운 장르영화의 가능성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온통 <스크림>을 공허하게 벤치마킹하다가 전멸의 길로 걸어갔던 수많은 공포영화의 트렌드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크림>, <링>, <식스 센스>를 꿈꾸는 사다코의 짝퉁들이 쩔뚝거리며 거듭되는 실패로 이어졌다. 점프 컷의 절대 공포가 특수 효과의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여고괴담> 이후 특수효과와 기술력은 진일보 했고, 공포를 주기 위한 장치들은 기계적일 정도로 정확해졌다. 식상한 이미지에 지루해하는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서 쇳소리에 현악기 긁는 소리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청각을 자극한다. 빈약한 이야기를 반전과 반전이라는 비비꼬인 구성으로 숨기고 덧칠을 했지만, 금세 벗겨진 페인트 자국아래 부실한 철골은 곧 흉물스럽게 그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3D라는 첨단 기법으로 되살아난 사다코의 원혼 <사다코 3D : 죽음의 동영상>과 한국형 원혼의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하는 <미확인 동영상 : 절대클릭금지>에 이어 올 7월에는 박한별, 김지석의 <두 개의 달>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세 작품이 각기 다른 소재와 개성으로 공포의 신세계를 열어주길 바란다. 사실 공포영화는 일종의 장르영화이기 때문에, 그 표현에 있어서 유달리 특별한 변화를 담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장르영화로서의 익숙함을 무기로 그 속에 전에는 누구도 하지 않았던 얘기를 담아내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최근 공포영화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공포영화의 승부수는 테크닉이 아니라 관객과의 심리전이라는 사실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규칙 1번이지 않은가. 따라서 이 규칙대로 올 여름의 공포영화는 관객들과 공포의 두뇌게임을 통해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부디 서늘하게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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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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