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RCA 교직원과 학부모는 아이들을 돕는 일이라면 시간과 이유를 불문하고 기꺼이 뛰어든다. 헌신적이고 온정적이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온몸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덕분에 기적은 언제나 어디서나 일어난다.
한번은 이집트에 관한 단원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RCA 복도를 이집트의 지하묘지처럼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복도를 걸어 다니는 대신 지하묘지 속을 기어 다니게 하는 것이다. 나는 곧장 수화기를 들고 몇몇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학교에 18미터 정도의 지하묘지를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묻고 터널을 만들 돈도 없고 구체적인 방법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날 저녁 학생의 아버지와 삼촌, 할아버지들이 도와줄 사람 세 명을 데리고 학교에 찾아왔다. 복도에는 근사한 지하묘지가 만들어졌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전화 한 통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이야’ 혹은 ‘흥, 우리 학교 아버지들은 어림도 없을걸’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언제 한번 아버지들에게 학교 일을 부탁해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한번 해보라. 정확히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만 알면 그들은 놀랄 만큼 기꺼이 팔을 걷고 나서줄 것이다.
우리 RCA 교직원들은 지금껏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훌륭하고 독창적이며 베풀 줄 아는 집단이다. 화장실 청소든 토요일 개인지도든 두 시간 넘게 운전해서 로마식 기둥을 싣고 오는 일이든 연극 리허설을 위해 방과 후 학교에 남는 일이든 학생들과 늦게까지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일이든 상관없이 항상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더 오래 머물려고 하며 필요하다면 더 일한다. 우리 직원들은 오후 5시 45분까지 방과 후 수업을 지도하면서도 초과근무수당을 요구하지 않는다. 현장체험학습이나 ‘학교의 밤’ 행사나 운동경기 응원전이나 발표수업을 위해 교실을 꾸미는 일이나 늘 서로를 도와주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활기를 뿜어낸다.
우리 RCA에서 델컴퓨터와 연합해 대규모 행사를 열었을 때가 생각난다. 미리 말해두지만 우리 학교는 언제나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철칙이다. 전 직원이 행사준비를 위해 분주히 뛰고 있었는데 당시 학교는 그리 깨끗한 상태가 아니었다. 준비가 다 되었는지 점검하기 위해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니 두 명의 교사가 남학생 화장실에서 한 명은 변기를 닦고 또 한 명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 위에 묻은 먼지를 털고 있었다. 그렇다, 우리 학교 남학생 화장실에는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가 변기 위에 앉아 있는 남학생을 금방이라도 와작 깨물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무튼 이야기의 요점은 그 교사들이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화장실 청소를 떠안았다는 사실이다. 우리 교직원들은 그렇게 모두가 서로를 돕고 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만큼 만족도가 높다.
RCA 개교 첫해, 어느 남학생의 집을 찾아갔다가 크게 상심한 적이 있다. 문에는 얼룩이 가득했고 카펫 위에도 여기저기 검은 얼룩이 묻어 있었으며 소파 위에는 바퀴벌레가 기어 다녔고 벽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텔레비전이 있었지만 화면에 비만 내리고 유일한 가구는 무척 낡고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아이와 엄마는 마치 내가 집안의 다른 곳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듯이 내 시선을 붙잡기 위해 나를 집요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집에서 나와 자동차로 돌아온 나는 한동안 울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냥 마음이 아팠다.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 주 목요일에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아파트에 새로 페인트를 칠하고 새 카펫과 가구 등을 들여놓아도 되겠냐고 물었다. 마침 지역의 어느 상점에서 우리 학교에 가구를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아까운 기회를 놓치면 안 되므로 그 집에 선물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이 엄마는 당연히 좋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대체 어디서 페인트며 카펫이며 가구 등을 구한단 말인가! 일단 RCA 전 직원에게 급히 메일을 보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알리고 그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한 시간도 안 되어 교직원들이 카펫과 페인트를 기부할 수 있는 지역상점을 알아냈다.
드디어 금요일 오후 4시, 나는 세 두루마리의 거대한 카펫과 페인트 열두 통, 그리고 내 발등 위로 기어오르는 바퀴벌레 한 마리와 함께 텅 빈 아파트에 홀로 서 있었다. 나는 울퉁불퉁하게 깔리는 카펫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색깔 견본을 한 시간 넘게 살펴보는 것은 쉽지만 벽에 못을 박는 일 따위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일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카사 선생님이 들어왔다.
“오, 일은 잘되어갑니까?”
카사 선생님은 들어오자마자 나를 와락 안아주었다. 나는 너무도 기뻐 당장 바퀴벌레들과 나란히 누워 뒹굴 뻔했다. 곧 모슬리 선생님과 스콧 선생님도 들렀다. 내가 몇 시간이나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모슬리 선생님이 건넨 대답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끝날 때까지요.”
그 후 스물네 시간이 넘도록 우리는 수납장 안을 쓸고 닦고 옷을 새로 정리해 넣고 책상이며 책장을 조립해 세우며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 스콧 선생님이 이케아 가구점에 전화를 걸어 이 아이의 집에 필요한 가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절대로 자리를 뜰 수 없다고 말하자 매장관리자는 엄청난 할인을 해주었다. 마지막 손질은 토요일 밤에 이루어졌다. 등과 장식품, 수십 개의 선물상자까지 완벽하게 갖춘 크리스마스트리였다. 선물상자는 전 교직원이 직접 마련하고 포장한 것이었다. 나무에 마지막 장식을 더하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맙소사, RCA의 전 직원이 한 명도 빠짐없이 그 좁은 집에 와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잠시 눈을 감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날 밤 우리는 외할머니 댁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온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직접 보지 못했다. 아이의 엄마에게는 우리 교직원들이 집을 새로 단장할 거라는 걸 아이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이가 알면 불편해하거나 거북해할지도 몰랐다. 나중에 아이의 엄마로부터 아이의 반응을 전해 들었다.
할머니 댁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는 아들에게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라고 했다. 아이는 집 안에 들어서다 말고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으악, 남의 집에 잘못 들어왔어요!”
엄마는 웃으며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났으니 얼른 들어가보자고 말했다. 아이는 몰라보게 변한 집 안을 마구 뛰어다니며 비명을 질렀다. 엄마는 그런 아들을 말리느라 애를 먹었고 솔직히 자신도 다를 바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선생님들이, 세상에, 우리 집 욕조까지 깨끗이 닦아놓으셨더군요. 전 그 검은 얼룩들이 영영 지워지지 않는 줄만 알았거든요.”
그 다음 주 월요일 수학시간에 그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클라크 선생님, 지난 주말에 <우리 집 대변신>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뭐? 텔레비전에 출연했다는 말이니?”
“아니요. 그건 아닌데요. 아무튼 우리 집을 완전히 바꿔주었어요.”
“그래? 마음에 들었니?”
“그럼요. 크리스마스 기적이었는걸요.”
기적이 일어난 건 헌신적이고 온정적이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온몸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덕분이었다. 이렇게 교사들은 교직이 하나의 직업에 불과한 게 아니라 더 이상 줄 게 없을 때까지 베풀며 아이들의 행복과 복지를 최우선의 소명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하고 교단에 서야 한다. 타인에게 더 많은 도움을 가져다줄수록 언젠가는 그 도움에 보답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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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