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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 제이슨 므라즈, 앨리스 스마일, 김창완밴드

산울림 음악을 재해석한 김창완밴드의 신보, 산울림 35주년 셀프 트리뷰트! 자신의 사랑철학을 드러낸 제이슨 므라즈의 4집 앨범, 재즈 피아니스트 앨리스 스마일의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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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앨범이라고 하면 보통 남의 곡을 재해석한 트리뷰트 형식의 앨범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음반의 경우는 반대입니다. 과거 자신이 중추로 있던 그룹의 음악을 재해석했기 때문이지요. 산울림을 거쳐 김창완밴드를 꾸려가고 있는 김창완이 그 주인공인데요. 김창완밴드의 이름으로 재탄생한 산울림의 음악은 어떤 모습일지, 그 둘을 잇는 < 분홍굴착기 >를 조명해보았습니다.

리메이크 앨범이라고 하면 보통 남의 곡을 재해석한 트리뷰트 형식의 앨범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음반의 경우는 반대입니다. 과거 자신이 중추로 있던 그룹의 음악을 재해석했기 때문이지요. 산울림을 거쳐 김창완밴드를 꾸려가고 있는 김창완이 그 주인공인데요. 김창완밴드의 이름으로 재탄생한 산울림의 음악은 어떤 모습일지, 그 둘을 잇는 < 분홍굴착기 >를 조명해보았습니다. 빌보드 싱글차트 신기록을 세운 바 있는 제이슨 므라즈의 신보와, 첫 앨범임에도 능숙함을 보여주고 있는 앨리스 스마일의 앨범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김창완밴드 < 분홍굴착기 >


산울림 이후 김창완은 더 젊어졌다. 펑크 사운드는 작약의 원료가 되어주었고, 직설적 포효는 회춘의 비약으로 작용했다. 이뿐이랴. 주어 술어가 뒤바뀐 가사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니 그저 LP판 위에서나 보던 옛 가수구나 하고 접근했다가는 크게 데일 수도 있겠다. 「우두두다다」나 「Darn it」에서 보이는 일련의 행보는 웬만한 펑크 밴드들보다도 더 열정적이다. 분명 산울림 때와는 다른 김창완의 모습이고, 산울림과는 다른 김창완밴드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김창완밴드는 산울림의 영역 내에 존재한다. 한국 록 씬의 전설이라는 산울림, 그 속에서도 반 이상의 영역을 차지했던 김창완이라는 공통된 유전자는 김창완밴드가 산울림의 연장선 위에 자리하게 하는 요소, 다시 말해 직계 자손임을 알리는 증거이다.

동시에, 산울림과는 엄연히 다른 밴드이기도 하다. 연장선상에 있지만 분명 그 입지에는 차이가 있다. 결국 김창완밴드는 산울림을 끌어안음과 동시에 그들만의 독자적인 언어를 만들어 내야하는 이중의 숙제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셈이다.

으레 산울림의 곡을 다시 불렀을 법도 하지만 그 동안 김창완밴드의 앨범에는 산울림의 노래가 없었다. 음반이라는 작품 속에서는 자신만의 패러다임을 구현하려 했을 터, 방송이나 공연에서만 산울림 곡을 연주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작품의 트랙 구성은 여간 심상치 않다. 「금지곡」을 제외한 나머지 11곡이 모두 산울림의 노래다. 겉으로만 보면 이는 분명 리메이크 앨범에 가깝다. 더 의아한 점은 산울림 노래 중에서도 펑크 넘버로 기록되고 있는 곡들이 올라있다는 것이다. 줄곧 펑크 사운드를 구사해오던 김창완밴드였기에 이 같은 선곡 방식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 어떤 결과물을 보일 것인가?

우려의 물음표와는 달리 밴드는 어떠한 답을 써야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 분홍굴착기 >는 분명 김창완밴드의 사운드를 담고 있다. 기본적인 리프나 곡의 구조는 물론이고 솔로 연주조차도 원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귀를 깨우는 부분은 편곡의 색채가 아닌 연주의 양감에 자리한다.

앨범 전체에 생동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날카로운 보컬와 거칠어진 기타 디스토션으로 나타난 김창완의 목소리는 여전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김창완 혼자만의 역량은 아니다. 밴드 전체와의 상호작용이 발산하는 사운드를 이끌어냈다. 염민열의 두터운 기타 배킹이 인상적인 「독수리가 떴네」나 이상훈의 강렬한 키보드 전주가 돋보이는 「옷 젖는 건 괜찮아」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앨범이 전하는 생동감은 전 트랙을 한 번에 담아내는 원 테이크 방식에서도 기인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브로 녹음해내는 과정은 모든 곡을 듣는 이의 전면으로 내세우며 현장감을 발생시킨다. 더불어 밴드에는 긴장을 더해주며 전체적인 사운드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첫 트랙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와 「저기」의 솔로 라인이 돋보이는 이유는 이러한 파트들 사이의 유기적인 움직임 때문이다. 실로 통쾌한 라이브의 현장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산울림을 계승하는 사운드라는 의미와 산울림을 벗어난 김창완밴드의 사운드라는 다른 의미인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역시 후자다. 산울림, 엄밀히 말해 자신의 곡을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 위의 이어달리기가 아니었을 터, 변화와 발전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그들은 밴드 사운드라는 멋들어진 답안을 내놓았다. 혁신의 발판을 순수한 연주로부터 구상해냈다는 것, 선책(善策)을 넘은 현답(賢答)이었다.



몰아치는 러닝 타임 속에 밴드의 젊음이 느껴진다. 일부 신세대들에게는 여전히 나이 든 ‘김창완’이 이끄는 늙은 그룹이라 여겨지지만 단순히 77년산(産) 오래된 술로 치부해버리기엔 김창완은 지금도 신선하고 김창완밴드는 매번 새롭다. 부단히 오늘날의 「금지곡」을 떠올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쉼 없이 음악적 새로움을 향해 움직이는 분홍 굴착기가 보인다. 물론, 그것을 움직이는 연료의 이름은 젊음과 열정이다.

글 / 이수호 (howard19@naver.com)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 Love Is A Four Letter Word >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의 두 번째 버전이 있다면, 리스트 101번째 추가 곡은 단연 「I'm yours」일 것이다. 국내 공개가 수년이 지났음에도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언제나 대중과 함께 호흡 가능한 ‘국민 팝송’으로 자리 잡아 있다. 곡에 대한 사랑은 비단 대한민국 내에서 만의 일이 아니다. 빌보드 6위라는 호성적은 물론, 76주 연속 차트 진입이라는 대기록과 미국 내 6백만, 세계 2천1만 세일즈 실적은 그의 진심어린 ‘사랑의 감정선’이 이미 팝음악 팬들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제이슨 므라즈를 향하는 한국인의 애정은 남다를 뿐 아니라, 그 역시 왕래가 잦은 뮤지션 중 한명이다. 아마도 국내 팬들과 가장 사이가 좋은 팝스타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스튜디오 앨범 발매와 맞물려 예정 되어있는 2회에 걸쳐 벌어질 내한 공연은 팬과 뮤지션과의 관계를 넘어선 상애(相愛)의 의미가 짙다.

< Love Is A Four Letter Word >라는 앨범 타이틀에서 읽히듯, 새로 공개되는 작품은 전공인 ‘사랑학’에 대한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앨범 커버의 아기자기한 ‘러브 심볼’ 디자인은 물론, 부클릿 속지에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다’라는 미국의 교육자 프레이져 로져스(Fred Rogers)의 말을 옮겨 담아, 자신의 사랑 철학을 선명히 드러낸다. 온전한 ‘연가(戀歌) 모음집’의 외관이다.

모두가 기대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2011년 9월 공개한 「The World As I See It」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기에 충분했으며, 친화력 짙은 감성은 무뎌지지 않고 오히려 날카롭게 날이 서있다. ‘세상의 자연 모두가 너와 같다’는 곡의 메세지는 ‘사랑과 환경’의 중요성을 천명하는 그의 진리와 맞닿아 있는 트랙이다.

이번 작품의 다른 특징을 뽑자면 싱글로 발표될만한 곡들이 다수라는 것. 주 종목인 어쿠스틱 기타의 풍성함과 감미로운 무드가 느껴지는 「Living in the moment」와 사랑하는 연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러브송 「The woman I love」, 기존 팬들의 몰표를 받을 킬링 트랙 「93 millinon miles」까지 복잡한 치장은 없지만 여전한 천재적 송 라이팅과 농익은 팝 감수성의 흡인력은 여전히 발군이다.

동년배의 뮤지션인 데미안 라이스와 잭 존슨을 떠올리게 하는 트랙 또한 곳곳에서 눈에 뜨인다. 「I won't give up」의 서정성 짙은 애절함은 데미안의 「Delicate」을 닮아있고, 「Everything is sound (La la la)」에서 전해지는 활력 넘치는 곡의 작법 자체는 잭 존슨 「Hope」와 동종의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씬의 강자들이기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또한 곡의 기본편성이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닮은 듯한, 동질속의 이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 또한 리스너의 재미다.

사실 제이슨 므라즈의 곡들은 음악적으로 위대한 예술성을 지닌 것은 아니다. 음악 자체의 ‘급’을 나누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지만, 문법 자체가 쉽게 들리고 쉽게 익숙해지는 극 대중 친화를 지향하는 ‘이지 리스닝’을 구현한다. 항상 같은 틀 안에서의 내용물들이지만 억지스럽거나 거추장스러운 불편함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번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라하면 예상 가능한 수준 안에서의 멜로디 운용과 초기 작품의 곳곳에서 느껴졌던 ‘꿈틀대는 재기’의 부재를 뽑을 수 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던 패기 어린 장난꾸러기 사내의 자아 성찰 태도를 보이는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그 안의 요체(要諦)는 역시 사랑이다.



언제나 대중을 바라보는 음악들이 주를 이룬다. “뻔한 사랑타령에 이제 물렸다!” 라고 말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누가 그를 비난 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그의 음악을 알고 있으며, 모두가 그의 음악을 사랑한다. 그것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전하며 내면의 치유를 얻는다. 남들 눈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며, 그것을 널리 퍼뜨리고자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이토록 자랑스럽게, 그리고 이처럼 잘하는 것.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가 통기타를 들고 무대 위에 올라서면, 우리는 무한한 사랑과 달콤한 행복의 세례를 받는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앨리스 스마일(Alice Smile) < 여기서 사는 일 >


신시사이저의 음악적 침투가 강력해진 뉴웨이브 열풍 속 ‘신스 팝’은 그 기계적 사운드의 매서운 입김이다. 폭발성을 강조한 단색적인 구조와 무한한 사운드의 조작, 여기에 첨가된 댄서블한 리듬까지. 필연적으로 수많은 하류의 댄스 장르를 만들었고 이는 선입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최근 아울 시티(Owl City)의 흥행은 이러한 배경이 작용된 현상. ‘서정성’을 강조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신선한 재조명이 비춰진 것이다. 앨리스 스마일(Alice Smile)의 화법 또한 이러한 시류에서 가지를 친 실 줄기이다.

재즈 피아니스트 노성은. 감추어진 또 다른 이름이다. 본 작에서 선보이고 있는 인위적인 사운드와는 여간 맞물리지 않는 이력이 아닐 수 없다. 허나 홈이 다른 두 관념이 만든 생각의 마찰음은 ‘유학생활’을 통해 유동시킬 수 있다.

여러 클럽에서 재즈 연주자로 활동을 하던 2004년, 오디션을 통해 한국 최고액을 받고 버클리 음대로 가게 된다. 새로운 환경과 시간 속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킨 분야는 앞서 언급한 신스 뮤직(Synth Music). 환희에 가득 찬 음악적 열성은 우수한 성적의 졸업과 동시에 파스텔 톤의 첫 작품으로까지 이르렀다.

유학은 ‘기술’ 습득의 과정이었다. 잔잔한 감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파동을 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이는 봄이라는 콘셉트를 적절히 완급 조절하여 그려낸 것으로 대입 가능하다. 재즈의 탄탄한 기본기에 수단적으로 전자음악을 덧입힌 이 작법은 자연스럽게 ‘감성적인 일렉트로니카’의 탄생을 완성시켰다.

그의 손길이 얼마나 닿는가에 따라 음악이 달라진다. 보일 듯 말 듯, 얇지만 넓게 프로그래밍을 한 「봄을 생각해」는 음악을 듣는 과정에서 봄 풍경의 그림을 향유한다는 느낌을 준다. 때로는 전자음을 전면에 내세워 그 시원함과 흥을 돋울 때도 있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의 업템포 리듬은 심심함을 달래주며, 「다시 시작」은 나른함 속 청량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절제된 기계사용을 대신하고 있는 인간미를 듣는 것도 또 다른 재미. 함춘호의 기타가 돋보이는 「너를 떠나서」와 고찬영과 주고받는 보컬 조화가 인상적인 「산책인사」, 그리고 「돌아서 간다」 속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까지. 노성은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곡 「Morning Prayer」에서는 기계를 배제하며 재즈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알린다.

신스 팝과 댄스 음악의 상관관계가 느슨해져가는 최근 동향에서 봤을 때 이 데뷔작은 대세에 상응한 작은 움직임일 뿐이다. 주제가 이끌어낸 전체적인 어쿠스틱향이 인디의 대세적인 모습과 겹치며 커다란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허나 첫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그 음악적 파생이 인위적이지 않다는 점은 이 아티스트의 노련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매서운 본류의 흐름에서 능숙한 안착을 이룬 세련된 작품 하나가 나왔다.

글 /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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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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