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함으로써 더 큰 범죄를 낳는다는 의미로 사소함이 갖는 힘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빈말의 법칙, 식상함의 힘을 믿는다.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아닌 다음에야 가식적이고, 식상한 말이라도 듣기 좋은 말을 나누는 게 더 나으며 아무리 빈말이라도 욕보다는 칭찬이 더 큰 힘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환상은 대개 진부하지만
세상은 보다 진부하다.
그러니까
쿨하지 않게 보일까봐 걱정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 오영욱(오기사) <나한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지나 새해를 맞을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다름 아닌 휴대폰이다. 약 보름간 우리는 문자메시지(아니면 카톡) 혹은 전화로 일 년 치의 안부를 한꺼번에 묻고 대답하며 가는 해 오는 해를 응원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겉치레인 단체 문자는 왜들 그렇게 보내는 거냐며 귀찮아했지만 요즘엔 나조차 그 문자를 핑계로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말을 건다. 마음에 없는 말도 건넬 줄 아는 것. 빈말과 식상함의 효용성을 깨닫고 적절히 이용하는 일은 어느새 내 일상과 관계를 살찌우는 처세가 됐다.
‘빈말은 못하는 성격’을 훈장이라 믿던 때가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별로’라고 표현해야 속이 시원했고, 입에 발린 말이라고는 할 줄 모른다며 아부는커녕 칭찬에도 인색하게 살았다. 하지만 남들이 건네는 듣기 좋은 말에 늘 뾰족하게 굴면서도 기습적으로 날아드는 칭찬에는 꼭 무너졌다. 넌 글을 잘 쓰잖아, 센스 있구나, 예뻐지셨네요…. 만약 그 시기, 그 순간, 나에게 절실한 한마디였다면 그 말은 진심이 되어 마음에 박혔다. 하지만 절대 티 내지는 않았다. 별거 아닌 칭찬에 금세 달떠서 해롱대는 사람이라니, 너무 없어 보이잖아.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함으로써 더 큰 범죄를 낳는다는 의미로 사소함이 갖는 힘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빈말의 법칙, 식상함의 힘을 믿는다.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아닌 다음에야 가식적이고, 식상한 말이라도 듣기 좋은 말을 나누는 게 더 나으며 아무리 빈말이라도 욕보다는 칭찬이 더 큰 힘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넌 커서 글을 써라.”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채점한 글짓기 숙제를 나눠주시며 나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잘하는 건 하나도 없었고, 늘 다른 아이들은 금세 이해하는 수업도 넋 나간 표정으로 따라가지 못했던 열등생이었기에 선생님의 그 말씀은 반 아이들의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가 바보 같은 글을 쓰고 있다고 느껴질 때마다 선생님의 그 한마디를 떠올린다. 잘하는 것이라곤 없었던 ‘무명씨 학생’에게도 특기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셨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수습 불가능한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친다. 만약 선생님이 지금 내가 쓴 글을 읽으시고도 그 말씀을 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빈말이었을지 모를 그 한마디를 여전히 마음에 품고 산다.
좋은 말은 좋은 에너지를 낳는다. 그게 만에 하나 식상한 말 혹은 빈말이라도 우리를 둘러싼 관계를 살찌우고, 서로를 한 번 더 웃게 한다면 그걸로 된 거다. 이제 더는 식상함의 힘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빈말이라도 웃는 얼굴로 건네는, 두꺼운 얼굴도 탑재해야겠다. 어차피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빈말을 듣고 자란 사람 아닌가. 우리 부모님은 갓 태어난 나를 안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고, 우리 애가 제일 예쁘다.”
식상한 말이면 어때.
빈말이면 또 어때.
언젠가부터 그 말에 위로받고 있는 걸.
작가, 서른을 위해 변명하다!
왜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걸까. 이 만큼 했으면 적응될 만도 한데 매번 우릴 넘어지고 상처받게 만드는 건 여전히 사람 아니면 관계다. 그래서 관계에 늘 주도권을 쥐고 누구든 결국 자기편으로 만들고 마는 사람들을 여우라고 입을 삐죽대면서도 속으로는 부럽다. 그저 그들처럼 빈말과 식상한 말 같은 건 안 하는 사람이라고 우겨 보지만 나는 그런 거, 시켜도 못하는 사람이니까.
좋은 말은 좋은 관계를 만든다. 그리고 아무리 식상한 말이라도 칭찬을 들으면 으쓱해지는 게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멋쩍다는 이유로, 쿨하지 않다는 이유로 나랑은 상관없는 일처럼 여겨 오진 않았는지. 이제부터라도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보다 더 윤택하게 하고 싶다면 빈말과 식상함에 대한 발상부터 바꿔보자.
오늘보다 살짝 더 즐거운 내일을 위한 계획표이자 행복해지기 위한 변명 일기다. 일상의 반경 100미터를 둘러봐도 서른의 내가 고쳐야 할 것, 당장 끊어야 할 것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내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서른,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10여 년 동안 TV 코미디 작가로 일했고, 10년 남짓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이다. 지혜로운 사람보다 유연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보다 게으른 사람에게 끌리지만 정작 자신은 지혜에 집착하고 쓸데없이 부지런한 타입이라 난감할 따름. 이런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날이 대부분일지라도, 스스로에게 정 붙이는 연습을 하며 사는 중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오늘 마음은 이 책』 등을 썼다.
오늘보다 살짝 더 즐거운 내일을 위한 계획표이자 행복해지기 위한 변명 일기다. 일상의 반경 100미터를 둘러봐도 서른의 내가 고쳐야 할 것, 당장 끊어야 할 것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내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서른..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