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로 111의 태생이 궁금했다. 대중적인 음악을 하던 일락,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에서 단숨에 붐업됐던 조문근, 루키로 인정받은 가자미소년단의 리치킴. 어떻게 만났을까?
리치킴: 문근 형과는 거리 공연하다 만났어요.
각자 공연하다가 알게 됐는데 어느 날 문근 형이 TV에 나오더라고요.
잘 해서 1등 하겠지 하고 전화 투표 안 했는데 떨어지더라고요.
그 뒤로 길에서 다시 문근 형을 만났는데 그러더라고요.
‘라디오 출연하러 가는데 기타 쳐줄 수 있겠냐.’고.
그 때부터 친해졌죠.
그리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던 일락과 조우하면서 완성된 동교로 111.
다름에서 찾은 교집합으로 시작한 음악적 교류는 각자에게 새로운 모티브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음악적 교류와 영감은 주로 버스킹에서 얻는다.
여기서 잠깐, 일락이 말하는 동교로 111의 버스킹이란?
일락: 쉽게 말하면 거리 공연이죠. 불특정 다수에게 하는 게릴라성 공연. 장소나 시간을 정하지 않고 장비를 들고 예고 없이 공연을 시작하는 거죠. 길 어느 곳에서든 해요. 그러다보면 지나가는 분들이 하나둘 서서 구경을 하죠.
여타 블로그를 보면 밤새더라는 제보가 있던데?
일락: 원래는 두세 시간 정도만 하자 했는데 시작을 예고 없이 했듯이 마무리도 예고가 없거든요.
관객과 같이 놀다보니 자꾸 늦어져요. 사실 그건 저희가 고쳐야 할 문제점이지 않나 싶죠. 저희 중 누군가 ‘공연 할까’ 하면 그냥 나가요. 밥 먹으러 나갔다가 홍대 분위기가 좋으면 갑자기 거리에서 기타를 꺼내죠.
공지는 없을 때도 많다. 다만 한 시간 전에는 SNS에 공지하자 다짐은 한다. (앞으로 동교로 111 혹은 세 멤버의 SNS를 주시하시라.)
세 남자는 한 배를 탔지만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흔들리지 않게.
공연할 때 젬베를 들고 화려한 애드립을 선사하는 조문근은 개인 앨범 작업이 한창이다.
조문근: 지금 앨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제가 직접 곡을 쓰고 있고 받는 것도 있고 그래서 시간이 걸리고 있어요. 올해 안에는 나올 것 같아요.
마약과도 같은 거리공연을 끊을 수 없다는 문근, 슈퍼스타 K가 끝나고서도 기타 하나 메고 거리에 나와 공연을 했다. 심심해서.
그렇다면 그에게 슈퍼스타 K는 인생의 꼬리표인가 덤인가?
조문근: 그것 때문에 제가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고마운 일이죠.
전에는 앨범 내려면 까마득했는데 슈퍼스타 K 나가고 나서는 앨범도 금방 나왔고 사람들도 많이 알아봐주셔서 생활 자체가 달라졌어요.
음악적으로는 일락 형과 리치킴을 비롯해 많은 선배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고요. 솔직히 슈퍼스타 K 아니었으면 이들을 못 만났을 거예요.
일락, 라킨라드, 동교로 111까지 많은 이름으로 변신하고 있는 맏형, 윤대... 일락으로 가자.
일락: 음악 활동을 계속 하다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음악도 있고 할 수 있는 음악도 있고 하고 싶은 음악들이 있더라고요.
제 안의 다른 모습을 계속 찾으려면 다른 색깔의 사람들과 계속 이런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다른 이들의 장점도 배우고 제 안의 다른 모습도 찾게 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일락과 라킨라드란 앨범은 앞으로도 계속 따로 활동할 계획이에요.
6월 쯤 일락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라킨라드도 올 여름, 슬프고 아련한 느낌의 노래로 대중을 만날 채비 중이다.
리치킴...앗! 모 방송사에 탑밴드만 나온다는 프로그램에 출연을 했다?
리치킴: 탑밴드라는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 서바이벌을 통해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가자미소년단 멤버들이 다 탈퇴한 상황에서도 참가했어요. 아쉽게 탈락했지만.
리치킴 역시 가자미소년단의 새 앨범 녹음 중이다. 요즘 잘 나가는 가수들도 외면하는 9곡 꽉 찬 정규 앨범으로.
세 남자, 그래서 동거는 하지만 작업실은 따로다.
음악적으로 부딪치기보다는 맡은 바 가정적 소임을 다 하지 못 할 때 작은 소란이 있을 뿐.
음악은 각자 작업해서 일락이 주로 작사, 작곡을 하고 리치킴이 기타 라인을, 비트와 코러스는 조문근이 맡는다.
전반적인 분위기와 멜로디를 만든 일락이 동생들의 의견을 물어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과감히 접는다.
“멤버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관객 역시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리치킴: 거리공연은 만남의 장인 것 같아요. 거리공연도 모르는 남녀가 만나 연애하는 것처럼 설레고 그래요.
조문근: 연애하다 가끔 싸울 때도 있잖아요.
리치킴: 관객과의 소통이 안 될 때도 있지만 그걸 극복하고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남녀의 사랑이 깊어지는 것처럼 공연도 더 좋아지죠.
동교로 111은 더 많은 사람과 연애할 모양이다.
홍대에 머물지 않고 올해부터 전국 대도시를 다닐 계획이다.
지난해 해운대 바닷가에서 펼친 버스킹의 영향이 컸나보다.
500명의 관객과 함께 한 공연, 음악하면서 처음 희열을 느낄 정도로 큰 감동이었단다.
버스킹과 페스티벌에 집중하고 있는 동교로 111이 꼽은 서울 라이브 뮤직 페스타의 매력은?
조문근: 매일 하던 공간에서 똑같은 음악을 여러 곳에서 새로운 관객과 만난다는 것, 관객들도 골라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리치킴: 공연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다른 밴드의 팬들도 만나잖아요. 새로운 홍보도 되고, 보러 오신 분들도 새로운 밴드를 접하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아닌가 생각해요.
일락: 관객 입장에서 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선택의 폭이 넓다는 매력이 있죠. 이 클럽의 분위기는 어쿠스틱, 이 클럽은 신나는 밴드, 이런 식으로 정해지니까 관객들은 더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서울 라이브 뮤직 페스타를 찾는 관객 자체가 호응이 좋아요. 할 맛 나는 공연장이죠.
변화와 도전 일색이었던 세 남자, 하지만 인생에서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문근), 인생을 즐기자는 모토(일락), 애정결핍과 열등감에서 비롯된 도전의식(리치).
바로 이 힘들이 모여 동교로 111을 굴러가게 한다.
동교로 111의 단지 작은 바람, 이렇다.
일락: 되도록 힘이 되고 즐겁고 신나는 노래를 하려고 해요. 관중들도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것 같고요. 즐겁고 재미있을 때 생각나는 팀, 여행 갈 때 듣고 싶은 팀이었으면 좋겠어요.
즐길 맛 나는 동교로 111의 공연과 입담, 잠시 귀를 기울여 보시라. 길을 걷다 마주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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