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신간] 혼자 행복하게 사는 게 불가능한 이유
달라이 라마, 10년 만에 다시 행복을 이야기하다
『당신은 행복한가』는 공동체 차원의 행복을 강조한다.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는 사람도 있겠다. 보통 행복은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행복과 쾌락을 구분한 아리스톨레스적 논의로부터 쇼펜하워의 행복론까지 서구 지적 전통은 대개 개인의 정신적 상태로써 행복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공동체 차원의 행복을 논하는 달라이 라마의 태도는 신선하게 느껴진다.
달라이 라마, 10년 만에 다시 행복을 이야기하다
총선 이야기부터 해 보자. MBC 100분 토론에서도 지적했듯, 이번 선거는 정책을 두고 벌어진 대결이 아니라, 막말이나 논문 표절 등 정당의 후보가 했던 과거의 잘못이 선거의 승패를 결정한 수준 낮은 승부였다. 대한민국 지도를 동서로 선명하게 가른 선거 결과는 과연 우리가 같은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규정짓는 이 공간에서 과연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달라미 라마와 하워드 커틀러가 함께 만든 『당신은 행복한가』는 총선이 끝나고 대선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10년 만에 다시 열린 행복에 대한 특별한 토론’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이후에 나온 후속작이다. 이제는 티벳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의 영적 스승이라 할 만한 달라이 라마가 이야기한 행복론에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그 뒤로 10년이 흘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지구촌에 많은 일이 벌어졌고 변화한 세계 상황에 맞게 행복을 다시 조명할 필요도 생겼다.
혼자 행복하게 사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당신은 행복한가』는 공동체 차원의 행복을 강조한다.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는 사람도 있겠다. 보통 행복은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행복과 쾌락을 구분한 아리스톨레스적 논의로부터 쇼펜하워의 행복론까지 서구 지적 전통은 대개 개인의 정신적 상태로써 행복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공동체 차원의 행복을 논하는 달라이 라마의 태도는 신선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그가 불교 승려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동체를 강조하는 점이 선뜻 이해가 가진 않는다. 불교라고 하면, 선방 안에서 좌선 수행에 매진하는 모습을 우선 떠올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꼼꼼하면서도 명쾌하게 논의를 전개한다. 각 장은 질문-답-정리 순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400쪽이 넘는 긴 분량이지만, 옆으로 이야기가 세지 않는다. 하워드 커틀러가 묻고, 달라이 라마는 답한다. 최근에 거둔 뇌과학의 지적 성취에서부터 9.11과 르완다 내전, 발칸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 등 다양한 화제가 등장한다. 둘 사이에 오고간 대화가 이 책을 구성하는 중요한 뼈대이지만, 하워드 커틀러의 분석과 논평이 『당신은 행복한가』를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각장의 말미에 등장하는 정리 부분은 책의 모든 내용을 통째로 읽을 수 없을 만큼 바쁜 사람에게 요긴하다.
잘 짜여진 구성 안에 담긴 주장 역시 명료하다. 달라이 라마는 개인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행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과 집단 중 무엇이 먼저인가는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와 같이 우선순위를 정하기 힘든 물음이다. 그럼에도 그가 공동체의 행복을 앞에 두는 이유는 분명하다. 외부 세계와 공동체 의식이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론가가 아니라 실천가가 말해서 설득력 있는 책
지금 많은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공동체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고 생각하기는커녕 다르다고 느끼고, 타자를 폭력으로 대한다. 르완다 내전이나 9.11 사태 그리고 티벳에 대한 중국정부의 태도는 인류 공동체 내에서 벌어졌고 계속 이어지는 비극이다. 지구촌에서 대립은 끝없이 반복되었고, 갈등을 없애는 데 예수나 붓다, 공자도 모두 실패했으며 달라이 라마 자신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실패했다고 그만 두는 것은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타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서로가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배양 가능하다는 점에 달라이 라마는 긍정적이다. 긍정적인 태도야말로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위에서 정리했듯, 언뜻 보면 『당신은 행복한가』가 혁신적인 내용을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론가가 아닌 실천가로서 달라이 라마가 주장한 내용이기에,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에 힘이 실린다. 이제 세계는 너무도 긴밀하게 얽혀 있어, 개인 혼자 행복하게 사는 게 가능하지 않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총선에서 보여줬던 공동체 내부의 균열을 올해 대선이 잘 매듭 지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공동체 전체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다시 나눈 행복에 대한 특별한 토론에서 달라이 라마는 ‘혼자 행복해도 되는가,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가’ 하는 새로운 물음을 던진다. 내가 행복을 추구할 때 다른 사람의 행복은 어떻게 되는가.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행복은 어떤 관계인가. 그러면서 그는 말한다.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존재는 없다고. 나의 행복은 타인에게 달려 있다고. 우리는 행복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불행하게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인생의 가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달라이 라마>,<하워드 커틀러> 공저/<류시화> 역13,500원(10% + 5%)
‘행복에 대한 교과서’로서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아 온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미국의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는 처음으로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이렇게 물었다.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는 망설임 없이 “물론입니다.”라고 대답했고,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의심도 가질 수 없는 평화로움과 진실이 담겨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