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당신이 서른 넘은 여자라면 지금 당장 그만두어야 할 것들
안타까운 여자사람들… 더 좋은 쪽으로 달라지는 것, 그건 변하는 게 아니라 발전하는 것!
세상은 둥글고 사람은 다 제각각이기에 개인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음을 안다. 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무서운 진실은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 내가 이러고 있듯 십 년 후에도, 아니 오 년 후에도 똑같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가끔 아득해질 때가 있다.
여기 네 명의 여자가 있다. 아니, 어쩌면 한 명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만약 당신이 서른 넘은 여자라면 지금 당장 그만두어야 할 것들. 다 큰 어른이 보기 안 좋아서가 아니라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엄마! 엄마! 엄마! - 엄마 없이 못 사는 여자
아침잠이 많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늘 엄마가 깨워줘야 일어났다. 비몽사몽으로 식탁에 앉아 엄마가 퍼준 밥과 국을 꾸역꾸역 먹고 출근. 점심시간엔 후다닥 밥을 먹고 엄마랑 통화를 하며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를 상의한다. 퇴근하자마자 인사 대신 하는 말은 “엄마, 밥 줘. 배고파”.
엄마가 정성껏 차린 저녁을 먹은 후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드라마를 본다. 밤이 되면 엄마가 빨아준 잠옷을 입고, 엄마가 가지런히 정리해준 침대에 쏙 들어간다. 아이고, 방은 언제 또 이렇게 깨끗하게 치워두셨대? 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시집가고 나면 하기 싫어도 하게 될 테니 넌 집안 일에 손도 대지 말라고. 그래서 나는 내 손으로 빨래도, 설거지도, 청소도 안 하고 산다. 물론 돈 관리도 엄마가 해주신다. 월급을 받으면 고스란히 엄마의 통장으로 들어가고, 나는 매달 엄마에게 받는 용돈으로 생활한다. 아휴, 난 엄마 없으면 못 살 것 같다.
귀찮아. 난 그냥 편한 대로 살래. - 외모 방치하는 여자
지각한 아침엔 가끔 츄리닝을 입고 출근한다. 물론 화장은 패스. 머리도 안 감고 대충 감아 올리고 간다. 회사 화장실에서 거울을 볼 때마다 생각은 한다. 미용실을 가긴 가야 하는데…. 일 년 전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는 정수리부터 눈썹까지 흑발이 된지 오래고 머리끝은 사방팔방으로 갈라져있으니까. 그래도 묶고 다니면 티 안 나니까 괜찮다. 도무지 시간이 나야 말이지. 남들은 미용실이다 쇼핑이다 피부과다 마사지다 열심히 다니는 것 같던데 그런 게 좀 비싸야 말이지. 다 낭비다. 그 돈으로 차라리 맛있는 걸 사먹고, 책을 사 읽고, 돈을 모아 여행을 가겠다. 헛돈 쓰면서 외모에 투자하는 사람은 내실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거니까. 나는 외향보다 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아닌가. 언젠가 나의 이 빛나는 내면을 알아줄 남자가 나타날 거다. 아니면 말라지. 나도 외모만 따지는 남자 따윈 절대 사양이니까. 아아 점심을 먹었더니 츄리닝 허리가 어느새 쪼인다. 더 큰 걸 하나 사든지 해야지.
괜찮아. 그 사람이 사랑하는 여자는 나야. - 유부남과 연애하는 여자
벌써 1년. 직장 선후배로 만난 나와 그는 언제라고 할 것도 없이 가까워졌다. 스마트한 외모에 위트 있는 말솜씨…. 그리고 늘 어리버리한 나를 티 안 나게 케어해주는 센스까지. 아내가 있고, 아이가 있는 남자라 손가락질 당하는 기분은 들었지만 그냥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는 게 뭐 어떨까 싶었다.
그는 다른 남자와는 달랐다. 말하지 않아도 내가 뭘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고, 늘 유치한 농담이나 할 줄 아는 또래 남자애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리는 야근이 늦게 끝나는 밤엔 자동차 극장 데이트도 하고 주말엔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기도 했다. 아, 며칠 전엔 1박 2일로 여행도 다녀왔다. 그에게 부인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가 아닌 나니까. 침대 위에서 그는 늘 얘기한다. 사랑이 없는 결혼생활만큼 불행한 게 없다고. 얼른 이혼하고 나랑 다시 시작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나는 믿는다. 조만간 나는 그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거라는 걸.
얼른 부어라, 내가 다 마셔주마 - 취하지 않고는 안 되는 여자
나는 술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이제껏 술만큼 나에게 즐거움을 준 존재를 만나본 적이 없다. 그래서 늘 술만 보면 이성을 잃는다. 술자리에선 꼭 끝까지 남아서 끝까지 마신다. 주량으로는 회사 사장님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 그런데 가끔 술자리에서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일명 ‘뺑기’ 부리는 여자애들. 안 마실 거면 오지를 말지 남의 술맛까지 떨어뜨리는 것들. 그리고 적당히 마시라며 잔소리하는 인간들. 기분 좋게 마시고 있는 사람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도 유분수지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닌가.
그래서 요즘 나는 그냥 혼자 마신다. 단골 술집 카운터에서 앉아 사장님이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마시거나 아예 맘 편하게 집에서 혼자 마신다. 내 모든 밤시간은 술을 마시기 위해 비워놓았다. 마트에 가면 맥주부터 짝으로 산다. 너 알콜중독 아니냐고? 설마. 그냥 즐기는 것뿐이다. 맘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끊을 수 있다.
세상은 둥글고 사람은 다 제각각이기에 개인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음을 안다. 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무서운 진실은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 내가 이러고 있듯 십 년 후에도, 아니 오 년 후에도 똑같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가끔 아득해질 때가 있다.
지금 모습이 몇 년 후에도 변함없을 거라는 사실에 거부감이 없다면 지금 그대로 충분하다. 하지만 ‘자꾸만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조금이나마 움직여보기를 권한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나중에 또 ‘언젠가는, 언젠가는…’을 중얼거리지 않게 되기 위해서. 더 좋은 쪽으로 달라지는 것, 그건 변하는 게 아니라 발전하는 거니까.
작가, 서른을 위해 변명하다! 얼마 전 접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지 못 한다’는 것. 아무리 하루에 몇 번씩 거울을 들여다봐도 그조차 좌우가 바뀐 모습일 뿐, 타인에게 비춰지는 내 얼굴은 평생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나’에 대해 가장 모르는 사람이 ‘나’라니. 이 얼마나 서늘한 진실인지. 하지만 한 사람이 일생동안 갖는 성격은 약 이 삼십 개정도라고 한다. 그러니까 매일같이 변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또 다시 변덕부리듯 바뀌고 마는 우리의 마음과 성향은 지극히 정상이라 얘기. 이 말은 사람이라면 늘 성찰과 반성과 변화를 반복하며 살아야한다는 뜻도 될 거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볼까.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진짜 원하는 모습인지. 그렇지 않다면 내가 진정 되고 싶은 내 모습은 무엇인지. 만약 변화가 필요하다면 지금부터 조금씩 움직여보는 거다. 그 시도가 영 마뜩치 않으면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니까. 올 봄엔 가뿐하게, 단 솔직하게 ‘나’를 돌아봐야겠다. | ||
오늘보다 살짝 더 즐거운 내일을 위한 계획표이자 행복해지기 위한 변명 일기다. 일상의 반경 100미터를 둘러봐도 서른의 내가 고쳐야 할 것, 당장 끊어야 할 것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내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서른,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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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TV 코미디 작가로 일했고, 10년 남짓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이다. 지혜로운 사람보다 유연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보다 게으른 사람에게 끌리지만 정작 자신은 지혜에 집착하고 쓸데없이 부지런한 타입이라 난감할 따름. 이런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날이 대부분일지라도, 스스로에게 정 붙이는 연습을 하며 사는 중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오늘 마음은 이 책』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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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살짝 더 즐거운 내일을 위한 계획표이자 행복해지기 위한 변명 일기다. 일상의 반경 100미터를 둘러봐도 서른의 내가 고쳐야 할 것, 당장 끊어야 할 것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내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서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