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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승객들에게 짜증 내던 ‘투덜이’ 기사

제대로 말하는 걸 가르쳐주는 학원, 어디 없나? 투덜 거리기보다 제대로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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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기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는 쪼잔한 성격임에도 사람들은 내가 기분 나쁘다는 사실을 다 알아챈다. 그 이유는 온 얼굴로 ‘나 삐쳤어’ 아우라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말로만 표현 안 할 뿐 표정 하나로 온 감정을 다 드러내고 마는 얼굴. 평소 제일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매일 실감하며 살고 있다니.

구부러진 말을 네 입에서 버리며
비뚤어진 말을 네 입술에서 멀리하라.
- <잠언 5:24>


고등학교 등하굣길에 타던 한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는 이제껏 만난 버스 기사 아저씨 중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분이었다. 손님이 많으면 많다고, 적으면 적다고, 길이 막히면 막힌다고 투덜댔고 환승 손님이 많으면 적자 나겠다고 투덜거리던 ‘만성 투덜이 증후군’. 그분을 만나는 아침은 졸음이 짜증으로 바뀌는 효과가 있었지만 내릴 즈음엔 오히려 더 피곤해지며 얼른 집에 가고 싶어지는 역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내가 짜증이 늘었구나, 싶은 시기엔 웬일인지 그 아저씨가 떠오른다. 마치 시트콤 캐릭터 같은 그 모습이 내 일상에서도 자주 발견되기 때문이다.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투덜대고, 동료 누구누구 때문에 일하기 싫어 죽겠다고 불평하고,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박복하냐고 한탄한다. 이런 태도는 진짜 불만을 처리해야 할 때에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다 큰 어른이 사건의 해결과는 동떨어진 감정적인 떼를 부리는 거다.

평소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기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는 쪼잔한 성격임에도 사람들은 내가 기분 나쁘다는 사실을 다 알아챈다. 그 이유는 온 얼굴로 ‘나 삐쳤어’ 아우라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말로만 표현 안 할 뿐 표정 하나로 온 감정을 다 드러내고 마는 얼굴. 평소 제일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매일 실감하며 살고 있다니.

이런 나와는 반대로 지인 중에 말을 예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 있다. 무례한 사람 앞에서도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따질 줄 알고, 황당한 상황에 맞닥뜨려도 자분자분 대화를 이어간다. 그 사람이라고 감정이 없고 화낼 일이 없을까. 안 답답하냐고, 맨날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냐는 내 말에 그는 그랬다.

“욕을 하면 화가 더 나. 내가 왜 남 때문에 기분 나빠야 돼?”

평소 자신의 감정기복이 얼마나 격하고, 세상만사에 뜨거운 피를 가졌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큰 화(!)를 면하기 위한 자신만의 처세술이라는 얘기였다. 화날수록 더 차분해지려고 노력하고, 듣기 싫은 말일수록 더 상냥하게 말하려 한다는 말에 마음속으론 ‘독한 놈!’이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나는 늘 그가 부럽다.

불평은 사람을 쪼잔하고 치졸하게 보이게 만들 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주진 않는다. 마음속 응어리는 풀릴지 몰라도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감정이 격해졌을 때 모든 행동과 말을 아껴보려 억지로라도 노력한다.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어떤 행동과 말도 제정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그저 때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그 후 격한 감정이 일단락되었을 때 멀찌감치 떨어져서 다시 생각해본다. 만약 그래도 말해야겠다 싶을 땐 최대한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말할 것. 앞서 말했던 그 여우 같은(!) 지인이 그러는 것처럼 감정이 아닌 상황에 중점을 두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이 모든 시도는 번번이 암초에 부딪힌다. 그럴 때는 이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인지, 아니면 괜찮을 것인지만 생각한다. 후회할 것 같다면 이상한 사람이 되건 말건 일단 질러버리고, 후회할 것 같지 않다면 억울하더라도 참는다. 쿨하지 못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대부분 ‘억울하더라도 참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는 혼잣말을 하며 밤잠을 설친다. 그런 날 꾸는 꿈속에서 나는 세상에서 제일 부드럽고 단호하게 불만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쿨해 보이는지 모른다. 젠장.

나라는 사람은 우주에서 보면 먼지보다 작은 존재겠지만 내가 품은 감정은 의외로 힘이 세서 주변 사람들 아니 전혀 모르는 타인의 기분까지 망쳐놓을 수 있다. 매사에 투덜거리는 버릇으로 모든 승객의 출퇴근길을 엉망으로 만들던 그 기사 아저씨 같은 모습이 나에게 없을 리 있나. 현명한 방법으로 감정을 조절할 능력이 없는 만큼 일단은 그저 입을 다물기로 한다. 비겁하지만 그러기로 한다. 나도 언젠가는 투덜거리는 대신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거 가르쳐주는 학원, 어디 없나?




작가, 서른을 위해 변명하다!

아무리 인간이 섬이라 해도 수많은 섬이 모여 이루어진 게 세상.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만큼이나 세상에서의 내 모습역시 신경 쓰며 살 수 밖에 없다. 가끔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내가 품고 있는 감정과 생각이 아니라 그것들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달려있다고. 그래서 매일같이 흘러넘치는 분노, 슬픔, 억울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도 지혜롭고 어른스럽게 대처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서운함을 찡그린 얼굴로 드러내고, 분노를 짜증으로밖에 표현 못 하고, 매번 억울함에 대해 불평하는 일로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 하지만 이제는 철 좀 들어야겠다. ‘감정에 솔직하다’ 는 말이 더는 칭찬이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일부터 연습해 봐야겠다. 그 시작은 투덜거리기보다 제대로 말하기. 언제까지고 나이만 잔뜩 먹은 어린애로 살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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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김신회 저 | 미호

오늘보다 살짝 더 즐거운 내일을 위한 계획표이자 행복해지기 위한 변명 일기다. 일상의 반경 100미터를 둘러봐도 서른의 내가 고쳐야 할 것, 당장 끊어야 할 것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내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서른,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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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신회(작가)

10여 년 동안 TV 코미디 작가로 일했고, 10년 남짓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이다. 지혜로운 사람보다 유연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보다 게으른 사람에게 끌리지만 정작 자신은 지혜에 집착하고 쓸데없이 부지런한 타입이라 난감할 따름. 이런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날이 대부분일지라도, 스스로에게 정 붙이는 연습을 하며 사는 중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오늘 마음은 이 책』 등을 썼다.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김신회> 저11,7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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