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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현실을 노래하다 - 2편

노래로 현실에 저항한 팝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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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스스로 숨어버리지만/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바로 그들이야/ 그 자들이 미쳤다고 직접 싸움터에 나서겠어?/ 그저 가난한 자들에게 의무를 떠넘길 뿐이야’

현실을 노래한 팝, 3월 특집에 이은 2편입니다.


존 레논(John Lennon)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 (1972)


‘여자는 이 세상의 검둥이야/ 정말 그래... 생각해 봐/ 우린 여자들을 화장하고 춤추게 하지/ 만일 노예가 되길 거부하면 우린 여자들이 우릴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 만약 여자가 진지하면 우린 그녀가 남자가 되려한다고 말하지/ 우린 그녀들을 임신시키고 아이를 키우게 해/ 그리고 나선 그녀들이 늙고 뚱뚱한 암탉이 되었다면서 떠나버려/ 우린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집이라고 말하지/ 그러면서 여자가 우리의 친구가 되기에는 너무 비사교적이라고 불평하지..’

존 레논 개인의 세 번째 스튜디오 작이자 아내 오노 요코와 처음으로 같이 이름을 올린 정치사회적 앨범 < Some Time In New York City > 자체도 과감했지만 이 곡을 싱글로 냈다는 것도 레논다운, 문화게릴라다운 일이었다. 빌보드 57위에 그쳤어도 최초의 페미니즘 송이라는 더 큰 역사적 영광의 타이틀을 얻었다.

존은 요코를 만나지 않았다면 스스로도 평생 남성우월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 밝히며 니그로의 속어 ‘Nigger’라는 극렬하고 민감한 단어를 동원해 여성해방을 요구한다. 덕분에 방송금지 조치를 비롯해 갖은 논란과 우익진영의 비난에 시달렸다. 뒤이어 나온 헬렌 레디의 「I am woman」이 여권신장 분위기 속에서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지만 가부장제도와 그로부터 비롯한 성차별 풍조를 신랄하게 비판한 ‘우먼 리브’ 메시지의 진정성은 이 곡이 독점적으로 소유한다.

글 / 조아름 (curtzzo@naver.com)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War pigs」 (1970)


‘정치인들은 스스로 숨어버리지만/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바로 그들이야/ 그 자들이 미쳤다고 직접 싸움터에 나서겠어?/ 그저 가난한 자들에게 의무를 떠넘길 뿐이야’

사실 애초 현실을 노래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은 아니었다. 「War pigs」라 명명되기 전 내정되었던 곡명은 제목부터 을씨년스러운 「Walpurgis」였고, 가사의 내용 역시 흑마술과 악마주의의 선상에 닿아 있던 오컬트적인 노래였다고 한다. 앨범 < Paranoid >의 작업 중 콘셉트에 대해 고민하던 그룹과 음반사는 당시 미국이 겪고 있던 베트남 전쟁을 테마로 잡아보자는 의견에 입을 맞추었고, 반전 곡으로 콘셉트를 바꾸면서 시의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만약 이 때 그룹이 급진 노선을 지향하지 않았더라면 역사는 이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물론 명 밴드로 남기야 했겠지만, 위대한 밴드로까지는 격상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블랙 사바스의 명곡들 중 역사의 간택을 받아야 할 곡이라면 반드시 이 곡이 첫손에 꼽혀야 한다.

글 / 여인협 (lunarianih@naver.com)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Born in the USA」 (1984)


월남전 참전 후 돌아와 직장을 구하려는 미국 노동자들의 참담을 노래한다. 금빛 찬란한 아메리칸 드림의 어두운 그늘을 파헤친다. 주류 팝 스타들 중에서는 어느 누구도 들추지 않았던 자국의 어두운 현실진단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블루칼라의 대변인이자 보스로 통하는 것은 1980년대 레이건의 보수통치기의 노동자기만과 배금시대에 잠복해있던 베이비붐 세대의 양심을 깨친데 있다.

‘조그만 고향의 혼잡 속에 있던 내게 그들은 총을 쥐어주었어/ 그리곤 외국 땅으로 날 보냈고 거기서 황인종을 죽이도록 했어/ ... 고향으로 돌아가 제련소에 일자리를 얻으러 갔지/ 고용자는 나더러 재향군인회에 가보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하며/ ... 교도소의 그늘 아래서 제철소의 가스 불꽃 옆에서 난 10년간 땅을 치며 살고 있어/ 탈출할 곳이 없어/ 갈 곳이 아무데도 없어/ 난 미국에서 태어났어, 난 미국에서 태어났어..’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월남참전 출신 노동자의 샤우트는 결코 미국인의 긍지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정부에 대한 통렬한 조롱이다. 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고향 뉴저지의 재선 유세에서 “미국의 미래는 많은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한 사람의 노래 속에 담겨있는 희망의 메시지에 기초한다. 그는 뉴저지가 낳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라고 이 곡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미국에는 노래의 메시지와 정반대의 신애국주의 열풍이 불었다. 제목에 의해 대규모 메시지 오해가 빚어진 결과였지만 그럼에도 베이비붐 세대의 의식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동조했다. 이 노래를 제목으로 한 앨범에서 발표한 7곡의 싱글이 모조리 빌보드 톱10에 올랐다. 이 곡도 당연히 9위와 골드 레코드라는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글 / 임진모 (jjinmoo@izm.co.kr)




밥 말리(Bob Marley) 「Africa unite」 (1979)


이디오피아의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를 추앙하는 자메이카의 ‘라스타파리아니즘’은 궁극적으로 ‘백 투 아프리카’에 근간한다. 서러움을 뒤로 하고 흑인의 고향이자 약속의 땅 아프리카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 곡은 그러한 라스타파리아니즘과 아프리카로의 귀향의식을 웅변적으로 축약한다.

‘신과 인간 앞에서 모든 아프리카인들의 단결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즐겁고 축복된 일인가/ 이제 즉각 실행하자/ 우리는 라스타맨의 후손이요, 신성한 자의 후손이다/ 아프리카여 단결하라! 단결하라!/ 우리의 아버지 땅으로 가기 위하여’

당시 아프리카의 50번째 독립국으로 새 출발하고 있었던 짐바브웨의 주권국 탄생을 고대하는 염원의 발로이기도 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전 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친 것과 마찬가지로 밥 말리는 흑인과 아프리카의 지구적 단결을 연호한다. 이 노래 하나로 밥 말리 노래운동의 정체가 파악된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God save the queen」 (1977)


‘여왕폐하 만세!/ 그녀는 인간이 아니야/ 미래 따위는 없어/ 영국의 꿈속에서는 말이지...’

현실비판? 아니, 엄밀히 말하면 비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조롱이었다. 자국의 여왕을 대놓고 경멸하는 핵폭탄 급 가사는 물론, 동명곡인 영국 국가(國歌) 「God save the queen」에서 빌려온 제목, 그리고 여왕의 눈과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 각각 곡명과 밴드명을 박아 넣은 패기 넘치는(!) 싱글 커버까지. 단언컨대 팝 역사에 이보다 더 충격적이고 노골적인 비아냥은 없었다.

‘모든 것에 저항한다’는 초 극단의 태도를 견지한 이들은 종교, 음반사, 왕실 등 대상이 무엇이든 거리낌 없이 침을 뱉을 수 있는 배짱을 가진 사내들이었다. 긍정과 부정을 모두 포괄한 광의의 의미에서, 그들이 새로운 ‘현실’이 되는 것은 필연이었다.

글 / 여인협 (lunarianih@naver.com)




클래시(Clash) 「White riot」 (1978)


섹스 피스톨즈는 무정부주의를 외쳤다면 클래시는 좀 더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극좌파적 사상과 정신을 펑크 록에 수혈했다. 레지스탕스 정신은 그들 음악 자체였고 세상의 부조리와 거짓에 끊임없이 저항했다. 장르적 특성에 따른 반사회적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가사만 봐도 뼛속 깊은 운동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흑인들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 벽돌을 던지는데 주저하지 않지 / 백인들은 학교에서 둔해지도록 교육되어 모두 하라는 것만 하지 ... 지배할 것인가 / 아니면 지배당할 것인가 / 퇴각할 것인가 / 전진할 것인가”

경제 침체와 청년 실업에 불만을 품고 ‘White riot(백색 폭동)’의 선봉에 섰다. 흑인만이 아니라 백인도 폭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도시 게릴라들은 몽둥이와 화염병이 아닌 ‘기타’로 선동했고, 당시 영국 젊은이들의 성난 목소리를 대변했다. 클래시에게 음악은 반항이며 투쟁(Combat rock)이며 또한 혁명(Revolution rock)이었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 (1979)


우리의 교육현실은 한마디로 참담하다. 족벌과 부패가 팽배한 이 나라는 대학서열화로 인해 고교생들은 새벽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해야 하는 살벌한 입시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들의 삶은 더 피폐해지고 있다. 학문을 연구하고 위한다는 우리네 상아탑들의 행태는 어떠한가. 대학재단은 반값등록금을 목 놓아 외치는 어린 학생들의 온당한 요구에 수수방관이고, 여전히 자기 뱃속 채우는 고리대금업자식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

‘스승의 은혜’는 이미 사라진 옛말이다. 교권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고, 공교육의 위기는 극심하다. 또, 학생들은 ‘등골 브레이커’로 알려진 등산복 브랜드를 입고 학교에 등교한다. 이 브랜드로 학생들의 계급이 나뉘고 폭력사태까지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산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교육이 필요 없습니다 / 우리는 생각을 통제받고 싶지 않아요 / 더 이상 수업시간에 어두운 빈정거림은 없어요 / 선생,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세요 / 이봐요, 선생, 애들을 그냥 내버려두라니까요!”

핑크 플로이드는 ‘벽’이라는 상징성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단절’과 ‘억압’, ‘통제’와 ‘자본주의’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특히 빌보드 정상에 오른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에서 가한 공격의 가장 큰 대상이 된 것은 획일성을 조장하고 강제하는 교육제도였다. 이들의 이런 주장이 30여년이 지났지만, 아쉽게도 한국의 상황은 30년도 더 된 그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Biko」 (1980)


“1977년 9월 엘리자베스 항구 날씨는 좋았고 / 경찰서 619호실에서는 일상적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죠 / 오, 비코 비코 그가 죽었어요 / 바깥세상은 흑과 백이 있는데 오직 하나의 색만 죽어요”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하기 전까지 남아공에서 ‘흑인들의 죽음’은 일상다반사였다. 백인들에게 날씨는 언제나 좋았고, 모든 일은 평화로웠다.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극렬히 저항하다 체포되어 1977년 비참하게 사망한 스티브 비코의 죽음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인들은 그들만의 철옹성에 살며 흑인들의 절규와 진동하는 피 냄새를 차단했다.

제네시스에서 솔로로 독립한 피터 가브리엘은 역사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갈 뻔 했던 스티브 비코의 안타까운 희생을 노래로 추모했다. “촛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 불길은 끄지 못하죠 / 불꽃이 일어나면 바람은 불꽃을 더 크게 만듭니다”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그의 첫 번째 발걸음이자 위대한 불꽃이었다.

글 /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앤 더 퓨리어스 파이브(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 「Message」 (1982)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힙합은 좀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Message」는 사회비판적인 힙합의 특징을 소개할 때 늘 빠지지 않는 시초 모델이다. 1970년대의 소울이 모두 담을 수 없었던 세밀한 묘사는 하류인생의 시궁창 안을 대담하게 휘젓고 다닌다.

깨진 유리들이 사방에 흩어져있고
남 신경 안 쓰는 인간들이 계단 위에 아무렇게나 오줌을 싸지.
(중략) 앞방에는 쥐들이, 뒷방에는 바퀴벌레가
골목에는 야구방망이를 지니고 다니는 마약쟁이가 있지.
난 도망치려 했지만 그리 멀리가지 못했어.
왜냐면 견인트럭을 가진 놈이 내 차를 가져갔거든.


모든 가사의 문법은 혼탁한 거리 위에서 위태롭게 비틀댄다. 섣부르게 가치판단의 프레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편집하지 않은 날 것의 영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동안 힙합은 흑인 대통령도 해결하지 못한 흑인사회의 치부를 리얼리즘의 행로로 풀어갔다. 그런 점에서 「Message」는 엔더블유에이(N.W.A)를 거쳐 지금의 커몬(Common)에 이르는 사회참여시각의 사상적 뿌리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유투(U2) 「Sunday bloody Sunday」 (1983)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된 유투(U2)는 이 노래를 해야만 했다. 영원히 기억될 민중 학살 1972년 1월30일 ‘피의 일요일’. 북아일랜드 데리시에서 재판 없이 이루어지는 구금의 잘못을 짚기 위해 1만 여명의 북아일랜드 구교도들이 모인 그날, 영국 공수부대는 19세 이하의 청소년 7명을 포함 총 1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비무장상태였던 시민들에게 어떠한 경고의 말 한마디도 없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시위대가 아일랜드 공화군(IRA)과 관련이 있으며 시민들이 무장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야 자신들의 폭력을 합리화하기 위한 거짓임이 밝혀졌다. 2010년 6월15일,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공식 사과했다.

소스라칠 만큼 귓가를 헤집는 드럼비트, 활이 찢기고 줄이 끊길 듯 강렬한 전자 바이올린 등 군복을 입고 무장한 그들이 떠오를 정도의 잔혹한 소리가 전편을 뒤덮는다. 유투의 보노는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피맺힌 휴일을 광증에 가까운 괴성으로 웅변한다. 아일랜드 사람들의 가장 깊숙한 아픔을 토해낸 유투 저항궤적의 금자탑!

‘오늘 뉴스는 믿을 수가 없어/ 눈을 감아도 떨쳐지지가 않아/ 얼마나 오래/ 얼마나 오랫동안 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가/ 얼마나 얼마나 오랫동안/ 오늘밤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오늘밤..’

글 / 박봄 (myyellowpencil@gmail.com)




트레이시 채프만(Tracy Chapman) 「Talkin' bout a revolution」 (1988)


기타를 든 흑인 여성이 혁명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한다. 노래 내용이나 음악에 관계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절실하고 선동적이다. 1988년 충격적인 곡 「Fast car」로 사회적 불평등을 드러낸 트레이시 채프만은 이어진 싱글 「Talkin' bout a revolution」에서 직접적인 화법으로 충격을 증폭시키며 우리네 삶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그들은 혁명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네요/ 가난한 사람은 그들의 몫을 얻기 위해 일어날 겁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것을 가지려고 일어날 겁니다..’

개도국이나 부패가 만연한 나라의 민중들이 부를 법한 이 노래가 공화당이 집권하던 미국에서 탄생했다는 것 자체가 혁명이었고, 이 곡을 부른 트래이시 채프만이 그해 데뷔한 신인이어서 더욱 충격파를 불렀다. 그리고 그래미는 그에게 최우수 신인과 최우수 여성 팝 보컬 부문의 면류관을 수여해 ‘관대한 미국’이라는 간판에 흠집을 내지 않았다.

글 /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Louder than the bomb」 (1988)


너희 CIA, 난 농담하는 게 아냐. 마틴 루서 킹과 맬컴 엑스, 모두 그들이 없앴어.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 진실이야, 하지만 알려지지 않았어. 그들이 내 전화기를 도청하는 이유는 비밀이 아니지. 더는 비밀로 간직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뱉어 버리기로 결심했어. 그건 비밀이랄 것도 없어. 나는 폭탄보다 요란하니까.

퍼블릭 에너미는 이 노래를 통해 자신들이 흑인 사회의 당당한 언론이 되겠노라고 결의한다. 또한, 국가 정보기관이 진실을 날조, 조작하고, 그것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세상에서 폭탄보다 요란한 존재감으로 맞서겠다고 선포한다. 어떠한 구체적인 예를 드는 것은 아니지만, 척 디(Chuck D)는 노래 내내 강경한 어조를 유지하고 사나운 언어를 내보임으로써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관에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똑같은 행동으로 맞서야 한다는 맬컴 엑스의 주장을 체현한 셈이다.

글 /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Breaking the law」 (1980)


‘나는 직장도 없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었어/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아다니면서 내 마음속은 좌절로 가득 찼지/ 내가 죽든 살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결국 내 삶 속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지/ (그것은 바로) 룰을 깨는 것! 룰을 깨는 거야!’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소외된 계층은 있기 마련이다. 제도권 밖으로 떠밀린 그들은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절대 만족할만한 삶을 향유하지 못한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묵혀둔 체증이 가라앉듯 후련해지는 이유는, 단지 흥겨운 기타리프 때문만이 아니라 그런 소외된 사람들의 잠재욕구를 이들이 ‘제대로’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Breaking the law」가 헤비메탈의 송가로 지금껏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이유, 당시의 현실이 아닌 역사의 어느 페이지를 두고 보아도 언제나 현실로 읽힐 수 있는 소재를 다뤘기 때문이 아닐는지.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엔더블유에이(N.W.A) 「Fuck tha police」 (1988)


경찰은 나를 십대라는 이유로 엿 먹인다.
약간의 돈과 호출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건수를 찾기 위해서 내 차를 뒤지지.
모든 검둥이들이 마약판매상이라고 여기면서.


에프비아이(FBI)에 의해 위험인물로 규정되었을 정도로 캘리포니아 콤튼(Compton) 출신의 패거리들은 공권력에 대한 강력한 성토를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그 목소리는 가장 급진적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붙들려 무릎을 꿇린 채 불심검문을 받아야하는 길거리가 이들을 게릴라 전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급진적인 메시지는 선동을 부추긴다. 흑인뿐만 아니라 마이너리티 계급의 자식들은 세치 혀가 휘두르는 철퇴에 쾌감을 느꼈다. 이토록 강력한 언설은 후에 1992년 로드니 킹 사건으로 촉발된 엘에이 폭동에서 무질서와 광기의 도가니를 들끓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너바나(Nirvana) 「Smells like teen spirit」 (1991)


급작스러운 경제침체를 맞은 미국의 1990년대 초반의 상황은 곡의 발표시기와 맞물린다. 사랑과 평화를 목 놓아 외쳐대던 히피시대의 베이비부머들은 결국 미국의 자본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집단이 되었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X세대의 무관심과 냉소는 ‘소통의 단절’로 이어졌다.

“내가 왜 맛을 봐야하는지 잊곤 하지 / 그래, 그것이 날 웃게 만드는 것 같아 / 그것이 날 웃게 만들지 / 뭐, 어찌 됐든, 신경 쓰지 마..”

이 가사의 난해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 봐야 풀릴까. 1980년대의 지리멸렬했던 메탈과 팝 음악의 판도를 단번에 뒤엎어버린 「Smells like teen spirit」은 한마디로 ‘가사를 알 수 없는 송가’다. 전반의 내용이 앞뒤가 전혀 맞지 않지만, 이런 모호함에 덕분에 수많은 해석들을 낳았다. ‘정치를 언급하지 않는 정치적인 노래’, ‘상업성을 비판한 상업적 히트곡’, ‘소외에 대한 집합적 외침’ 등 작자의 의도가 어찌되었건 장황한 해석들이 난무했다. 어쩌면 커트 코베인은 이런 상황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신경 쓰지 마’라는 식의 태도는 약물을 탐닉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혼돈의 시기에 말썽만을 일으키는 문제아로 낙인찍혀 있는 마이너들의 시그너처 송으로 자리매김했고, 이 곡은 그 젊은 무리를 위한 「(I can't get no) Satisfaction」이었다. 그것은 만족 불감증에 걸려버린 소수자들을 위한 커다란 ‘만족 선언문’이었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Killing in the name」 (1992)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하 RATM)은 록음악과 힙합을 하나의 실타래로 묶어내 대중에 선보이는 혁명적 크로스오버의 새막을 열었다. 단순히 음악의 혁명적 선동에 그치지 않았다. 언행일치의 모범을 보이는 대표적 밴드로 ‘불의’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데 주저치 않았다.

“Those who died are justified for wearing the badge, they're the chosen whites / You justify those that died by wearing the badge, they're the chosen whites”

「Killing in the name」의 반체제적 사상은 앨범 부클릿에 가사조차 등록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어조였다. 언뜻 KKK단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이 가능하지만, 가사에 나오는 ‘선택된 백인들(Chosen whites)’이란 바로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수구적 우익 세력을 말한다. 즉, ‘나’아닌 다른 세력의 의견은 완벽히 묵살하고, 그들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미국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한 것이다.

RATM이 해체한 뒤 10여년이 지났어도 현실은 처참하다. 여전히 세계는 강대국들의 제국주의망령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미국의 총부리에 20만이 넘는 민간인들이 살해당했고, 전 지구적 금융위기에도 거대 기업의 윗분들은 돈 잔치를 벌이기 여념 없다. 팔짱만 끼고 지켜만 본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기업국가화 되어가고 있는 나라들에서 그들 같은 ‘불온한 외침’은 끝없이 소환해야 한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펄 잼(Pearl Jam) 「World wide suicide」 (2006)


9.11. 테러 이후, 군에 지원 입대해 이라크에 파병된 미식축구 선수 출신 팻 틸맨(Pat Tillman)은 아군의 오인 사격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미국 정부는 작전 수행 중에 적군이 쏜 총에 맞아 순직했다고 발표했다. 이 거짓은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이라크 전쟁에 얼마나 많은 진실이 감추어져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신문 끝에 실린 그의 사진을 보았지/ 나는 그의 이름을 알아봤고, 눈을 뗄 수 없었어/ 세상의 고통을 알게 되는 건 부끄러운 일이지/ 인간이 만든 지옥에서의 하루하루는 모두 같아/ 무엇으로 구원 받고, 누가 그녀를 위해 남아있을까?/ 세계적인 자살이야.’

이라크에 있지도 않은 생화학 무기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은 탐욕의 전쟁이었다. 애초부터 글러먹은 것이었고, 미국 정부는 처음부터 국민들을 속였다. 곡을 만든 보컬리스트 에디 베더(Eddie Vedder)는 전 미국인들과 팻 틸맨의 가족을 기만한 미합중국 정부가 다음엔 또 무슨 일을 획책하려는지 염려된다고도 했다. 2006년에 발표한 「World wide suicide」에 실린 그의 분노에 찬 외침은 팻 틸맨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정의한다.

글 / 소승근 (gicsucks@hanmail.net)




그린 데이(Green Day) 「Minority」 (2000)


‘그 선에서 발을 떼버려/ 한 마리의 양이 무리에서 도망을 치듯이/ 스스로 현실을 속이려는 시간에서 당당히 걸어 나와/ 오직 내가 아는 소수파가 되는 길...’

산전수전을 몸소 경험한 위 세대들은 젊은이들에게 나태한 세대, 슬래커(Slacker)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린 데이는 이런 보수주의자들과 사회의 영웅들에게 ‘우리는 신념이 없다’고, ‘걸어 다니는 모순덩어리’라고, ‘21세기는 몰락’했다고 순순히 자백한다. 급기야 「Minority」를 통해서는 고리타분한 사상의 대를 끊고 소수파의 길을 선택하라고 선동한다. 밴드 결성 20여년이 지난 현재도 대통령의 면전에다가 침을 뱉고,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시대의 가장 과격한 행동가이다.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 「B.Y.O.B」 (2005)


왜 대통령은 전쟁에 나가서 싸우지 않지?
왜 항상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만 보내는 거야?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바통을 이어 받아 모순된 정치사회에 일갈을 날렸던 이들은 「Boom」에 이어 다시 한 번 이라크 전쟁으로 총구를 겨눴다. 정신이 번쩍 뜨일 만큼 우매한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두 마디의 가사는 사회에서 뮤지션이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얼마만큼의 파괴력을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한 선전포고다. 전쟁을 미국을 위한 파티라 칭하며 ‘Bring your own bottle’이라 비유했던 이들에 대한 급진파 4인의 직설적인 항변. 서슬 퍼런 사운드와 함께 분출되는 그들의 메시지는 폭탄만큼이나 육중하게, 그리고 세차게 쏟아진다. 그렇게 「B.Y.O.B」라는 약자는 ‘Bring your own bomb’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되었다.

글 / 황선업 (sunup.and.down16@gmail.com)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Jesus walks」 (2004)


우리는 전쟁 중이야.
테러와 인종차별과도 싸우고 있지만, 그보다도 우리 자신과 전쟁 중이지.


이와 같이 비장한 인트로로 시작하는 곡은 흑인 사회의 속살을 거침없이 고발한다. 앞에서는 형제라고 부르지만 뒤에서는 등쳐먹는 것이 일상이다. 허슬러, 킬러, 살인범, 마약 판매상, 스트리퍼가 활보하는 빈민가는 살아남기 위해 악마가 되어야하는 무간지옥이다.

한 줄기 빛이라고는 낌새도 차릴 수 없는 암흑 그 자체에서 죄인들은 신을 찾는다. 하지만 신을 향한 요청은 적극적인 구원의 길을 찾기보다 다만 현세의 고통을 경감시켜주길 바라는 비통에 가깝다. 이토록 쓰라린 좌절의 병폐를 더욱 곪게 만드는 것은 바로 내부의 적이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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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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