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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전 애인 결혼식 습격한 여인

근성이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패기. 끝까지 지켜내는 끈기. 깨끗이 포기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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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잃어버린 근성을 되찾고 싶다.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주위의 시선 따위, 망가질 이미지 따위 생각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했는데도 내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면 깨끗이 포기할 줄 아는 용기, 그리도 애를 써서 내 것이 되었다면 끝까지 지켜내는 끈기를 갖고 싶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갈망한다는 것, 그것이 젊음이다.
- 유미리 <여학생의 친구>



일본 영화 <한큐전차 편도 15분의 기적>을 보면 마음에 쏙 드는 여자 주인공이 나온다. 삼 년간 사귀어 온 약혼자를 회사 후배에게 빼앗긴 서른두 살의 회사원 다카세 쇼코(나카타니 미키 역)는 둘 사이에서 빠져주는 대신 둘의 결혼식에 초대해 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며칠 후 결혼식에 참석한 그녀의 모습에 하객은 물론 신랑신부 모두 크게 당황한다. 예정대로라면 자신이 입어야 했을 화려한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참석했기 때문.

처음엔 당당한 표정으로 하객석을 지키던 그녀였지만 결국 주위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채 결혼식장을 빠져나오고, 생전 처음 본 지하철 옆자리 할머니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나중에 결혼식을 떠올릴 때마다 예뻤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후회하길 바랐어요.”

그 장면을 보면서 나 역시 가슴이 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후련했다. 이 얼마나 대단한 근성인가. 만약 내가 그녀의 입장이었다면? 일단은 망가지는 내 이미지와 타인의 시선을 계속 떠올릴 거고,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 되는 한 평생 미워하며 사는 편이 나을 거라고 단념했을 것이 틀림없다. 가끔 두 손을 모아 “제발 이혼하게 해주세요. 하루빨리 그 가정이 파탄 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나 하겠지.

그러고 보면 나한테 근성이라는 게 남아 있기는 한지. 언제부터인가 치열하게 산다, 열심히 한다는 말에 격하게 경기를 일으키고 ‘아, 되는 대로 살래’라며 탄력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다는 지인들을 볼 때마다 아직 젊다, 며 입을 삐쭉대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부럽다. 무언가에 욕심을 내고 갖지 못해 안달하는 그 모습에는 내가 잊은 지 오래된 ‘근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다방면에서 활기차게 활동하는 인디 아티스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신의 일에 대해 쉼표도 없이 얘기하고, 앞으로 펼칠 예술 활동에 대해 줄곧 확신에 찬 어조를 잃지 않던 모습을 보고 왠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어진 생각은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라는 회상. 비록 그는 타인을 배려하는 여유는 부족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무언가에 대한 열정과 근성만큼은 확실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패기가 남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되돌아볼 줄 모를 정도로 무언가에 빠져 있던 모습이 새삼 신선하게 느껴졌다.


근성이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패기.
끝까지 지켜내는 끈기.
깨끗이 포기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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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잃어버린 근성을 되찾고 싶다.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주위의 시선 따위, 망가질 이미지 따위 생각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했는데도 내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면 깨끗이 포기할 줄 아는 용기, 그리도 애를 써서 내 것이 되었다면 끝까지 지켜내는 끈기를 갖고 싶다. 남에게 스토커니, 돌아이니, 멘탈 붕괴니 하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나의 간절함만큼은 관철하며 살고 싶다는 건 그저 위험한 바람일까. 타인을 배려하고 분위기를 살피는 여유를 갖는 대신 내 것을 끝까지 지켜 나가던 그 고집이 다시금 그리워진다.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전 애인의 결혼식을 습격한 쇼코처럼.





작가, 서른을 위해 변명하다!

요즘 왜 이렇게 뭘 해도 재미가 없을까를 생각하다보니 문득 요즘 내가 무엇에도 별 의욕이 없다는 것을,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일도 얼마 없다는 걸 깨닫고 만다.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해서라도 갖고 싶은 게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흘러 넘쳤고, 매일같이 업데이트 되는 내 욕심에 나 조차 허둥댈 정도였는데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탄산 빠진 콜라 같은 일상을 보내게 된 거지? 정답도 없는 생각을 꾸역꾸역 이어가다 보니 갑자기 서늘한 기분이 든다. 간절함을 잃는다는 것은 삶에 빛을 잃는다는 게 아닐까. 근성과 멀어지는 일은 결국 젊음과 멀어지는 일 아닐까. 아아 안 되겠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선은 잃어버린 근성을 되찾아야겠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아봐야겠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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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김신회 저 | 미호

오늘보다 살짝 더 즐거운 내일을 위한 계획표이자 행복해지기 위한 변명 일기다. 일상의 반경 100미터를 둘러봐도 서른의 내가 고쳐야 할 것, 당장 끊어야 할 것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내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서른,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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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신회(작가)

10여 년 동안 TV 코미디 작가로 일했고, 10년 남짓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이다. 지혜로운 사람보다 유연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보다 게으른 사람에게 끌리지만 정작 자신은 지혜에 집착하고 쓸데없이 부지런한 타입이라 난감할 따름. 이런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날이 대부분일지라도, 스스로에게 정 붙이는 연습을 하며 사는 중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오늘 마음은 이 책』 등을 썼다.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김신회> 저11,700원(10% + 5%)

오늘보다 살짝 더 즐거운 내일을 위한 계획표이자 행복해지기 위한 변명 일기다. 일상의 반경 100미터를 둘러봐도 서른의 내가 고쳐야 할 것, 당장 끊어야 할 것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내 모습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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