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남자는 여자의 적이 결코 아니다
멀쩡하던 내 남자, 근래에 부쩍 ‘버럭’한다면?! 가끔 ‘헐크’가 되는 남자들… 그래도 남자는 귀엽다
요즘 심리학계에서는 다시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이 아니라 공통점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남자와 여자이기 이전에 같은 인간이며 사람들이 논하는 것만큼 성질머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점’에 그토록 주목하는 이유는…
모든 남자 안에는 헐크가 있다.
남자와 오랜 시간을 공유해본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이런 흉포한 모습을 목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여자들은 남자가 그토록 분노하는 이유를 꿈에도 모른다. 그러나 남자 자신조차도 왜 자신이 그렇게까지 화가 났었는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경험상 이럴 경우 남자에게 왜냐고 물으면 ‘걔가 날 화나게 하잖아’라고 말할 뿐 왜 화가 났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다. 그 단순하다는 남자들을 여자들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럴 때일 것이다.
이와 같은 남자들의 ‘버럭’은 남자들이 감정을 제때 배출하지 못해서 계속 열이 올라가 끝내 과부하를 일으키는 게 원인이다. 이런 경우 여자들이라면 미리 상황을 상대에게 알린다. 따라서 상대가 평소보다 조심을 하게 되고, 첫 단계에서부터 과부하의 가능성이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자들은 언제나 ‘아직은 남에게 알릴 만큼 일이 크지는 않다’라고 생각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방은 그를 기분 상하게 할 만한 행동을 적절한 때에 멈출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달구어져가는 감정은 수증기처럼 조금씩 팽창하다가 어느 순간 이성이라는 주전자 안에 담아둘 수 없을 정독 되면 폭발하여 뚜껑이 날라가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폭발한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도 않는다.
남자들이 ‘버럭’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을 밖으로 배출해야 살아갈 수가 있는데 남자들은 슬픔, 외로움, 두려움 등의 감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쉽사리 표현할 수가 없다. 남자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그나마 분노가 유일하다. 그래서 남자들은 자신들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엉뚱하게 분노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슬퍼도 화를 내고, 무서워도 화를 내고, 절망해도 화를 내며, 외로워도 화를 낸다는 뜻이다.
멀쩡하던 남자가 근래에 부쩍 화를 낸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신호다. 남자들의 우울증이 화내는 것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기억해둘 만한 사실이다.
그래도 남자는 귀엽다.
요즘 심리학계에서는 다시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이 아니라 공통점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남자와 여자이기 이전에 같은 인간이며 사람들이 논하는 것만큼 성질머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점’에 그토록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구상의 그 누구보다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우리는 인간과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의 다른 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조금쯤은 달라서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두 종류의 인간이 그 다름을 이해할 때에 최소한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른다. 더구나 남자들은 여자는커녕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도 잘 모른다.
달라도 너무 다른 남자들은 우리 여자들의 적이 아니다. 결코 인간만을 위해 설계되지 않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우리가 멸종하지 않고 오랜 세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남자와 여자가 달라 서로를 보완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다름이 종의 존속이 아닌 개인의 삶의 질에도 기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까지 품어왔던 남자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과정은 서글프거나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환상을 기반으로 한 기대는 더한 실망과 다툼을 낳게 된다. 먼저 연약하고 못난 그들의 속내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태도를 보이게 되면 의외로 그 모습 그대로가 꽤 귀엽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가 오랫동안 여러 나이대의 다양한 남자들에게 설문조사와 취재 인터뷰를 한 자료와 각종 국내외 심리학 서적과 사회과학 서적이 제공해준 이론으로 틀을 보강한 에세이를 토대로 하였고 중국 고전소설인 『금병매』를 패러디하여 쓴 짧은 소설을 각 챕터마다 집어넣어 보다 구체적인 캐릭터와 상황을 설정해 남녀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화를 풀어놓았으며 그 뒤에 남인숙이 상세하게 왜 이런 해프닝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설명해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
소설가, 에세이스트. 1974년 서울 출생. 숙명여대 국문학과 재학 시절부터 방송작가, 자유기고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출간 이후 8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여성 에세이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 베스트셀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2004)를 비롯하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 실천편』(2006),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2008),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2009),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2010) 등 2030 여성을 위한 에세이를 펴내어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또한 그녀의 여성 에세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몽골에 번역 출간되었고 특히 중국에서는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보이며 자국 위주의 중국 출판계에서는 드물게 비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세우는 등 여자에게 솔직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주는 멘토의 지침서로서 언어와 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시대 아시아 여성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남인숙> 저11,250원(10% + 5%)
남인숙은 2004년 출간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통해 80만 여성 독자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어냈다. 남인숙이 이번에는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어디서나 여자들과 맞부딪치는 또 다른 인간들의 존재, 여자들의 영원한 숙적이자 영원한 파트너, ‘남자’에 대한 심리분석 에세이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