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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닝 하다 걸리면 선생님은 저만 혼내요”

부모들이여! 그대들에게도 십대가 있었음을 기억하자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며, 누구나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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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심리와 상관없이 실수를 저지르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 분노한 부모는, 도저히 용서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소리를 지른다. 지금 잘못한 것부터 시작해 과거에 잘못했던 일,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까지 모두 이야기하며 아이를 다그친다.

자녀는 잘못을 저지르며 배우고,
부모는 그것을 용서하며 배운다



“너 오늘 왜 또 학원 빼먹은 거야? 대체 엄마는 이해를 할 수가 없어. 네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겠어? 대체 뭘 먹고 그 모양이야? 엄마가 널 낳고 먹은 미역국이 아깝다, 정말!”

좀 극단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많은 부모가 자식한테 화가날 때 하는 표현들이다. 아이들의 심리와 상관없이 실수를 저지르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 분노한 부모는, 도저히 용서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소리를 지른다. 지금 잘못한 것부터 시작해 과거에 잘못했던 일,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까지 모두 이야기하며 아이를 다그친다. 그리고 평가한다. ‘너는 원래 그 모양이야. 뭘 해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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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십대를 돌이켜보면, 항상 완벽하려 애썼지만 항상 실수투성이고, 잘못된 행동들투성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며 성장한다. 그리고 부모는 그 잘못을 용서하며 성숙해간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도 힘들고, 그 잘못을 그냥 눈감아주기도 힘든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가 어떤 식으로 훈계를 해야 하는지를 잘 알아두고 자녀가 상처받지 않고 잘못을 뉘우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강의를 할 때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게 되는 여섯 가지 중요한 훈계 방법을 알려준다. 이것을 마음속에 꼭 기억하며 자녀들을 대한다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고쳐나가야 하는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부모가 얼마나 속상했을지 아는, 성숙하고 착한 사람으로 변화될 것이다.


1 먼저 아이들의 심리를 파악하라.
2 훈계 시 과거, 미래, 가상 상황까지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3 체벌이 필요하다 느낄 때는 합리적 도구를 사용하라.
4 분노의 감정을 다스린 상태로 훈계한다.
5 평가하자 마라 :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행하게 한다.
6 아이는 절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피해 준 사람은 없는데, 피해 입은 사람만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엄격한 잣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오던 아이가 있었다. 특히 공부를 잘하는 누나 때문에 집에서 별로 인정을 못 받은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고, 그러다 보니 누나보다 잘하는 것이 있어도 부모는 그 아이를 눈여겨보거나 잘한다는 칭찬을 잘 해주지 않았다. 마음 깊은 곳에 강한 열등감이 자리 잡고 있는 그 아이는, 항상 무슨 일이 생기면 “억울해요.”, “진짜 왜 나만 갖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하며 불평, 불만을 늘어놓기가 일쑤였다. 투덜이처럼 입에 구시렁거리는 말들을 달고 사는 그 아이를 상담하면서, 나는 피해의식이 십대에게 가져다주는 폐해가 이렇게 클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피해를 입다’라는 것이 내가 가해자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의미라면, ‘피해의식’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가해자가 없이 의식만 있는 상태, 가해를 당하지 않았는데도 혼자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감정이다. 이것은 온전히 자신의 부정적인 경험이나 인지적인 오류에서 생겨나는 감정이다. 마음속에 심한 열등감이 자리 잡고 있을 경우에도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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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진짜 억울하다고요. 똑같이 커닝을 해서 걸렸는데, 왜 저만 이렇게 혼내느냐고요. 선생님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어요. 이해할 수가 없어요. 만날 왜 이렇게 재수가 없는 건지……. 그뿐인 줄 아세요? 애들이랑 똑같은 교재를 사도, 제 것만 불량이에요.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고요.”

커닝을 한 것은 자명한 잘못이다. 선생님으로부터 혼이 나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녀석은 자신만 억울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다 불량품을 산 것에 대해서도 엄청난 피해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우산을 들고 나오면 날씨가 개이고, 세차만 하면 비가 오는 식의 머피의 법칙도 전형적인 피해의식의 표출 중 하나라는 것을 아는지.

자존감의 반대의미 속에 열등감이 속한다면, 그러한 피해의식을 없애는 방법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법밖에는 없지 싶다. 이미 뇌 속에 자리한 부정적인 인지적 틀 때문에, 무엇을 하든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원망 속에 있게 되었다 할지라도 아직 제대로 여물지 못한 십대에게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아름답고, 그래서 충분히 실수해도 괜찮고, 때때로 아주 운 나쁜 일을 겪었어도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과연 누가 그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그 답을 찾았다면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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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김영아 저 | 라이스메이커

이 책은 이미 너무 많이 가버린 그들과의 화해가 도저히 힘들 거라고 이야기하는 부모들에게, 이 책은 화해의 열쇠를 알려준다. 현장에서 경험한 수많은 상담사례는 일탈을 일삼는 아이들뿐 아니라 멀쩡한 모범생들까지 그 속에 가지고 있는 상처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풀어놓은 적 없는 감동적 실화들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들려줌으로써, 그동안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왔던 모습들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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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영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석사 과정으로 상담심리학을 공부했다. 지금 서울기독대학교에서 기독교 상담학 박사 과정에 있다. 마음이 상한 영혼들과 만나 책을 통해 공감하고 아픔을 나누면서 심리상담의 한 영역으로 독서치료를 자리매김할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독서로 치유하는 내 안의 그림자' 인문학 강의 등 수십 개의 특별 강좌 및 초청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독서치료 지도교수, 영남 사이버대학교 논술지도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김영아> 저 11,7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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