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윤하정의 공연 세상
뮤지컬 <카페인>의 사랑스러운 여인, 윤공주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매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모든 작품이 저를 더 나은 배우로 만들어줬고, 또 다시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테니까 모든 작품에 아쉬움이 남고요. 그래서 앞으로 하게 될 모든 작품이 기대가 돼요. 앞으로 10년도 이렇게 쭉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무척 사랑하는 캐릭터예요. 평범하지만,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에 상처받고 실패할 때면 ‘다시는 사랑 안 해!’라고 다짐하지만, 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푹 빠져버리죠. 그래서 보는 사람도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고 기분 좋은 캐릭터예요.”
윤공주 씨 실제 성격은 어떨까?
“비슷해요, 그래서 저를 보면 다들 기분이 좋아지죠(웃음).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는데, 지인들은 세진이 저랑 비슷하다고 말해요. 그래서 저도 무척 편하게 공연하고 있고, 공감 코드가 많아서인지 관객들도 좋아하시고요.”
그녀는 뮤지컬 <카페인>에, 김세진 역에 푹 빠져 있는지, 연신 웃음꽃을 피우며 작품 자랑이다. <카페인>은 벌써 3주 넘게 공연되고 있지만,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이렇게 매일이 새롭다.
“이틀 쉬다 오면 항상 처음 공연하는 것 같아요. 배우가 두 명만 출연하니까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상대 배우밖에 없고, 그래서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거든요. 연습하는 과정도 재밌고 공연도 재밌고, 하루도 실수 없이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는데 실수를 해도 재밌어요. 저도 대사 틀리는 건 기본이고, 무대에서 대자로 넘어진 적도 있어요(웃음).”
<카페인>은 연애를 부르는 뮤지컬로 유명하다. 실제로 최근 <카페인>을 본 관객 2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178명이 ‘정말 연애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매일처럼 무대에 오르고 있는 윤공주 씨는 어떨까?
“연애하고 있죠! <카페인>과(웃음).”
실제 연애는 쉬고 있다는 말로 이해하고 이상형을 물어봤다. 그동안 했던 작품의 상대 캐릭터로 꼭 찍어 말해달라고.
“모르겠어요. 지금껏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보면 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지인들은 제가 외모를 너무 본대요. 그러게요, 나이가 들면 능력이나 이런 걸 봐야 하는데, 저는 여전히 외모를 참 많이 봅니다(웃음). 저의 상대 배역들은 모두 멋졌기 때문에 다 좋아요(웃음).”
극중 세진은 ‘Love is’ 게시판에 매일 사랑의 정의를 남기지 않던가. 2012년 2월의 마지막 일요일 정오, 윤공주 씨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최근엔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같은 사랑. 나이가 더해질수록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고 싶어요. 편안하고 서로 부족한 점을 감싸주는 평생 가는 사랑. 이제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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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데뷔했으니, 무대에서 벌써 10년이 넘었다. 최고의 또는 기억에 남는, 아니면 전환점이 된, 혹시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그녀는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매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모든 작품이 저를 더 나은 배우로 만들어줬고, 또 다시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테니까 모든 작품에 아쉬움이 남고요. 그래서 앞으로 하게 될 모든 작품이 기대가 돼요. 앞으로 10년도 이렇게 쭉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1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부담이 될 때도 있다. ‘배우 윤공주’에 거는 제작진과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기에 항상 더 높은 곳을 향해야 할 것 같은 버거움 말이다.
“어느 블로그에서 저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제가 했던 작품을 열거하면서 ‘윤공주 이렇게까지 떨어지나...’ 식의 글이었는데, 저는 그때 시간과 여건상 할 수 있는 작품을 했던 것뿐인데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나 싶더라고요. 뭔가 실패할 때면 슬럼프가 오기도 하죠. 2009년쯤 오디션을 볼 때마다 떨어진 적이 있어요. 많이 속상하고 걱정도 됐죠. 배우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자연스레 해결되는 부분도 있고, 작품을 쉬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앞으로도 작품에 도전했다 실패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는 생긴 것 같아요.”
데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제가 좀 무식하게 연습하긴 하죠. 조금만 실수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라서,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주위에서 욕심쟁이라는 말도 많이 듣고, 가끔은 ‘너무 답답할 정도로 열심히 하나’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게 윤공주인 것 같아요. 연습하는 게 저한테는 놀이고, 연습을 통해 못하던 게 되는 것도 재밌고요.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한데, 무대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렇게 올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데뷔 이후 줄곧 주인공만 맡아왔지만, 배역이나 영향력에 비해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한, 조금은 안타까운 배우라는 평도 있다.
“그렇게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하지만 아니에요. 제가 한 만큼 인정받았고, 제가 할 수 있는 작품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믿어주신다면 앞으로 더 나은 모습으로 보답해야죠. <햄릿>에서보다 <카페인>에 더 좋은 윤공주가 있고, 다음 작품에는 더 나은 배우 윤공주가 있을 거예요(웃음).”
그녀는 이렇게 앞으로 10년도 열심히 성실하게 걸어갈 것을 다짐한다.
“30대에 할 수 있는 연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예전보다 연기내공도 늘었을 테니, 앞으로 맡게 될 작품이 모두 기대돼요. 배우로서 꿈은 항상 같아요. 지금처럼 무대에 설 수 있고, 많은 분들이 윤공주를 기억하고 다음 무대를 기대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걸어가고 싶어요.”
윤공주 씨와 쉼 없이 웃으며 얘기를 나누다보니, 공연장에서는 이제 그만 배우를 보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한껏 새침할 줄 알았는데, 그녀는 정말 <카페인>의 세진처럼 사랑스럽고 기분 좋은 여인이었다. 뮤지컬 <카페인>은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4월 8일까지 공연된다. 연애를 부르는 마법 같은 무대에서, 윤공주 씨의 무한 매력을 만끽해보길 바란다. 참, 윤공주 씨가 꼭 해보고 싶은 뮤지컬로 유일하게 언급한 작품이 있었으니 <위키드>다. 지난해 런던에서 <위키드>를 보면서 국내에서는 어떤 배우가 어울릴까 생각했는데, 초록마녀 엘파바, 금발마녀 글린다 모두 윤공주 씨에게 ‘딱’인 것 같다.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윤하정> 저11,700원(10% + 5%)
공연예술계의 인물을 인터뷰한 윤하정의 책. 책은 그동안 진행했던 인터뷰를 기초로, 추가 인터뷰를 하면서 인물들의 진솔함을 더욱 끌어내고자 했다. 이 책 속에서 인터뷰한 인물들은 ‘배우, 연출가, 피아니스트, 하모니카 연주자, 미술해설가’라는 직업을 가졌다. 무대에 서는, 또는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