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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멋진 남자 역할만 도맡는다고요?” - <커피프린스 1호점> 김태한

“사람 사는 이야기의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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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등장하기 전이면 숨을 고르잖아요. 대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첫 호흡, 그때 배우로서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내기 위해서 들숨을 쉴 때, 모든 극이 끝나고 날숨을 쉴 때, 무대는 처음 들어서면 끝날 때까지 한 호흡에 가야 하는데,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흡이죠. 가장 두려우면서 가장 매력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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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은 없어요. 일단 매체가 다르니까, 기본적인 내용은 같지만 무대에서 표현되는 해석이나 맛이 다르잖아요. 워낙 인기 많은 배우들이 했던 인물이라 기존 배우로 보면 어떡하나 고민은 했는데, 오히려 관객들이 순수하게 ‘역할’을 봐주시더라고요.”

 

 

김태한 씨는 현재 뮤지컬 <겨울연가>에서 준상을 맡고 있고, 2월 24일부터 공연되는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한결을 연기한다. 인기 작품에 유명 배우가 연기한 인물인 만큼 부담이 크겠다고 물었더니, 그는 담담하게 ‘드라마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며 큰 부담은 없다고 했다. 강심장이다. 그래서 질문을 살짝 바꿔 보았다. ‘멋진 남자’를 연기해야 하는 부담이 크겠다고.

“준상이나 한결이나 기본적으로 멋지고 까칠하고, 한편으로는 어두운 부분도 조금 있고, 그런 와중에 다정다감한 면도 있죠. 흔히 나쁜남자라고 하나요? 그런데 모든 여건을 갖춘 사람이 이럴 때 ‘나쁜남자’이지, 아무것도 없이 그러면 그냥 ‘나쁜놈’이잖아요. 그래서 부담보다는 이런 환경을 즐기고 있어요(웃음).”

김태한 씨는 웬만해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 남자인가 보다. 그렇다면 그가 포인트로 잡은 한결의 캐릭터는 무엇일까?
“다정다감하지는 않지만 귀여운 구석이 제법 있는 남자. 툭툭 던지는 말투라서 까칠하지만 들여다보면 꽤 생각해주는 남자.”

 

자신의 실제 성격과 비교한다면?
“한결이랑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무뚝뚝하고 툭툭 던지듯 말하고, 사과는 딱히 못하면서 끙끙 앓고 있다 말 버벅거리고 흥분하면 말 더듬고. 그러다 그냥 행동으로 옮겨버리고 그렇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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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미스터마우스>로 데뷔한 이후 <김종욱찾기> <싱글즈> <7인의 천사> <카페인> <파이브코스러브> <사랑은 비를 타고> 등 줄곧 소문난 작품의 중심에 있었다.
“운이 좋았죠. 그동안 작품을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독립영화 찍는다고 6개월 정도 자청해서 쉰 적은 있지만요.”

그 역시 다른 배우들처럼 영화나 드라마 출연 욕심이 있다.
“예전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지인들도 권하고 찾는 감독님들도 있고요. 물론 공연만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일단 무대에서 최소한의 자리매김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다른 매체를 통해 유명해진다고 해도 공연은 계속 할 거예요. 그렇게 무대에 힘이 되는 사람이고 싶고 그게 저의 임무인 것 같거든요.”

사명감을 느낄 정도로 무대에 파고드는 이유는?
“무대에 등장하기 전이면 숨을 고르잖아요. 대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첫 호흡, 그때 배우로서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내기 위해서 들숨을 쉴 때, 모든 극이 끝나고 날숨을 쉴 때, 무대는 처음 들어서면 끝날 때까지 한 호흡에 가야 하는데,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호흡이죠. 가장 두려우면서 가장 매력적인.”

이렇듯 무대의 참맛을 알아가면서 욕심냈던 배역도 시간의 숙성이 필요함을 알게 됐다.
<맨 오브 라만차>나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은 꼭 해보고 싶은데, 무대에 서면 설수록 나이가 마흔 가까이 될 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야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젊었을 때는 열정적인 힘만 보여줄 뿐 섬세한 무언가는 끄집어 낼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다들 늦췄죠(웃음).”

 

이렇게 찬찬히 얘기를 나누고 있자니 정말 닮았다. 그는 탤런트 김지영 씨의 남동생. 매형까지 연기자이다 보니, 가족이 만나면 항상 일 얘기다.
“요즘 어떤 영화가 재밌고, 연기가 어떻고... 그것만 해도 술자리가 끝나지 않죠. 특히 누나는 제 공연을 보고 코멘트도 많이 해줘요. 꼬집기보다는 칭찬을 하는데, 작품 전체적인 면에서 배우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꼬집기도 하죠. 장르가 다르니까 변명을 해보기도 하지만, 싸우거나 그렇지는 않아요(웃음).”


지금이야 자연스러운 누나 얘기. 하지만 처음에는 ‘김지영의 동생’임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전혀 얘기하지 않았어요. 누나 때문에 괜히 후광을 받는 것도 싫었고, 누나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지금은 오히려 ‘우리 누나가 김지영이다’라고 얘기하죠. 예전에는 제가 아무것도 아니라서 불편했지만, 이제는 누나가 배우라서 더 많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고, 좋은 거죠(웃음).”

 

누나를 보고 키운 배우의 꿈. 대학 때부터 10년 넘게 연기와 함께 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어요. 저는 사람 사는 이야기의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무대에 서 있는 매 순간 신뢰 가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대학 때 강의시간에 졸다 ‘연극은 교육성을 띤다’는 말에 깬 적이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이 뇌리에 박혀서 언제나 중심이 되는 것 같아요. 모든 극은 끝나고 나면 메시지를 주잖아요. 배우가 최선을 다해 진심을 전해야 관객들이 무언가 보고 느낄 테니까요. 항상 열심히 해야죠.”

그에게는 또 다른 꿈도 있다.
<미스터마우스> 때 작품을 분석하느라 영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못 끊겠더라고요. 제가 해야 할 몫인 것 같았어요. 요즘은 공연 때문에 직접 찾아갈 수는 없지만, 그들을 돕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래서 그들을 마음껏 후원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배우가 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하죠(웃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나에게 윤택함을 허락해 달라니... 신이라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 기도 아닌가?! 결국은 배우로서도 대성하게 해달라는 얘기니 그 발상이 기발해 한참을 웃었다. 웃다보니 그 모습이 배우 이선균 씨와 닮아, 이선균 씨 동생인지 김지영 씨 동생인지 헷갈려 또 한참을 웃었다. 한껏 까칠하게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기자도 결국 나쁜 남자한테 넘어가 버렸다.

무대 위에서 사람 냄새 나는 배우를 꿈꾸는 김태한 씨는 무대 밖에서도 이렇듯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그것이 항상 무대가 말하는 ‘진정성’일 것이다. 멋진 배우 김태한의 진정성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에서 공연되는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직접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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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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