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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도 가출하고 싶다. 이유는…

조금만 더 용기가 있다면 나도 “가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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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도 가출을 하고 싶어 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무엇인지 부모는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십대는 자신들이 돌아가야 할 곳이 ‘가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조금만 더 용기가 있다면 나도 “가출”하고 싶다


“선생님, 현식이가 또 가출했어요! 혹시 선생님한테 연락 오지 않았던가요?”

“오늘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에요. 아무리 타일러도 좀체 말을 듣지 않네요. 친구 집에 있다고 하니 너무 걱정 마시고 오늘은 주무세요. 내일 수업 끝나면 꼭 집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새벽 1시. 이 시간에 걸려온 전화가 그리 당황스러울 것도 없다. 시계바늘이 12시를 넘어가는 순간, 부모는 눈치를 챘을 것이다. ‘아침에 내가 한소리 한 것 때문에 얘가 안 들어오려고 그러나…….’

학창시절 친구들이 “너 공부에 목숨 걸었니?”라고 말할 정도로 난 악바리인 공부벌레였지만, 그런 나도 항상 마음 한구석엔 ‘집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을 미련스럽게 견디는 대신 그 상황을 박차고 나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용기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라면…… 맞다, 난 용기가 없었다.

열두 살. 나는 기차에서 떨어졌다. 키가 채 자라기도 전에 어긋난 척추를 맞추는 대수술을 해야 했고, 작은 머리통엔 수십 바늘이 넘는 재봉 자국이 남았다.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여겼지만 죽은 목숨을 살려주었으니 남은 인생을 덤으로 감사하며 살겠다는 생각을 했고, 툭하면 잔병치레를 해야 하는 약한 몸뚱어리로 유일하게 택할 수 있는 것은 ‘공부’뿐이었다. 그래서 난 매일 반복되는 삶, 때때로 답답하다고 여겨지는 내 삶의 패턴과 마음에 들지 않는 외모 때문에라도 현실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그래, 난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 용기 없음은 나를 이 자리까지 끌고 왔다. 그리고 난 매일 밤, 그리고 때로는 아주 이른 아침에도 그들의 전화를 받는다. 난 ‘선생님…….’ 하고 끝을 흐리는 말에도 그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지금 그들의 심정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넌 대체 왜 부모님에게 그 말을 하지 못하는 거야?”라고 답답한 듯 그들에게 묻지만, 나는 알고 있다. ‘부모님은 제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은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모범생도 가출을 하고 싶어 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무엇인지 부모는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십대는 자신들이 돌아가야 할 곳이 ‘가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매일 밤 돌아가야 하는 그곳, ‘가정’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그 ‘가정’이었는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나는 설득하려 한다. ‘너는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설득해야 하는 건 그들일까, 아니면 그들이 돌아가고 싶지 않은 가정을 만들어놓은 어른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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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영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석사 과정으로 상담심리학을 공부했다. 지금 서울기독대학교에서 기독교 상담학 박사 과정에 있다. 마음이 상한 영혼들과 만나 책을 통해 공감하고 아픔을 나누면서 심리상담의 한 영역으로 독서치료를 자리매김할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독서로 치유하는 내 안의 그림자' 인문학 강의 등 수십 개의 특별 강좌 및 초청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독서치료 지도교수, 영남 사이버대학교 논술지도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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